매일신문

[이 사람] 대구대 생명사랑 서포터즈 '성인식'

"젊은이들 性 잘 몰라…피임 방법 제대로 아세요"

"콘돔을 구하려고 지하철역을 몰래 돌아다닌 적이 있어요."

"피임약, 그거 몸에 안 좋은 거 아닌가요?"

요즘이 옛날보다 성(性)에 대해 많이 개방돼 있고 성에 대한 이야기도 많은 매체에서 다루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성에 대해 올바르게 알고 있다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는 성인은 그리 흔치 않다. 문제는 잘 알지 못하거나 이상하게 얻은 성 지식이 원치 않은 임신으로 이어져 자신의 인생에 큰 상처를 남길 수도 있다는 사실이다.

이처럼 성에 대한 잘못된 지식을 바로잡고 안전하고 즐거운 성을 위해 대학생들이 뭉쳤다. 대구대학교 생명사랑 서포터즈 '성인식'이 바로 그들이다. '성인식'은 추화식(24), 윤익한(24), 서영준(24), 윤유진(22), 조미리(21), 김다래(21) 씨 등 총 6명의 대구대 사회복지학과 학생들이 모여 만든 단체다. '생명사랑 서포터즈'는 잘못된 성에 대한 인식 개선과 인공임신중절 예방, 생명존중에 대한 사회 분위기를 만들기 위해 보건복지부가 주최하고 인구보건복지협회에서 주관하는 대학생 활동 프로젝트다. 전국에서 25개 팀이 활동하고 있으며 '성인식'은 대구경북지역에서 활동하고 있다. 팀장인 추화식 씨는 "사회복지학을 배우는 입장에서 생명사랑을 이야기하는 것이 굉장히 의미 있는 일이라 생각돼서 도전하게 됐다"고 말했다.

'성인식'의 본격적인 활동은 6월부터 시작됐다. 이들은 학교 안이나 젊은이들이 많이 모이는 길거리 등에서 성에 대한 잘못된 인식이나 지식에 대해 바로잡아주고 올바른 피임 방법 등을 알리는 캠페인을 벌인다. 최근 가장 크게 한 활동은 7월 대구 치맥페스티벌에서 벌였던 생명사랑'피임 문화 홍보 캠페인이었다. 이들은 물티슈와 '청춘은 책임이다'라는 문구가 적힌 실리콘 팔찌, 사탕, 콘돔 등을 넣은 팩을 치맥페스티벌 참가자들에게 나눠줬다. 특히 팩 안에 든 콘돔을 본 사람들의 반응이 재미있었다. 서영준 씨는 "처음에는 '이게 뭐야' 하는 식으로 당황하거나 놀라는 분들이 많았는데 콘돔을 넣은 이유를 설명하자 이해하면서 '좋은 일 하시네요'라며 격려해주시는 분들이 많았다"고 말했다.

이들은 주로 퀴즈를 내거나 즉석 설문조사를 하는 방식으로 홍보를 진행한다. 흥미를 끌기 위한 방식인데 이 과정에서 '성인식' 팀원들은 많은 젊은이가 의외로 성이나 피임에 대해 잘 모르고 있다는 사실에 적잖이 놀랐다고 말한다. 추화식 팀장은 "학교 안에서 캠페인을 할 때 '콘돔을 어떻게 사용하는지 아세요?'라고 물으면 대부분이 '잘 모른다'고 대답한다"며 "누구도 제대로 된 피임 방법을 가르쳐 준 사람이 없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서 '활동을 더 열심히 해야겠다'는 사명감을 느낀다"고 말했다.

이들은 또 블로그(blog.naver.com/ tovory123)나 페이스북 페이지(www. facebook.com /sunginsik)를 통해 성 지식에 관한 콘텐츠를 실어 알리고 있다. 서영준 씨는 "가끔 블로그나 페이스북 페이지에 올린 글을 보고 많은 도움을 받았다는 이야기를 들으면 굉장히 뿌듯하다"고 말했다.

이들은 앞으로 '더블더치'라는 새로운 피임 방법에 대한 홍보를 준비 중이다. 더블더치란 양성평등에 기반한 피임 방법으로 남자는 콘돔을, 여자는 사전경구피임약을 사용해 서로 원치 않는 임신을 피하는 방법을 말한다. 추화식 팀장은 "여성들의 경우 '몸에 무리를 준다'는 이유로 사전경구피임약을 꺼리는 경우가 있는데 용법대로만 제대로 복용하면 문제가 없다"며 "남성의 콘돔 사용과 함께한다면 원치 않는 임신 예방도 가능하다"고 말했다. 이들은 바캉스철을 맞아 '바캉스 베이비를 막자'는 취지의 캠페인을 경주 캘리포니아 비치와 포항 불꽃축제 행사장에서 벌이기도 했다.

'성인식' 팀원들은 "처음에는 캠페인을 하는 우리도 부끄러워서 힘든 적도 있었다"며 "그래도 '성 문제에 대해 한 번 더 생각해볼 수 있는 기회가 됐다'는 반응을 듣거나 사람들이 설명을 이해하는 모습을 보이면 힘이 난다"고 말했다. 생명사랑 서포터즈 '성인식'의 활동은 11월까지 계속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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