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매일춘추] 착한 병, 상실 병, 인정 병

나는 불안하다. 실수할지도 모른다는 걱정에 사로잡혀 하루 종일 멍했다. 회사가 나더러 그만두라고 하지 않았는데 내가 먼저 사표를 냈다. 일어나지도 않은 일을 미리 처리한 셈이다. 나를 침습한 이상한 기분이 싫고 자기 마음대로 날뛰는 불안에 화가 난다. 입이 마르고 가슴이 뛴다. 잠을 자기도 힘들다. 상처는 원망과 미움을 낳았고 나는 이들에 익숙하다. 사람들이 나를 바보라고 놀릴까 봐 겁이 난다. 언제부턴가 복잡하고 얽힌 생각들이 한 가닥씩 보이기 시작한다. 상대의 눈을 부드럽고 길게 볼 수 있을 때 상담실은 이제 안 오셔도 됩니다.

느닷없이 숨을 못 쉬겠고 죽을 듯이 가슴이 조여 온다. 길만 건너면 집인데 건널 수가 없으니 더 답답하다. 아지랑이가 피어오르고 주변의 시간이 멈추더니 우리 집은 저 멀리 멀어져 간다. 내 다리가 얼어붙어 움직일 수 없다. 거짓말 같다. 남편은 나더러 멍청하다고 구박한다. 친구들도 나를 무시한다. 내 마음속의 소리들이 소리친다. "나는 나를 사랑해." 나는 사랑받으려 집착하는 나를 발견했다. 무시당한 내 마음이 너무 아파 언제부턴가 내 몸은 공황을 경험했다. 거절하기, 요청하기, 감사하기, 거리 두기는 나를 도시적인 여자로 리모델링해 주었다. 세련되게 할 말은 하는 당신, 이제 상담실은 안 오셔도 됩니다.

아내는 내가 우울한지 모른다. 그녀는 당신밖에 없다며 출근길에 응원도 해 주었다. 출근하자마자 점심이다. 먹자마자 잠이 온다. 변을 못 보고 전전긍긍하는 꿈을 꾸었다. 기분이 영 아니다. 해결할 것들이 산재해 있다. 부르는 소리에 깼다. 나를 부르진 않았지만. 깨자마자 퇴근이다. 하루가 지루하다. 70 노년에 나는 바닷소리가 좋은 별장에서 팔베개를 하고 누워 평화로운 하늘을 노래하리라. 덮어두었던 나의 꿈은 열등에 밀렸고 열등은 나에게 우울이라며 놀렸다. 별장 지을 돈을 벌어야겠다. 나는 이제 아내의 기대와 양육의 부담보다 나의 꿈과 목적을 사랑하련다. 자, 이제 활기찬 오늘을 만나자. 오늘은 출근하자마자 행복이다. 그대의 꿈이 열등감을 이겼다면 상담실은 이제 안 오셔도 됩니다.

나는 고 3이다. 아버지는 나를 이해하지 못한다. 아버지 생각만 옳고 내 말은 영 먹히질 않는다. 내 동생은 이상하게도 공부를 잘한다. 나는 머리는 좋지만 성적이 오르지 않아 당황스럽다. 동생은 미운 짓만 골라서 한다. 형제애가 부족한 아이다. 엄마는 아빠의 호통 덕분에 선제 공격수가 되었다. 아버지 오시기 전에 집에 일찍 오너라. 아버지 뭐라 하실라, 다 너를 위해 하는 말이다. 내 마음 알아줄 사람은 정말 없나? 수험생 가족은 필히 상담실을 오셔야 합니다. 기다리겠습니다.

조옥형 연세심리상담클리닉 대표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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