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전기료, 왜 우리 아파트만 더 나왔을까

관리업체들 싼 요금제 재계약 하고도 청구서엔 기존대로

대구 달서구 한 아파트 주민 김모(50) 씨는 5월분 관리비 고지서에서 이상한 점을 발견했다. 인근 아파트에서 비슷하게 전기를 사용한 친구 집보다 전기요금이 1만원 이상 더 청구됐던 것이다. 친구 집 전기요금으로 계산했을 때 5월분 전기 사용량이 362㎾h로 5만3천580원의 요금이 나와야 정상인데 고지서에는 6만6천290원이 적혀 있었다. 김 씨는 "앞서 청구된 관리비 고지서도 살펴봤더니 1만~2만원의 요금이 더 청구돼 있었다. 관리사무소에 속은 것 같아 불쾌하다"고 했다.

일부 아파트 관리사무소들이 한국전력과 상대적으로 저렴한 전기 사용 계약을 하고도 비싼 요금을 주민들에게 청구해 논란이 일고 있다.

한전이 아파트에 공급하는 전기는 요금이 비싼 순서대로 주택용 저압전기와 주택용 고압전기, 일반용 고압전기 등이다. 일반용 고압전기는 엘리베이터, 주차장 등 공용시설에 쓰이고 주택에서는 주택용 전기를 사용한다.

변압기가 설치된 아파트의 관리주체(관리사무소)는 단일계약(주택용'공용 모두 주택용 고압전기요금)과 종합계약(주택용은 주택용 저압전기요금, 공용은 일반용 고압전기요금) 가운데 유리한 방식으로 계약할 수 있다. 소규모 아파트 단지는 공용 전기 사용량이 전체 전기 사용량 중 25~30%를 넘기 때문에 종합계약 방식이 유리하고, 대단지는 단일계약이 유리하다.

이 때문에 기존 종합계약으로 산정하던 대규모 단지가 단일계약으로 바꾸면 관리비 부담을 덜 수 있다. 대구 달서구 파호동 삼성명가아파트는 2010년 1월 단일계약으로 바꿔 2011년 4월까지 16개월간 1억200만원을 절감했고, 이를 주민들에게 알렸다.

하지만 일부 아파트는 종합계약을 고수하거나 단일계약으로 바꾸고도 관리비를 종전대로 정산해 차액을 임의로 모아놓거나 사용처를 알리지 않아 문제가 되고 있다. 동구 지묘동 한 아파트는 2007년 3월 단일계약으로 바꾸고도 1년 동안 종합계약 방식의 요금을 거뒀다. 이로 인한 차액 5천300여만원을 모아 아파트 장기수선충당비 계좌에 보관했다가, 2008년 이 사실을 안 주민 반발이 빗발치자 환불하기도 했다. 이와 비슷한 사태가 벌어지고 있는 달서구 상인동 한 아파트 주민 정인조(61) 씨는 "가격을 내렸으면 주민 부담을 덜어줘야지, 관리자 마음대로 아파트 자금으로 모으는 것이 말이 되느냐"고 했다.

단일계약으로 바꾼 뒤에도 종합계약 요금을 받고 있는 아파트단지의 관리주체들은 "더 거둔 전기요금을 관리비로 남겨 엘리베이터 및 주차장 전기, 공용시설의 수도요금 등으로 충당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시민단체들은 이런 행위가 주택법 위반이라고 지적했다. 아파트사랑시민연대 신기락 사무처장은 "실제 한전과 주민 간에 체결된 요금 체계보다 요금을 과잉 징수한 점, 세입자에게 전기요금을 더 받아 이를 주택 소유자가 부담해야 할 장기수선충당금으로 모은 점 등은 주택법을 위반한 것이다"며 "아파트 측은 전기요금 정산 과정을 투명하게 공개하고 과잉 징수분을 주민에게 돌려줘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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