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지붕 위 뛰면서 '야옹' 잠 못 이루는 주택가

길고양이 민원 잇따라 포획금지법에 속수무책

대구 수성구 만촌 2동 주택가에 사는 이상달(67) 씨는 밤마다 시끄럽게 들려오는 길고양이의 울음소리와 뛰어다니는 소리에 잠을 설칠 때가 잦다. 길고양이 울음소리가 마치 아기 울음소리와 흡사해 혼자 사는 이 씨는 오싹할 때가 잦다고 한다. 더욱이 3개월 전에는 길고양이 때문에 100만원을 들여 집 뒤꼍 지붕을 교체하기도 했다. 길고양이가 수시로 뛰어다니면서 슬레이트 지붕을 파손했기 때문이다. 이 씨는 "한 마리도 아니고 대여섯 마리가 무리를 지어 담벼락이나 지붕을 뛰어다닌다. 이곳 동네에만 어림잡아 100마리는 넘을 것 같다"고 했다. 그는 "3년여 전부터 길고양이가 급증해 이 같은 피해를 보고 있다. 길고양이를 잡으려고 해도 뭔가 불길해 엄두를 못 내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주택가에 길고양이로 인한 피해가 끊이지 않고 있다. 여름철에는 창문이나 문을 열어놓는 가정이 많아 길고양이로 인한 소음 피해를 호소하는 민원이 빗발치고 있다.

수성구청의 경우 최근 들어 길고양이 관련 민원이 하루에 최소 2, 3건에 이른다. 구청 관계자는 "길고양이들이 무리를 지어 다니며 시끄럽게 울어대 잠을 못 잔다는 불만이 많이 제기된다"고 했다.

문제는 이런 민원이 제기돼도 구청이 나서서 해결할 만한 방법이 없다는 점이다. 길고양이는 동물보호법상 포획이 금지돼 유기견처럼 포획해 주인을 찾아주거나 분양을 할 수 없다. 이 때문에 유일한 방법으로 TNR(Trap Neuter Return'포획 후 중성화) 사업을 통해 개체수를 조절하는 방안이 지난해부터 본격적으로 시행되고 있다. 개인이나 구청으로부터 TNR 의뢰가 들어오면 동물보호단체가 길고양이를 포획해 지정 동물병원으로 보내 중성화해서 방사하는 방법이다. 하지만 TNR 사업은 의뢰에 따라 시행하는 데다 산발적으로 이뤄져 길고양이를 줄이는 데 한계를 보이고 있다.

전문가들은 한 구역을 정해 대대적인 TNR 사업이 이뤄져야 길고양이 개체수를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전 세계적으로 길고양이를 줄이는 방법으로 TNR이 유일하며, 이에 대한 효과를 얻으려면 지방자치단체들이 TNR 사업에 적극 나서야 한다는 것이다.

최동학 전 대구시수의사회 회장은 "고양이는 젖 먹이는 기간에도 새끼를 낳는 등 번식력이 강해 안락사하거나 산발적으로 TNR 사업을 해서는 큰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 길고양이 피해가 심한 지역을 정해 대대적으로 사업을 벌여야 가시적인 성과를 볼 수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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