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61년 스탠리 크래머가 만든 영화 '뉘른베르크의 재판'은 2차 세계 대전이 끝난 1945년 10월, 나치 전범 재판을 소재로 만든 것이다. 스펜서 트레이시, 맥시밀리언 셀, 리처드 위드마크, 버트 랭커스터, 마를린 디트리히 등 초호화 배역 작품으로 전범 변호사역을 맡은 맥시밀리언 셀은 그해 아카데미 남우주연상을 받았다. 실제의 뉘른베르크 재판이 패전국에 대한 전승국의 일방적인 재판이라는 논란이 있지만, 영화는 나치 전범 처벌이라는 역사적 사실을 재판정이라는 제한된 공간에서 멋들어지게 표현했다.
뉘른베르크 재판은 전범에 대한 처벌의 마무리가 아니라 처음이자 끝없는 현재진행형으로 만든 상징성이 있다. 이 재판 이후 곳곳에 숨은 나치 전범에 대한 추적이 시작됐다. 공소시효를 정하지 않고 끝까지 추적한 독일 정부의 의지도 강했지만, 무엇보다 나치에 희생당한 유대인의 노력이 컸다. 대표적인 것이 체코 출신 유대인 시몬 비젠탈이 만든 시몬 비젠탈 재단이다. 수용소에 감금됐던 비젠탈은 같은 경험이 있는 다른 유대인과 함께 1947년 오스트리아 린츠에 유대인 자료센터를 세웠다. 린츠는 중요 전범이었지만 그때까지 잡히지 않았던 아돌프 아이히만의 고향이다.
비젠탈은 수없는 전범을 추적, 고발해 나치사냥꾼이라는 별명을 얻었다. 그의 집념은 독일 정부에도 큰 영향을 미쳤다. 물론 전범국이라는 통렬한 반성에서 출발한 국가적 사업이기도 했지만, 독일은 전쟁 후 60년이 된 최근까지도 미국, 아르헨티나 등지에 숨어 있던 전범을 추적해 재판정에 세웠다. 같은 전범국이지만 다시 극우로 치닫는 일본의 파렴치한 행태와 대비된다.
최근, 유엔과 캄보디아 정부가 공동 구성한 특별재판소가 1975~79년 200만 명의 자국민을 학살한 캄보디아 크메르루주 정권 지도부였던 누온 체아, 키우 삼판, 가잉 구엑 에이브에 대해 종신형을 선고했다. 주범인 폴 포트는 1998년 체포된 직후 사망했지만, 사건이 일어난 지 40년 만에 응징한 것이다. 그런데 이 재판은 캄보디아 정부가 아닌 유엔이 주도했다. 유엔이 재판소 구성부터 소극적인 캄보디아 정부를 압박했고, 이번 결실로 이어졌다. 독일과 캄보디아의 차이가 전범국과 피해국의 차이인지 동서양의 차이인지 아리송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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