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들만큼 술을 가까이, 자주 접하는 직업군도 드물 것이다. 취재원의 긴장을 풀어주면서 속 깊은 대화를 나누기 위해 비교적 손쉬운 수단으로 술을 활용하는 것이다. 지금은 아니지만 기자가 입사했을 때만 해도 술에 취해 선후배들에게 하는 웬만한 실수는 용서되는 경우가 다반사였다. 최말단 기자가 고참 선배에게 대들고는 다음 날 '기억나지 않는다'고 발뺌하면 그만이었다.
이런 전통이 국내에 근대 신문이 등장했을 때부터 있었던 것일까. '술 권하는 사회' '운수 좋은 날'을 쓴 빙허 현진건(1900~1943) 역시 술을 엄청 좋아하고 많이 마셨는데 그도 기자 출신이다. 그가 동아일보 사회부장으로 근무하던 시절 송년 회식 자리에서 발행인에게 술을 권했다. 발행인이 마시지 않자 "이 놈아 마시라면 마셔"라고 쥐어박다가 급기야 뺨을 때린 일화는 유명하다. 그래도 발행인은 재주 있고 기개 있던 그를 내치지 않고 중용했다. 그에게 뺨을 맞은 발행인이 김성수였는지, 송진우였는지는 분명치 않다. 그는 나도향, 염상섭, 김동인 등 당대의 문인들과도 술친구였다. 술을 좋아하면서도 민족의 수난에 대한 객관적인 현실 묘사를 지향한 리얼리즘 소설의 선구자로 꼽히는 그는 1900년 오늘 태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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