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신문을 보며 묘한 느낌을 받았다. 코미디언 K씨가 모 오케스트라 부지휘자로 선임되었다고 한다. 그리고 그 기사 내용을 잠깐 인용하자면, 코미디언 K씨 측은 "지휘자 활동을 했다"고 주장하고 클래식 공연계에서는 "말도 안 된다"라는 기사 내용이었다.
나는 그 기사에서 지휘자 활동을 했다는 말에 좀 의아했다. 과연 얼마나 지휘자로 활동했을까? 그리고 음악을 좋아하는 클래식 마니아로서 TV방송 프로에 나와 CD음악에 맞춰 지휘하는 모습을 비추며 몇 번 정도 무대에 섰다고 지휘활동을 했다고 할 수 있을까? 그럼 K씨는 전공자일까? 취미 연주자일까? 취미로서의 지휘활동이라면 크게 논란이 되지 않을 것이다. 나는 그 기사를 보고 동영상을 찾아 코미디언 K씨의 지휘 모습을 보았다. 나 개인적 생각을 말하면 음악회라기보다는 TV의 한 예능 프로에 해당하는 이벤트성 음악회라고 말하고 싶다.
나는 모 신문에 '지휘도 전공이 있다'라는 글을 쓴 적이 있다. 이 글 첫머리에 "나는 프랑스에서 오케스트라 지휘를 전공했다. 다른 사람들처럼 많은 시간과 열정을 투자해서 그것도 오케스트라 지휘 최고과정을 마쳤다"고 글을 쓴 기억이 난다.
요즘은 지휘를 쉽게 생각하는 사람이 가끔 있는 것 같다. 그렇다 보니 비전공자가 전공자처럼 활동하는 경우를 가끔 본다. 지휘에도 지휘봉 테크닉이 있고, 단기간에 완성이 힘든 공부가 많이 있는데도 말이다. 물론 꼭 지휘 전공자만 지휘를 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옛 훌륭한 지휘자 중 지휘를 전공하지 않고도 훌륭한 음악을 완성시킨 분들도 간혹 있긴 하지만 코미디언 K씨의 경우와는 좀 차이가 있는 것 같다.
지휘를 공부하기 위해 유학, 외국에서 활동하다가 국내에 들어온 지휘자들도 많이 있을 텐데, 지휘자의 길을 걷고 있는 한 사람으로서 참 암담한 생각이 든다. 그렇다고 취미로 여러 악기를 즐기며 연주하는 사람들을 배척하자는 것은 아니다. 그분들도 정식으로 공부하면 충분히 전공자의 길을 걸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몇 번의 지휘로 지휘 활동을 했다고 하니 그건 좀 문제가 되는 것 같다. 그런 사람들에게 자리를 주고 싶다면 상징적인 자리를 주면 될 거라 생각한다. 대학에 명예박사가 있듯이 우리 지휘계에도 명예 지휘자라는 타이틀을 만들어 준다면 전혀 문제가 되지 않을 것이라 생각한다.
코미디언 K씨는 외국에서 공부할 의향이 있다고 하니 지휘 공부를 형식적 공부가 아닌 체계적으로 하고 돌아오면 이런 논란들이 발생하지 않을 것이라 생각한다. 그리고 굳이 외국이 아니더라도 국내 대학에도 훌륭한 지휘과가 많이 있어 외국을 나가지 않아도 되지 않을까 생각하며 제대로 지휘하는 그분의 모습을 기대해 본다.
김형석 대구영재오케스트라 지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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