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홀쪽해져도 체중 감량 집착 '거식증'

식욕 여전해 음식 생각 몰두…먹고 토하기 반복하기도

미의 기준은 이미 바뀐 지 오래다. 마른 몸매와 갸름한 얼굴, 하얀 피부를 미인의 조건으로 꼽는다. 천편일률적인 미인들을 쏟아내는 각종 미디어의 영향 탓이다. 특히 노출이 심한 여름에는 자신의 몸매와 체중에 집착하고 무리한 다이어트를 시도하는 여성들이 적지 않다. 체중에 대한 과도한 집착은 거식증 등 정신병리학적 증상으로 나타나기도 한다.

◆정상체중 85% 안 돼도 "더 빼야"

충분히 마른 몸매인데도 체중에 목을 매는 사람들 중 일부는 '신경성 식욕부진증'일 수 있다. 흔히 '거식증'이라 불리는 질환이다. 거식증을 가진 사람들은 살이 찌는 것을 극도로 두려워할 뿐만 아니라 자신의 체형에 대한 왜곡된 인식을 갖고 있다. 이 때문에 아주 날씬한 몸매를 갖게된 이후에도 체중감량에 계속 집착한다.

거식증이 있는 사람들이 실제로 식욕이 없는 경우는 드물고, 오히려 음식에 대한 생각에 몰두한다. 음식을 아주 적게 먹어 몸무게를 줄이거나 너무 지나치게 운동을 하기도 한다. 먹고 토하는 것을 반복하거나 설사약이나 이뇨제 등을 남용하다가 목숨까지 위태롭게 만든다. 의학적으로는 정상체중의 85% 미만이면서도 이같은 생각과 행동을 계속할 경우 신경성 식욕부진증으로 진단을 내린다.

거식증은 강박증이나 우울증, 불안증 등의 정신과적 증상을 동반하는 경우가 많다. 또 완고하고 강박주의적 성격을 가진 경우에도 흔하게 발견된다. 신체적으로 전해질 불균형이 나타나고 심장의 움직임이 불규칙해 급사하는 경우도 있다.

◆시간 지나면 저절로 호전될 수도

거식증은 생명을 위협하지만 정작 당사자는 인식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여성의 경우 체중이 심하게 줄면 월경이 사라질 수 있어 산부인과를 방문했다가 병을 알기도 한다. 영양 결핍으로 젊은 나이임에도 골다공증이 생긴다. 구토를 반복할 경우 위산 때문에 치아가 부식되고 침샘에 염증이 오거나 식도가 손상을 입을 수 있다. 때로는 간질이나 인지 기능 저하가 나타나기도 한다.

거식증은 시간이 지나면 저절로 호전되는 경우도 있다. 그러나 거식증 환자의 25% 정도는 만성적인 저체중으로 사회생활에 잘 적응하지 못하고 심하면 죽음에 이르기도 한다. 실제 거식증 환자를 10년간 관찰한 결과 7% 정도가 사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거식증은 위험한 합병증을 동반할 수 있고 생명도 위험하기 때문에 조기에 치료를 받는 것이 좋다. 몸매와 체중에 대한 과도한 집착과 이로 인한 행동 문제들은 정신건강의학과에서 상담과 약물 치료를 통해 호전될 수 있다. 만약 정상체중보다 몸무게가 20% 이상 줄었다면 입원 치료 프로그램이 필요하다. 30% 이상 줄었을 때는 2~6개월 가량 입원 치료를 해야한다.

문제는 환자 본인의 치료 의지다. 병이라는 인식을 하지 않기 때문에 입원을 거부하는 경향이 있다. 주변 사람들의 도움과 설득이 필요한 이유다. 거식증의 경우 불면증이나 우울감을 동반하기 때문에 치료를 통해 이런 불편을 해소하자고 설득해야 한다.

칠곡경북대병원 김병수 정신건강센터장은 "무엇이든 지나치면 병이 된다. 신경성 식욕부진증은 사망까지 이를 수 있는 위험한 질환인 만큼 반드시 치료를 받고 건강한 몸과 마음을 되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도움말 칠곡경북대병원 정신건강센터장 김병수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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