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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괜찮을 거야"?…왜 할까, 음주운전 '심리학'

여러 번 음주운전 경력으로 면허가 취소된 A(28) 씨. 그러나 술만 마시면 핸들을 잡는 버릇을 고치지 못했다. 그러다 평생 후회할 일을 하고 말았다. 지난 1월 8일 오전 4시 50분쯤 술을 마신 채 운전석에 앉은 A씨는 대구 남구 앞산순환도로를 타고 상인동 방향으로 승용차를 몰고 갔다. 그러다 갑자기 "쿵"하는 소리가 들렸다. 길을 건너던 B(61) 씨를 치어 버린 것. 당황한 A씨는 그대로 차를 몰아 300m쯤을 달아났다. 술기운이 확 달아난 그는 다시 사고현장으로 차를 돌렸다. B씨는 숨을 쉬지 않았다. A씨는 사고 사실을 경찰에 신고했다. 이미 돌이킬 수 없는 일을 저지른 뒤였다.

음주운전이 신세를 망친다는 것을 알고도 여전히 많은 사람이 음주운전을 하고 있다. 경찰의 단속에 걸리면 수백만 원의 벌금을 내야하고, 그 사실만으로도 직간접적인 불이익을 받게 된다. 이는 그나마 다행. 만약 사고라도 내면 '쪽박'을 차게 된다. 이를 모를 리 없건만 그들은 왜 술을 마신 채 핸들을 잡을까?

최상진 교수 등 4명의 중앙대 심리학과 교수진이 2001년 음주운전 경험자를 대상으로 한 연구에 따르면 음주운전 경험자들은 술을 적게 마셨다고 생각할 때, 또 음주 후 시간이 지나 술이 깼다고 여길 때 핸들을 잡았던 것으로 나타났다. 그리고 그 마음속에는 '절대 음주단속에 걸리지 않을 것이다' '집까지 가는 동안 교통사고를 내지 않을 것이다'는 자신 만의 그릇된 믿음이 자리하고 있었다.

상습 음주 운전자들의 특징 중 하나는 어떤 방식으로든 자기합리화를 한다는 점이다. 도로교통공단과 정헌영 부산대 도시공학과 교수팀이 2011년 음주운전 관련 교육생을 대상으로 한 연구를 보자. 상당수 상습 음주운전자들은 자신의 음주운전을 합리화하려 '대리운전과 대중교통을 이용할 수 없었다' '술자리 일행을 태워줘야 했다' '동승자가 그냥 운전해도 된다고 했다' '급한 일이 생겨 어쩔 수 없었다' 등의 이유를 댔다.

그렇다면, 이들에게서 핸들을 뺏어버리는 방법은 없을까. 연구팀은 수치심과 죄의식이 강할수록 음주운전 비율을 낮출 수 있다고 지적했다. 연구에서 상습 음주운전자들은 음주사실이 주변에 알려지는 것을 부끄러워하거나 부담스러워했다. 종국엔 음주운전이 범죄라는 것도 인정했다.

연구팀은 음주운전 근절을 위해서는 음주운전이 '죄'라는 인식을 확산하고, 단속을 강화하되 음주운전자의 명단을 공개하고 면허증과 자동차 번호판에 음주운전 경력을 표시하는 등의 좀 더 강력한 방법이 필요하다고 주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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