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아침, 직장인 오모(27) 씨는 잠자리에서 일어나다가 머릿속이 빙글빙글 도는 경험을 했다. 눈을 뜨고 있기도 힘들 정도로 현기증은 심했고, 한참이나 꼼짝없이 누워 있어야 했다. 사무실에서 옆자리에 앉은 동료에게 고개를 돌려도 어지러웠고, 몇 걸음을 걷다 멈추면 몸이 휘청거리는 경험도 했다. 병원을 찾은 오 씨는 '이석증'이라는 진단을 받았다.
어지럼증은 흔한 증상이다. 성인 10명 중 4명이 평생에 한 번 정도는 어지럼증을 느낀다고 한다. 보통 어지러움을 느끼면 빈혈로 생각하는 경우가 많지만 실제 빈혈로 인해 어지럼증을 느끼는 경우는 거의 드물다. 어지럼증을 느끼는 가장 흔한 원인은 '이석증'이나 '기립성 못견딤증' 때문이다.
◆내 귓속에 돌이 굴러다녀요
이석증은 귀 안의 돌이 문제를 일으키는 질병이다. 귀에는 청각을 담당하는 달팽이관과 평형감각을 담당하는 반고리관을 포함한 전정기관이 존재한다. 전정기관에는 작고 많은 젖산칼슘 결정체가 있는데 이러한 돌들이 빠져 세반고리관으로 들어가면 짧고 심한 어지럼증이 나타난다. 특정 방향으로 머리를 움직일 때 심한 어지러움이 짧고 반복적으로 나타나는 게 특징. 누워 있거나 앉았다가 일어설 때 어지럼증을 느끼는 증상과는 확연히 구분된다. 이석증이 생기면 구토나 메스꺼움, 두통, 두근거림, 식은땀 등의 증상이 나타나기도 한다.
어지럼증이 나타나는 자세는 이석이 어느 반고리관으로 들어가는가에 따라 다양하다. 후반고리관으로 이석이 들어갈 경우 자려고 뒤로 눕거나 잠자리에서 일어날 때, 고개를 들거나 숙일 때 어지럼증을 느낀다. 측반고관에 이석이 들어가면 주로 잠자리에서 돌아누울 때 어지러움을 느낀다.
이석증이 생기는 원인은 확실치 않다. 머리 외상이나 교통사고, 머리를 심하게 움직이는 동작, 춤 등으로 인해 이석증이 생길 수 있다. 고령이거나 내이 질환이 있는 경우, 거꾸로 매달리는 운동을 하거나 요가를 하면서 고개를 앞뒤로 반복적으로 움직이다가 생기기도 한다. 최근에는 골다공증이 이석증의 원인이 된다는 연구 결과도 제시되고 있다.
이석증은 이석을 원래의 위치인 전정기관으로 돌려놓는 위치 교정술로 치료한다. 안진 검사를 통해 자세 변화에 따른 눈의 움직임을 관찰해 이석이 들어 있는 위치를 파악한 뒤 환자의 머리를 천천히 돌리거나 특정자세를 유지해 이석을 제자리로 돌려놓는 방법이다. 세반고리관 중 어느 곳에 돌이 들어갔느냐에 따라 치료 방법이 달라지기 때문에 진단이 중요하다. 대구가톨릭대병원 이비인후과 김이혁 교수는 "이석증은 대개 한 달 정도 지나면 증상이 호전된다. 시간이 흐르면서 돌이 서서히 분해, 흡수되기 때문"이라며 "이석증은 쉽게 치료될 수 있기 때문에 어지럼증으로 고생하기보다는 병원을 찾는 것이 낫다"고 말했다.
◆다양한 증상 기립성 못견딤증
기립성 못견딤증은 갑자기 일어서거나 오랜 시간 서 있을 경우 나타나는 어지럼증이다. 서 있다가 죽을 것처럼 어지럽고 견디기 힘든 게 특징이다. 기립성 저혈압이나 기립성 빈맥 등이 대표적.
누워 있거나 앉았다가 일어날 때 혈액은 중력 방향인 다리로 몰리게 된다. 이때 심장에는 혈류량이 부족하기 때문에 전신으로 내보내는 혈액이 40% 정도 줄어든다. 보통 1분 이내에 안정을 찾지만 자율신경계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으면 어지러움을 느끼게 된다.
기립성 증상은 단순히 어지럼증 외에도 다양하게 나타난다. 현기증과 함께 심장이 두근거리거나 머리가 멍해지고 눈 앞이 흐려지기도 한다. 피곤하고 졸리다거나 집중이 잘 안 되고 기운이 빠지는 증상이 나타나기도 한다. 증상이 다양하기 때문에 원인을 잘 모르고 지나치는 경우가 많다. 기립성 저혈압은 혈압의 자율신경계 조절에 이상이 생기는 경우다. 일어날 때 수축기 혈압이 20㎜Hg 이상 떨어지기 때문에 뇌로 가는 혈액량이 줄어들면서 어지럼증을 느끼게 된다. 기립성 저혈압은 노인에게 흔한 증상이다. 몸은 일어나는 상태에 따라 혈압을 조절하도록 되어 있는데 나이가 들면서 심혈관계의 자율신경이 변화하면서 혈관의 반응이 느려지게 된다.
탈수나 혈압약, 전립선약 등 약물 복용, 급격한 체중 감소 등으로 인해 쉽게 발생하며 퇴행성 질환이나 당뇨병 등으로 자율신경에 이상이 생기면 나타나기 쉽다.
앉거나 누워 있을 때는 혈압이 높다가 일어서면 혈압이 떨어지는 경우가 있기 때문에 노인들은 오전에 선 상태에서 혈압을 재보는 것이 좋다. 기립성 저혈압이 있는 노인은 어지럼증으로 잘 넘어지고 심한 경우 의식을 잃고 실신하면서 뼈가 부러질 수 있어 주의해야 한다. 노인들은 식후 저혈압이 나타날 수도 있다. 식사를 한 후 1시간 이내에 실신이나 어지럼증, 졸림 등의 증상이 나타나면 식후 저혈압의 가능성도 있다. 카페인은 내장혈관의 확장을 막아서 식후 저혈압을 막는 데 효과가 있다. 식사 후 걷는 운동도 저혈압을 막는 데 도움이 된다. 젊은 층에서는 기립성 빈맥이 자주 나타난다. 앉아있다가 일어났을 때 심장이 크게 두근거리는 경우다. 이런 증상들은 갑작스레 자세를 바꾸거나 운동, 열, 음식, 약물 복용 등으로 인해 심해질 수 있다.
계명대 동산병원 신경과 김현아 교수는 "어지럼증의 별다른 원인을 찾지 못한다면 이러한 기립성 빈맥이나 기립성 저혈압을 고려해봐야 한다"면서 "자율신경 이상에 의한 기립성 저혈압은 치료가 쉽지 않지만 다른 원인으로 인한 기립성 저혈압은 치료 효과가 좋다. 기립성 빈맥도 치료를 하면 90% 이상 호전될 수 있기 때문에 정확한 진단과 치료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도움말 대구가톨릭대병원 이비인후과 김이혁 교수, 계명대 동산병원 신경과 김현아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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