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난방공사 '얌체장사'에 대구하늘 벙커C유 오염

지역난방공사 다른 지역선 청정 LNG 사용,미세먼지 50배 황산화물 1500배 배출…대구&

한국지역난방공사가 대구에서 20년 가까이 대도시에서는 사용이 제한된 벙커C유를 열병합발전 연료로 쓰면서 대기오염을 유발하고 있다. 벙커C유는 천연연료인 LNG보다 미세먼지와 황산화물 등 오염물질을 수십 배에서 수천 배 더 많이 배출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사정이 이런데도 대구시는 느슨한 환경 기준을 적용해 난방공사의 이런 행태를 부추겨왔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벙커C유 사용, 대기오염 유발

열병합발전 연료로 벙커C유(황 함유율 1% 이하)를 사용하는 곳은 지역난방공사 전국 17개 지사 중 대구와 청주 두 곳뿐이다. 13개 지사는 LNG를, 또 수원시와 용인시는 벙커C유를 사용하지만 황 함유율이 0.3% 이하다.

벙커C유는 원유를 분별증류하는 과정에서 가솔린, 등유, 경유 등을 뺀 뒤 나오는 잔류를 주성분으로 한다. 탈황 작업을 거쳐 황 함유량이 적을수록 가격이 비싸고 오염물질 배출도 적다.

벙커C유는 연료로 사용되고 나서 황산화물과 미세먼지를 배출하기 때문에 대도시에서는 사용이 제한되고 있다. 관련 학계에 따르면 황 함유율 1% 이하 벙커C유는 LNG와 비교해 미세먼지는 약 50배, 황산화물은 무려 1천500배를 더 많이 배출한다. 황산화물과 미세먼지는 각종 질병을 초래하고 농작물과 건축물 등에도 피해를 준다. 또 황산화물 자체도 대기오염의 원인이지만, 공기 중에서 결합해 초미세먼지를 발생시킨다.

이런 이유로 대구는 벙커C유 사용을 줄여왔다. 대구 전체 벙커C유 사용량은 2011년 1억1천879만ℓ였는데, 지난해 8천419만ℓ로 감소됐다. 하지만 같은 기간 지역난방공사 대구지사의 벙커C유 사용량은 6천502만ℓ에서 6천711만ℓ로 오히려 늘었다. 이는 대구지역 전체 사용량의 80%에 육박한다.

그럼에도 난방공사는 시설 교체비용 부담을 이유로 LNG 방식으로 바꾸지 않고 있다. 지역난방공사 관계자는 "대구는 초기시설 투자 비용 때문에 만성 적자에 허덕이다 최근에야 이익을 보기 시작했다"고 했다. 관련업계는 대구의 시설을 LNG로 교체하는 데 드는 비용을 45억~55억원 정도로 추산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난방공사 대구지사가 사용하는 벙커C유와 LNG 사이의 가격 차이가 지난해 사용량 기준으로 109억에 이르는 것을 감안하면 비용 부담은 엄살이다"고 했다.

◆대구시 느슨한 기준, 벙커C유 사용 부추겨

대기환경보전법은 2001년 7월부터 대도시지역의 벙커C유 사용 시 황 함유율 0.3% 이하의 중유만을 사용토록 하고 있다. 그럼에도 난방공사가 대구에서 1% 이하의 벙커C유를 사용할 수 있었던 것은 대구시의 느슨한 규정 때문이다. 시는 배연'탈황시설을 설치했다는 이유로 난방공사 대구지사의 높은 황 함유율 벙커C유 사용을 묵인하고 있다.

2012년 기준 난방공사 대구지사의 황산화물(SOx) 배출은 최대 125ppm으로 수원과 함께 전국 지사 가운데 가장 많은 수준이었다. 질소산화물(NOx) 배출은 최대 150ppm으로 수원보다 2배, 파주보다 7.1배나 많았다.

시의 배출가스 허용기준도 느슨한 편이다. 같은 1% 황 함유율의 벙커C유를 사용하고 있는 청주지사와 비교했을 때 대구지사는 황산화물의 허용기준이 150ppm으로 청주의 허용기준(50ppm)을 3배 초과한다. 미세먼지 허용기준도 청주(25㎍/S㎥)의 2배인 50㎍/S㎥이다. 결국, 느슨한 허용기준 때문에 같은 벙커C유를 사용하는 청주는 황산화물을 최대 42ppm 배출하는 데 반해 대구는 최대 125ppm을 배출하고 있다.

난방공사 대구지사는 시가 제시한 배출가스 허용기준을 지켰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대구지사 관계자는 "탈황시설을 설치하고 꾸준히 배출가스를 점검하고 있어 오염물질 배출을 최소화하고 있다"고 했다.

대구시의 대기오염에 대한 인식도 문제다. 청주의 경우 올해 초부터 시와 시의회가 대기오염을 야기하는 LNG 전환을 적극적으로 추진, 최근 전환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하지만 지난해 세계에너지총회를 개최하고 청정에너지도시를 표방하는 대구의 경우 시나 시의회가 별다른 관심을 보이지 않고 있다.

백성옥 영남대 환경공학과 교수는 "대구의 허용기준이 느슨한 것은 황산화물 배출량을 줄이자는 전 세계적인 흐름에 위배된다"며 "황산화물이 발생하면 집진장치를 설치해도 초미세먼지는 걸러지기 어려워 대기오염에 영향을 미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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