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흘 뒤 14일부터 18일까지 프란치스코 교황(78)이 우리나라를 찾는다. 교황 요한 바오로 2세가 지난 1989년 두 번째로 한국을 다녀간 지 사반세기 만이다. 지난해 3월 베네딕토 16세 교황의 자의적 사임으로 전 세계 로마가톨릭 수장으로 선출된 프란치스코 교황은 리무진 방탄차 대신 십자가를 메고 낮고 청빈한 곳으로 스스로 내려갔다. 가난하고 소외받는 이들의 편이 되는 고난의 길을 선택했다.
어떤 종교를 가졌든지 여부에 상관없이 모든 계층에서 열광적 지지를 받는 프란치스코 교황의 방한은 한국 가톨릭에 더없는 영광이지만, 가톨릭 내부 경사만으로 끝날 일은 아니다. 세월호 사건 이후 공사(公私) 조직의 적폐와 무사안일에서부터 군부대에까지 뿌리깊게 스며든 인권유린과 악행의 독버섯으로 전방위적인 위기를 겪고 있는 대한민국호(號)에 던지는 시사점이 크다. 침몰이냐 재기냐의 기로에 선 대한민국에 프란치스코 교황은 3가지 메시지를 던진다.
하나는 사랑의 선택이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즉위 후 브라질과 팔레스타인'이스라엘'요르단 3국 순방에 이어 세 번째 해외 일정으로 한국을 찾기로 결정했다. 한국천주교는 세계에서 유일하게 선교사들의 도움 없이 자발적으로 천주교를 받아들이고 순교 성혈로 신앙을 꽃피운 나라이다.
병오박해(1846년)와 병인박해(1866년) 때 목숨 바쳐 천주교를 받아들인 김대건 신부 등 103위의 순교자들은 30년 전인 1984년 교황 요한 바오로 2세에 의해 성인품에 올랐고, 이번에는 한국의 103위 성인들의 순교 시기보다 더 앞선 신유박해(1801년)와 을해박해(1815년) 때 믿음을 증거한 124위를 복자품에 올리게 된다. 특히 이번에 대구경북에서 21위의 순교자가 복자품에 오르는 것은 을해박해가 경상도에서 터졌던 국지적 박해였기 때문이다.
둘째는 행동이다. 아무리 좋은 진리를 알고 좋은 말을 들었다 하더라도 그것을 실천해서 행동으로 보여야 가치가 있음을 보여준다. 그 행동도 거침이 없다. 손익이나 유'불리를 따지지 않는다. 아시아에서는 처음으로 프란치스코 교황의 한국행(行)이 성사된 것은 교황의 통 큰 결단에서 비롯됐다. 아시아청년대회에 와주십사 하는 우리 천주교의 요청을 외면하지 않고, 선뜻 당신의 여름휴가를 이용해서 가겠노라고 화답했다. 바티칸의 꽉 짜인 스케줄 차질을 막으면서 한국 교회의 시복식과 아시아청년대회를 무사히 치르게 됐다. 행동 하나로 어려운 일을 쉽게 풀어간다.
마지막은 쇄신이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지금까지 266대의 교황을 거쳐오는 동안 단 한 번도 교황명으로 채택되지 않았던 아시시의 성인 프란치스코 성인을 택했다. 이유는 중세 교회를 쇄신으로 이끈 프란치스코 성인이 걸어간 삶의 모습 때문이다. "무너져 내리는 교회를 살려라'는 음성을 듣고 그에 응답하며 교회 쇄신의 단초를 열었던 성인처럼 프란치스코 교황은 바티칸 안팎의 개혁을 몸소 실천하고 있다. 성직자의 성추행을 금지시키고, 바티칸에 검은돈이 들어오지 못하도록 마피아와의 결전을 불사하며 구조 조정에 나섰고, 첫 세족례를 여성을 포함한 12명의 죄수들에게 행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처럼 우리도 쇄신해야 한다. 그렇게 쇄신을 위해 신자 여부를 떠나 용기를 낼 것을 몸소 보여주고 있다. 쇄신하지 않으면 지구촌 유일의 분단국가이자 다양한 사회 갈등으로 전례 없는 국가 성장통(痛)을 겪고 있는 한국 사회는 희망이 없다. 서로 화해하고, 불의와 부패의 두려움을 떨치고 일어나 평화와 사랑의 새 세상을 위해 빛을 비추기를 바라고 있다. 10일 자로 천만 관객 돌파에 성공한 영화 명량에서 이순신 장군 역시 불과 12척의 판옥선으로 330척 전투함대와 수송단을 거느린 일본군을 물리칠 때 두려움을 나라를 위한 용기로 대반전시키는 전략을 썼다.
엉망진창 헝클어져 침몰 위기에 있는 대한민국이 프란치스코 교황처럼 내 것을 내려놓고, 약자들을 끌어안으며, 부정과 비리를 잘라버리는 쇄신에 성공한다면 다시 일어서지 못할 일도 없다. 그런 기적을 만들어낼 수 있는 힘은 우리들의 손에 달려있다. 교황처럼 단순하게 진리를 향해 나아가고, 부패와의 전쟁을 마다하지 않으며, 영원한 진리를 향해 한 걸음씩 나아가는 길 그것밖에 없다. 프란치스코 교황 방한이 갖는 의미의 불씨가 꺼지지 않도록 잘 살려 희망의 빛을 쏘는 게 우리들의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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