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구미판 도가니' SOL복지재단 보조금 부실 지원 왜?

자격 안되는데도 국비 수십억 챙겼다

'구미판 도가니 사건'(본지 1일 자 1면, 4'6일 자 4면, 5일 자 5면 보도)과 관련, 국가보조금을 횡령하고 장애인을 학대한 SOL복지재단이 법상 임원진도 제대로 갖추지 못한 상태에서 거액의 국고를 보조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채찍을 가해야 할 말에게 당근을 준 셈이었다.

대구'경북 인권시민단체는 "구미시가 당시 임원진조차 제대로 구성되지 못했던 SOL복지재단을 수십억원의 국고 등이 지원되는 장애인생활시설 사업자로 선정했다. 반드시 경위를 밝혀야 하며, 선정 과정에 문제가 있었다면 책임을 면키 어려울 것"이라고 주장했다.

본지 취재 결과, SOL복지재단은 1997년 7월 경상북도로부터 사회복지법인 설립 인가를 받았고, 2007년 8월 영유아 보육시설 설치운영사업, 노인의료복지시설 설치운영사업, 기타 위 목적달성에 필요한 사업 등으로 목적 변경 등기를 했다. 당시 Y(50) 대표이사와 그의 남편 P(53) 씨, S(65)'J(47)'K(37) 씨 등 이사 5명과 다른 K(50)'C(65) 씨 등 감사 2명만 등기부에 등록돼 있었다. 이사 수가 법적으로 정해둔 최소 인원인 7명보다 2명이 부족한 상태였다.

이후 2008년 2월 이사 2명과 감사 2명이 해임됐고, 새로 L(65) 씨 등 4명이 이사로 등재됐다. 이사는 최소 7명이라는 정족수를 채웠지만 감사가 없는 상황이 됐다.

이후 2008년 6월 3년 임기가 끝난 Y대표와 남편 P씨, J씨 등이 퇴임하면서 2011년 2월 말까지 대표이사도 없이 L씨 등 이사 4명만 남은 상황이 됐고, 이들도 2011년 2월 말 퇴임했다.

Y대표가 다시 이 법인의 대표이사로 취임한 2013년 1월 23일까지 약 5년간 대표이사와 감사도 없이 공석으로 법인이 운영되었던 것이다.

사회복지사업법(18조 임원 규정)에 따르면, 법인은 대표이사를 포함한 이사 7명 이상과 감사 2명 이상을 두어야 한다. 이를 위반할 경우 법인 설립허가 취소 사유에 해당한다. 아울러 법인의 대표자 및 이사, 감사의 결원이 있을 경우 2개월 이내 보충해야 한다.

임원을 임명하거나 면직할 때에는 반드시 선임, 해임을 결의한 이사회 회의록을 첨부해 자치단체장에게 보고해야 하고, 그 사실을 홈페이지에 3개월 이상 게시하도록 돼 규정돼 있다.

그러나 지도감독기관인 경북도와 구미시는 이 같은 사실을 파악조차 못 했다. 오히려 벌을 줘야 할 SOL복지재단에 사탕을 준 결과를 낳았다.

구미시는 2008년 8월 등록장애인 중 부양의무자가 없거나, 부양의무자가 있더라도 능력이 없어 시설입소가 필요한 중증장애인들에게 종합적이고 체계적인 재활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구미시 중증장애인 생활시설'을 설치'운영할 사회복지법인 모집에 나섰다.

이 과정에서 신청대상 자격을 구미에 주소를 둔 사회복지법인으로 제한했다. '중증장애인 자립생활센터 시범사업 기관 공모' 등 다른 사업에서는 지역제한을 두지 않았는데, 이번 사업 공모에서는 사뭇 다른 태도를 보인 것이다.

이 때문에 SOL복지재단과 K복지재단 2개 법인만 신청했고, 결국 이사진도 제대로 갖추지 못한 SOL복지재단을 최종 사업자로 선정했다. 더욱 심각한 문제는 SOL복지재단 측이 지난해 7월에야 '중증장애인요양시설 설치운영사업'을 법인 목적사업으로 추가했고, 지난달 29일 등기를 한 것으로 밝혀졌다. 애초에 장애인생활시설 설치사업자 대상도 아닌 곳을 선정한 것이다.

구미시 관계자는 "국비와 함께 구미시 예산도 많이 투입되기 때문에 지역 제한을 한 것이지 다른 의혹은 있을 수 없다"고 했다. 경북도 여성정책관실 관계자는 "법인 설립의 승인은 도지사 권한이지만 이후 관리 권한을 구미시장에게 위임했기 때문에 이후 등기부등본상 문제점에 대해서는 잘 모른다"고 했다.

구미시 관계자는 "담당 공무원이 그동안 수차례 바뀐 탓에 당시 사정은 잘 모르지만 그동안 관리가 소홀했던 것으로 보인다. 이번에 문제가 된 만큼 현재 임원진을 전면 교체할 생각이다. 투명한 임원진 구성을 위해 지역 사회복지위원회와 사회복지협의회를 통해 교수, 의사, 사회복지사 등 전문가를 추천받아 향후 설립자가 영향력을 행사할 수 없는 인물들로 운영진을 개편하겠다"고 했다.

한편, 대구'경북 인권시민단체 회원들은 '구미판 도가니 사건'과 관련해 12일 구미시청 정문에서 철저한 진상조사와 SOL복지재단 산하 시설의 즉각 폐쇄를 촉구하는 집회를 열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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