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김민배 전 인천발전연구원장의 '원포인트 조언'

"도시 개방성 높여야 대구 재도약"

대구가 부러워하고 있는 인천은 서해를 사이에 두고 드넓은 중국시장과 대면하고 있다. 서울을 중심으로 한 수도권을 배후시장으로 확보하고 있을 뿐 아니라 공항과 항만 인프라를 기반으로 동북아시아 물류거점으로 성장하고 있다. 초고층 건물들이 즐비한 송도국제신도시는 한국경제의 꿈나무로 자리매김한 지 오래다.

2010년부터 지난해 말까지 인천의 발전전략을 설계해온 김민배(56'인하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전 인천발전연구원장을 이달 1일 만나 인천에 비친 대구의 모습을 확인하고, 대구발전을 위한 훈수를 들었다.

◆실패 가능성까지 염두에 둬야

"대구와 인천의 차세대 성장동력을 꼽으라면 첨단의료복합단지와 송도국제신도시 정도가 될 것입니다. 두 사안 모두 장기간의 투자가 필수적인 사업입니다. 정부와 대기업이 최소 20년 이상 꾸준히 투자를 해야 성과를 낼 수 있는 장기 프로젝트입니다. 특히 생명과학산업의 경우 신약 및 의료기기 개발, 치료기술 혁신, 재활, 의료시스템 개선, 의료관광 등 그 분야가 아주 광범위합니다."

김 전 원장은 "대구의 경우 일정 부분 정부 지원이 이어진다 하더라도 자체의 역량을 감안하면 선택과 집중이 절대적으로 필요합니다. 이것저것 손댈 여력이 없다는 뜻입니다. 대구가 목표를 보다 구체적으로 정하고, 그 일을 책임지고 해나갈 '국가대표급 인재'를 5년 내에 모으는 일조차 쉽지 않은 과제가 될 것입니다."

또 지역의 100년 먹거리는 쉽게 얻어지지 않으며 실패 가능성까지 염두에 두어야 하는 상황을 감안하면 대구와 인천이 너무 순진하게 접근하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를 나타냈다.

그는 "행정가와 정치인의 역할을 모두 소화해야 하는 시장이 4년마다 바뀌는 상황에서 초장기 프로젝트에 도시의 역량을 꾸준히 집중하기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며 "정책의 일관성 측면에서 보면 여야 간 '정권교체'가 잦은 인천보다는 대구의 여건이 좀 더 낫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도시개방성 측면에선 문제

김 전 원장은 특히 대구시민들이 그동안 정치영역에서 보여왔던 결속력과 추진력, 그리고 인재활용 노하우는 향후 지역발전을 위한 중요한 자산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스포츠에 비유하자면 대구는 적어도 정치영역에서만큼은 우승을 맛본 지역"이라며 "'작품'을 추진하고 최종적으로 마무리할 수 있는 흔치 않은 저력을 갖춘 도시"라고 치켜세웠다.

다만 현대 도시의 흥망성쇠를 결정하는 '도시개방성' 측면에서는 아쉬움이 많다고 지적했다. 대구의 경우 지도자집단에서 도시의 발전전략을 두고 격론을 벌이거나 상호 견제하며 최적의 방향을 찾는 분위기는 찾아보기 힘들다는 것.

그는 "인천의 경우 현실적으로 '정권교체'가 가능한 '야당'이 꾸준하게 현 시정에 대한 비판을 쏟아내고 있으며 다양한 성향의 시민단체들이 도시의 진로에 대해 설득력 있는 지적과 주문을 하고 있는 반면 대구에서는 이 같은 역동적인 모습을 관찰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인천은 인구구성 측면에서 다양한 지역 출신들이 골고루 분포되어 있어 특정 지역'고교'대학 출신 등이 정치'경제'기술'문화'인문 영역을 장악하지 않은 채 팽팽한 균형을 이루고 있다고 설명했다.

인천은 이른바 터줏대감이 적다 보니 텃세도 없고 정책이나 도시를 바라보는 시각이 매우 도전적이고 비판적이어서 도시 투명성이 상대적으로 높은 편이라는 것.

◆가시적인 성과집착 곤란

김 전 원장은 인천의 경우 송도국제신도시에 너무 많은 역량이 집중되면서 구도심의 재도약이 지체되는 부작용이 있었다며, 기본적으로 시장은 도시 전체를 조망할 수 있는 행정가가 돼야 한다고 주문했다.

그는 대구의 경우 이번에 새로운 시장이 시정을 이끌게 된 만큼 현재 시행 중인 모든 정책의 추진 여부를 다시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김 전 원장은 "정치적인 이유 또는 타성에 의해 지속돼 온 정책들을 정비할 수 있는 기회로 삼아 시정을 제로베이스에서 검토해 보길 추천한다"고 말했다.

특히 천문학적인 예산을 들이지 않더라도 도시의 분위기를 확 바꿀 수 있는 정책을 생산할 수 있다며 시민들의 아이디어를 적극 수렴할 것을 제안했다.

그는 "시민들에게 자신들이 가장 필요로 하는 정책을 제시하라고 하고 시민들끼리 격렬한 토론을 거치게 한 뒤 선정된 정책을 추진했더니 정책만족도가 매우 높았다"며 "시민정책제안제도를 적극 활용할 것"제안했다.

◆수도권, 부산권, 광주권외에 대구권은 없다

그는 향후 한국사회가 수도권, 부산권, 광주권으로 재편될 것이라는 지적에도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단순히 대구의 인구가 줄어든다는 것 이상으로 어떤 인재(직업, 나이)들이 대구를 들고 나는지에 대해 고민하고 그 대책을 세워야 한다고 주문했다.

충남 서산 출신인 김 전 원장은 인하대 법과대학을 졸업한 후 모교에서 석'박사학위를 받았으며 현재 같은 대학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참여연대 의정감시센터 부소장과 인하대 학생처장을 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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