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휴가 잊은 CEO들 해외시장서 '영업 전쟁'

기업 총수들이 최근 앞다퉈 외유에 나섰다. 이번 방문은 휴가철을 맞아 다니던 예년과는 성격이 확연히 다르다. 국내 제조업 영업 환경이 악화되고 있는 가운데 해법 찾기에 나선 것이어서 주목된다.

우선 현대'기아차의 정몽구 회장의 분주한 발길이 눈에 띈다. 본사와 국내 생산공장들의 하계 휴가기간(4~8일)인 이달 4일 정상적으로 출근해 주요 현안을 챙겼다. 이 같은 행보는 지난주 말 노사 협상이 결렬돼 노조 파업이 곧 뒤따를 것으로 예상되는데다 미국 시장 리콜 조치, 원화 강세로 인한 수익성 하락 등 하반기 경영 현황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일들이 최근 잇따라 발생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5일에는 미국으로 떠났다. 4일간 미국 동서를 횡단하며 현지 사업장을 둘러보는 강행군을 폈다. 방문 첫날 캘리포니아주 파운틴밸리에 위치한 현대차 미국 판매법인을 방문해 업무보고를 받고 신차 판매 현황과 마케팅 전략을 점검했다. 방미 이튿날에는 앨라배마와 조지아주에 위치한 현대'기아차 현지공장을 차례로 찾아 생산 차량들의 품질을은 점검했다. 이외에도 방미 기간 중 로버트 벤틀리 앨라배마주 지사, 네이선 딜 조지아주 지사 등 지방정부 관계자들을 만나 상호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정 회장의 이번 미국 방문은 지난해 5월에 이어 15개월 만이다.

업계에서는 "독일 자동차들의 국내시장 잠식과 해외 판매 저조 등 악재를 해결하기 위해 승부수를 띄우고 있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아예 미국에서 장기 투숙 중이다. 이 부회장은 미국 출장길에서 돌아온 지 2주 만인 지난달 29일 시애틀로 다시 출국했다. 앞서 이 부회장은 지난달 8~13일(현지시간)까지 6일간 미국 아이다호주 선밸리에서 열린 '앨런앤코 미디어 콘퍼런스'에 참석했다.

휴가철에 으레 들렀던 하와이 별장은 쳐다보지도 않고 특허전쟁을 벌이고 있는 애플과 담판을 짓기 위해 동분서주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최근 삼성전자와 애플의 화해 분위기가 곳곳에서 감지된다. 애플은 1심 배상(9억3천만달러) 판결에 더해 삼성전자 판매금지를 끌어내기 위해 제기한 항소를 포기했다. 양사는 수입금지 명령을 둘러싼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의 판정에 대한 항고도 나란히 취하한 바 있다. 특히 애플이 미국 이외 국가의 특허 분쟁을 끝내기로 이달 6일 합의한 배경에는 이 부회장의 역할이 컸다고 한다.

구본무 LG그룹 회장은 예정에 없던 중국행을 잡았다. 디스플레이 공장 준공식에 참석하기 위해서인데 중국 사업은 구 회장 본인이 직접 챙기겠다는 의지를 표현한 셈이다. 준공식에는 구 회장과 LG 수뇌부뿐 아니라 중국 고위 인사들도 참석하는 중요한 자리다. 구 회장은 최근 "LG가 한 단계 도약하려면 세계 최대 시장인 중국을 적극 공략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재계 관계자도 "'관계'를 중시하는 중국 입장에서 봤을 때 오너가 나서서 중국 시장을 개척하는 모습은 인상적"이라고 전했다.

앞서 구 회장은 지난달 4일 신라호텔에 설치된 LG 전시관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안내를 직접 맡았는데 평소 잘 매지 않는 빨간색 넥타이까지 맬 정도로 시 주석 영접에 신경을 썼다고 한다.

박상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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