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열한 지방선거가 끝났고, 지방자치단체장들이 취임한 지도 벌써 한 달이 훌쩍 넘었다.
지방이 어렵다고들 한다. 하지만 대구경북만 할까. 대구가 3대 도시의 명성을 떨쳤던 때는 아득해 보인다. 경북을 이끌고 있는 포항, 구미, 경산 등도 예전 같지 않다는 소리가 여기저기서 들린다. 아니, 고사 직전이라고들 한다.
이 때문에 새 출발을 한 지역 리더인 대구시장, 경상북도지사에 대한 바람과 기대는 그 어느 때보다 크고 높다.
경륜을 갖춘 관록의 김관용 경북도지사와 상대적으로 젊음과 패기를 내세우는 권영진 대구시장이 조화를 이뤄 대구경북의 옛 영광을 재현하기를 바라는 마음은 시도민들이 한결같을 게다.
'지금 이대로는 안 된다'는 지역민들의 절박함에 두 단체장의 초기 행보도 현재까지는 잘 부응하고 있는 것 같다.
김관용 지사는 지난달 25일 청와대를 찾았다. 박근혜 대통령이 주재한 전국시도지사협의회 오찬 간담회에 참석하기 위해서였다. 다른 시도지사들이 오찬 간담회에 맞춰 청와대를 찾은 것과 달리 김 지사는 일찌감치 도착해 발 빠르게 움직였다. 청와대 비서실을 포함한 11개 수석비서관 사무실을 일일이 돌며 비서관들에게 깍듯이 인사를 했다. '낙후된 대구경북을 잘 살펴달라'는 취지였다.
이날 전국 시도지사 가운데 청와대 수석비서관 사무실을 찾은 이는 김 지사가 유일했다. 물론 중앙 부처가 있기는 하지만, 청와대 수석비서관들은 경제팀을 포함해 대통령의 국정 철학을 실현할 각 분야의 컨트롤타워로, 그 역할이 막중하다고 할 수 있겠다. 이런 면에서 2기 내각과 함께 새 진용을 갖춘 청와대 참모진과의 스킨십에 한발 앞선 김 지사의 정치력에 지역민들은 박수를 보낼 것이다.
청와대 한 비서관은 "참모들이 많이 바뀌었기 때문에 이날 시도지사 몇 분이 찾을 것으로 예상했지만, 경북도지사 한 분만 오실 줄은 몰랐다"며 "항상 나이를 뛰어넘는 열정에 놀란다"고 말했다.
낮은 자세로 광폭 행보를 보이고 있는 권영진 대구시장도 역대 관료 출신과는 또 다른 면모를 보여주며 시민들의 기대치를 높이고 있다.
지난달 14일 새누리당 전당대회(서울)에 대의원 자격으로 참석한 권 시장은 당 대표가 선출되기도 전 투표만 마친 채 곧바로 세종시로 향했다. 내년도 지역 예산의 결정권을 쥔 각 부처, 특히 기획재정부가 세종시에 있기 때문이었다. 기재부 직원들이 퇴근하기 전 10분이라도 빨리 도착하기 위해 KTX 대신 승용차를 타고 고속도로를 달렸다. 6시쯤 도착하는 바람에 "직원들이 대다수 퇴근해 청사에 들어가도 헛수고이니, 이미 약속된 기재부 간부들과의 만찬장으로 곧바로 이동하자"는 수행원들의 말을 뒤로한 채 무작정 청사로 들어섰다. 마침 예산 심사 작업을 진행하는 기재부 직원들이 꽤 남아 있었고, 권 시장은 실국을 돌며 일일이 허리를 숙였다.
"세종시도 지방이지요? 대구도 지방입니다. 대구와 관련된 일이 있으면 잘 부탁합니다."
권 시장은 청사에 남아 있는 직원들을 대다수 만난 뒤에도 대구로 향하지 않았다. 호텔도 아닌 여관에서 하룻밤을 보내고 다음날 또다시 기재부를 찾은 것이다. 전날 만나지 못한 실국장, 직원들과 모두 인사를 건네고서야 "대구 공무원들의 중앙 부처 발길이 더 잦아야 한다"고 일침을 놓았다.
이 같은 두 단체장의 행보에 맞춰 시'도의회도 '시'도정 견제와 감시'라는 본연의 역할과 함께 지역 발전을 위한 통 큰 움직임에 대해서는 힘을 실어줄 필요가 있겠다. 잘못된 시'도정에 대해서는 엄한 잣대를 들이대야겠지만, 우격다짐식 발목 잡기는 곤란하다는 얘기다.
김 지사는 최다선(기초 포함 6선) 민선 단체장이자, '최고령'(71) 광역단체장이다. 관록에 대한 높은 평가에도 불구하고, 고령과 광역단체 3선 연임이라는 부담도 안고 있다. 권 시장은 정치 경력 대부분을 서울에서 쌓았기 때문에 선거운동 당시 서울 말씨를 쓰는 부인에 대한 관심을 극도로 꺼릴 정도로 '서울 정치인'이란 꼬리표에 민감했다.
두 단체장의 취임 초 의욕과 열정이 돋보인다. 이 같은 여세를 4년 내내 이어가 대구경북의 새로운 도약을 견인해 낼 때 '최고령'과 '서울 정치인'이란 꼬리표는 당연히 무색해질 터이다.
댓글 많은 뉴스
권영세 "이재명 압도적 득표율, 독재국가 선거 떠올라"
이재명 90% 득표율에 "완전히 이재명당 전락" 국힘 맹비난
이재명 "TK 2차전지·바이오 육성…신공항·울릉공항 조속 추진"
이재명, 민주당 충청 경선서 88.15%로 압승…김동연 2위
전광훈 "대선 출마하겠다"…서울 도심 곳곳은 '윤 어게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