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동호동락] 스쿠버다이빙-우도

제주의 '영주십경'처럼 우도에는 '우도팔경'(牛島八景)이 있다. 우도는 소가 누워 있는 것처럼 생겼다고 '소섬'이라 부른다. 제주 창조설화 설문대할망 전설에는 할망이 워낙 거인이라 앉아서 오줌을 누었는데, 그 세기가 엄청나 떨어져 나간 땅이 소섬이 되었다고 전한다. 그 오줌 줄기가 어찌나 세었던지 지금도 본도와 소섬 사이에는 조류가 세기로 유명하다. 소섬의 소머리에 해당하는 부분이 기생화산인 해발 132m의 쇠머리오름이고, 그곳에 등대가 있는데 우도봉이라고도 부른다.

우도팔경 중 하나인 동안경굴(東岸鯨窟: 동족 언덕에 고래가 살 수 있는 정도의 큰 굴이라는 뜻)은 검멀래해안(검은모래해변)과 함께 동굴음악회로도 유명하다. 이중 동굴로 이뤄진 이곳은 썰물이 되어야 입구를 찾을 수 있는데 들어가는 곳은 작지만 안에 있는 굴은 별세계를 이룰 정도로 신비스럽고 환상적이다. 또 서빈백사((西濱白沙'산호해수욕장)를 보게 되면 '우리나라에도 이런 곳이 있어?'라고 할 정도로 경이롭고 아름답다. 새하얀 모래를 집어보면 산호 가루처럼 느껴진다.

그러나 사실은 산호 파편이 아니라 홍조류가 이 일대 바다에서 자라 서식하고 그 단괴가 해안으로 밀려와 퇴적된 것이다. 2004년에 천연기념물 438호로 지정되는 등 국내 유일의 홍조단괴 지역이나 해안도로 건설 탓인지 유실이 일어나고 있다. 필자는 대개 이 서빈백사에서 야영을 하며 스킨다이빙을 즐긴다. 지중해나 홍해도 부럽지 않은 서빈백사가 점차 유실되어간다니 안타깝기 그지없다.

전에는 소섬에서 스쿠버다이빙이 금지되었으나 지금은 다이빙을 할 수 있다. 우도다이빙리조트가 있어 편리하고 안전하게 소섬의 신비한 물속을 즐길 수 있다. 숨겨진 비경이 물질꾼들을 압도한다. 삼각여, 진빌레, 숨은여, 콧구멍, 청석빌레, 넓은지, 우도동굴 등 명포인트들이 즐비하다. 수심 15m에 있는 삼각여는 검멀네라고도 불리는데, 높이 15m, 깊이 50m가량의 수중동굴이다. 입구 주변에는 해송, 홍산호류, 분홍바다맨드라미, 가시수지맨드라미 등이 다양하게 발달되어 있어 원색의 향연을 보여준다.

동굴다이빙은 매우 위험하다. 하지만 포인트로 개발된 이곳은 안전하게 신비한 동굴다이빙의 스릴과 매력을 즐길 수 있다. 안전한 장비와 잠수실력, 현지 가이드의 안내를 받고 규정만 잘 지키면 멋진 다이빙 추억을 담아올 수 있다.

규정을 지키지 않으면 사고가 일어난다. 몇 해 전 제주 화순동굴에 들어간 두 명 중 한 명이 나오지 못한 사고가 있었다. 사고가 있은 몇 년 뒤 다시 TV팀이 화순동굴에 들어가 보니 잠수복과 장비가 발견돼 안타까움을 자아낸 적이 있었다. 사고는 부유물이 일어났는데 입구를 찾은 생존자는 살아났고, 한 명은 입구를 찾지 못해 죽은 것이다.

민물다이빙을 할 수 있는 초당동굴도 동굴다이빙으로 유명하다. 아는 후배는 탐색줄 없이 스킨다이빙으로 들어갔다가 입구를 못 찾아 허둥대는 순간 동료가 물 밖에서 비춰준 불빛을 보고 간신히 빠져나온 적도 있었다. 그만큼 동굴다이빙은 위험하다.

다이빙은 무모하게 시도하면 꼭 사고가 일어난다. 다시 한 번 강조하지만 우연히 만난 난파선이나 수중동굴은 매우 위험하니 들어가서는 안 된다. 역설적이지만 동굴다이빙이나 난파선다이빙을 즐기려면 확실한 안전대책과 장비, 충분한 훈련, 현지사정을 잘 아는 안내자가 반드시 필요하다.

성산일출봉과 함께 소섬은 독특한 지형과 장엄함을 보여준다. 이생진 시인은 성산포를 이렇게 노래했다. '마시기는 내가 마시는데 취하기는 바다가 취한다'고. 그만큼 아름답다. 꼭 한 번 가보기를 강력 추천한다.

고경영(스쿠버숍 '보온씨테크'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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