쌀 석 섬
안상학(1962~ )
권정생 선생은 평소 자신의 몸 상태를
멀쩡한 사람이 쌀 석 섬 지고 있는 것 같다 했다
개구리 짐 받듯 살면서도
북녘에서 전쟁터에서 아프리카에서
굶주리는 사람들 짐 덜어주려 했다 그리했다
짐 진 사람 형상인 어질 仁
대웅보전 지고 있는 불영사 거북이
짐 진 자 불러 모은 예수
세상에는 짐을 대신 져주며 살았던 사람들이 있다
그들의 삶은 하나같이 홀가분하다
-시집 『그 사람은 돌아오고 나는 거기 없었네』실천문학사, 2014.
권정생, 그 이름 불러보면 언제나 숙연해진다. 어느 글에선가 그를 '하느님을 가장 많이 닮은 사람'이라 쓴 적이 있다. 젊은 시절부터 병을 얻어 장가도 가지 못하고 오두막에서 글만 쓰다가 갔다. '강아지똥' '몽실언니' 등 그가 쓴 글이 독자들에 감동을 주면서 적지 않은 인세가 들어왔지만 모두 어려운 사람들에 주고 선생은 여전히 빌뱅이언덕 오두막에서 가장 소박하게 살았다. 어린이 책을 써서 들어온 돈은 어린이를 위해 써야 한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었다.
병고가 깊어져 남긴 유언장에서 앞으로 나올 인세를 북녘과 아프리카에 굶는 아이들을 위해 써 달라고 했다. 장례식에서 그의 유언장이 낭독될 때 눈물바다가 되었던 광경이 지금도 생생하다. 그의 유지를 받은 그의 지인들이 '권정생어린이문화재단'을 만들어 운영하고 있다.
쌀 석 섬 진 것 같은 고통스러운 나날을 살면서도 늘 자신보다 어려운 사람들을 생각했고 그들을 위한 삶을 실천했던 그의 삶은 여느 성자와 다르지 않다. 어쩌면 그는 안상학이 즐겨 쓰는 말 '안동숙맥'의 원조일지도 모른다. 성자와 바보는 닮은꼴이니까.
권서각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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