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경하는 프란치스코 교황님께 올립니다.
모든 종교의 본질은 상생(相生)과 화해라는 평화 추구에 있습니다. 불교의 '불이사상'(不二思想)도 '너와 내가 다르지 않은, 둘이 아닌 하나'라는 가르침입니다. 소탈하고 청빈한 삶으로 몸소 사랑을 실천하시는 교황님께서는 이미 가톨릭의 울타리를 넘어선 세계인의 지도자이십니다. '다름'이 '틀림'이 아님을 보여 주시며 자비와 사랑으로 스스로 낮고 험한 곳에 임하셨습니다.
중생들을 차별 없이 따뜻하게 보듬어 안음에, 많은 사람이 감동을 하고 있습니다. 국가도, 인종도, 종교도 다르지만, 그 다름이 틀림이 아님을 실천하시는 교황님을 보며, 한국 국민은 마음에 존경을 담아 큰 손님을 맞이하고 있습니다. 그 넓은 지도력으로 이념과 사상의 갈등이라는 불행을 거두어내고, 화해의 길을 가시는 교황님의 교훈을 세계가 깨달아야 합니다.
대표적 다종교 사회인 한국에서는 특히 종교 간 화합이 중요합니다. 저는 '2002년 천주교 서울대교구 시노드'에 이웃 종교인으로 초청을 받은 적이 있습니다. 명동성당 본당에서 축하 법문을 했었는데, 성당을 꽉 채운 천주교 신자들은 재미없을 법한 제 강연에 큰 박수를 보내줬습니다. 당시 천주교 원로이셨던 김수환 추기경님께서도 강단에 배석해 주셨던 터라, 지금도 새록새록 그때의 감동이 떠오릅니다. 교황님의 방한을 계기로 천주교와 개신교의 기독교가 더욱 가까워지고, 동서양의 종교와 사상이 균형 있게 어우러져 정신문화 위기의 한국이 제자리를 잡기를 바라봅니다.
프란치스코 교황님!
성 베드로 광장의 순례자들에게 자애의 손을 흔들어 화답하시는 교황님의 모습을 텔레비전을 통해 자주 보았습니다. 그때마다 저는 교황님의 손바닥이 행복의 열쇠라고 느꼈습니다.
로댕의 조각에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우고 있는 '신(神)의 손'이라는 작품이 있습니다. 유대인들은 이 '신의 손'의 엄지손가락이라는 선민사상에 도취하여 자신들만이 유일하게 하나님께 선택받은 민족이라 자부합니다. 역설적으로 유대인들의 눈에는 팔레스타인 등 다른 민족은 새끼손가락만도 못하게 치부된다는 뜻이 될 수도 있을 것입니다. 서양에서 가운뎃손가락은 상대에게 욕을 하는 수단으로 이용되기도 합니다. 이렇게 다섯 손가락에 함축되어 있는 인간의 분별심이 너와 나를 구분하여 작게는 가정에서부터, 크게는 국가에 이르기까지 끝없는 분쟁의 씨앗이 되고 있습니다.
'뛰어 보았자 부처님 손바닥'이라는 한국 속담처럼 교황님의 손바닥은 최고라는 엄지손가락, 약자를 상징하는 새끼손가락, 비아냥을 뜻하는 가운뎃손가락까지 모든 것을 포용하고 계십니다. 부디 그 자애로운 손바닥을 중생들에게 지금처럼 늘 드러내 주소서!
프란치스코 교황님!
교황님의 방한 소식을 접하고, 한국 초창기의 천주교 역사를 뒤돌아보았습니다. 1801년 신유박해 때 관으로부터 쫓기는 천주교 신자들을 천진암에 숨겨 주다가 10여 명의 스님이 참수되었을 만큼, 한국불교는 한국 천주교 발상 초기에 천주교인과 아픔을 함께했던 역사를 가지고 있습니다.
이 신유박해 때 천진암을 비롯하여 전국적으로 100여 명의 순교자를 낸 조선의 천주교 신자들은 이 땅에 성직자를 보내달라는 서한을 교황에게 보냈습니다. 그 편지에는 당시 박해를 가했던 순조(順祖) 임금의 병환 회복을 천주님께 기도해 달라는 애국심도 잊지 않고 있습니다. 그때 로마 교황 비오 7세는 나폴레옹과의 대립으로 풍텐블로 성에 감금되어 있었기에, 옥중에서 이 편지를 읽고서 '교황의 가슴이 갈기갈기 찢어졌다'고 당시의 상황을 기록으로 남기고 있습니다.
프란치스코 교황님께서는 손바닥이 갈라지는 고통이 따를지언정, 약한 자와 낮은 곳의 정의를 위해 그 소명을 다할 것이라고 세계인들은 믿고 있습니다. 전 세계의 화합을 이끌어 주시고, 상생이라는 가르침을 주십시오. 온 세상의 선지식으로서 오래도록 꺼지지 않는 등대를 생각해 봅니다. 부디 강건하십시오!
지거 스님 청도 용천사 주지. 전 동화사 부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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