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평화란 단순히 전쟁 없는 게 아니라 용서하는 정의"

청와대서 방한 후 첫 연설

프란치스코 교황이 14일 오후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정상연설에서 박근혜 대통령이 경청하는 가운데 연설하고 있다. 연합뉴스
프란치스코 교황이 14일 오후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정상연설에서 박근혜 대통령이 경청하는 가운데 연설하고 있다. 연합뉴스

프란치스코 교황은 4박 5일의 방한 일정 첫날인 14일 오후 청와대에서 박근혜 대통령을 만나 공직자들에게 연설하는 것으로 공식 일정을 시작했다.

교황은 이날 오후 청와대에서 박근혜 대통령과 면담을 갖고 "한반도는 점차 하나가 될 것이므로 이를 위해 기도하겠다"고 밝혔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한국은 하나의 언어를 사용하는 점이 평화의 씨"라며 "이를 잘 심고 가꾸어 나가면 된다"고 했다. 이산가족 상봉 문제와 관련, "떨어져 사는 이산가족의 아픔을 이해하며, 가톨릭 교회가 이의 해결을 위해 지속 지원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교황은 "박 대통령과 수차 서한 교환을 통해 대통령의 주된 관심사가 평화에 있다는 것을 기억하고 있다"며 "평화는 하느님의 선물이며, (대통령께서) 이 선물을 위해 열심히 노력하고 있는 것을 잘 알고 있다"고 했다.

이에 박 대통령은 "한반도 평화 정착과 통일시대가 열릴 수 있도록 교황의 지속적인 관심과 기도를 희망한다"고 요청했다. 이어 박 대통령은 "한반도 평화에 대해 많은 관심을 갖고 기도도 해주고 애정을 보내준 데 대해 감사드린다"며 "지난 4월 세월호 침몰사고 희생자와 유가족에게 위로를 전해주고 기도해 준 데 대해서도 감사드린다"고 덧붙였다.

공식환영식에서는 박 대통령이 먼저 연설에 나서 "교황의 방한이 오랜 분단의 상처를 치유하고 한반도에 희망의 통일시대를 열어가는 소중한 계기가 될 것으로 믿는다"는 환영의 인사말을 했다.

이어 연단에 오른 교황은 13분간 이어진 연설에서 한반도 평화의 중요성을 거듭 역설했다. "평화는 단순히 전쟁이 없는 것이 아니라 '정의의 결과'"라며 "평화란 상호 비방과 무익한 비판이나 무력시위가 아니라 상대방의 말을 참을성 있게 들어주는 대화를 통해 이뤄질 수 있다는 확고부동한 믿음에 바탕을 둔다"고 말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또한 "정의는 과거의 불의를 잊지는 않되 용서와 관용, 협력을 통해 불의를 극복하라고 요구하며, 상호 존중과 이해, 화해의 토대를 건설하는 가운데 서로에게 유익한 목표를 세우고 이뤄 가겠다는 의지를 요구한다"고 남북 문제의 해법을 제시하기도 했다.

그는 "한국의 민주주의가 계속 강화되기를 희망하며, 연대의 세계화에서도 한국이 앞장서 주기를 바란다. 한국의 평화 추구는 이 지역 전체와 전쟁에 지친 전 세계의 안정에 영향을 미친다"고 말했다.

교황은 세계 가톨릭 수장답게 순교로써 신앙을 지켜 온 한국 교회와 청년들에 관한 깊은 애정과 관심도 표시했다. 그는 "지혜롭고 위대한 민족은 선조들의 전통뿐 아니라 과거 전통을 물려받아 현재의 도전에 적용할 젊은이들을 귀하게 여긴다. 이번 청년대회처럼 젊은이들이 함께 모이는 자리는 그들의 희망과 관심사를 들을 수 있는 소중한 기회"라고 했다.

김병구 기자 kbg@msnet.co.kr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