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대통령 취임 후 첫 공항 영접, 비행기 내리자 스페인어 인사

박근혜 대통령 각별한 예우…흰 수단 맞춰 연분홍빛 정장

외국정상을 맞이 하기 위해 공항에 직접 영접을 나간 것은 박근혜 대통령 취임 이후 첫 번째의 일이다. 그만큼 박 대통령은 역사적인 한국방문에 나선 교황을 각별하게 영접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이 세계인의 존경을 받는 종교 지도자이고, 고령(한국 나이로 79세)인 점을 고려해 세심한 측면까지 신경을 써가며 교황을 영접한 것이다.

이에 앞서 개인적으로도 천주교 신자인 박 대통령은 친서 전달 등의 방법으로 5차례나 교황의 방문을 요청할 정도로 교황의 방한 성사를 위해 노력해왔고, "행사 준비와 지원에 소홀함이 없도록 해주기 바란다"고 내각에 지시하는 등 교황 맞이에 공을 들였다.

박 대통령은 이날 오전 성남 서울공항에서 열린 영접 행사에서 교황의 사제복인 흰색 수단(Soutane)에 맞춰 연분홍빛 상의와 회색 바지 정장을 차려입고 교황을 맞이했다. 교황이 비행기에서 내려 레드 카펫 위에 올라서자 박 대통령은 "비엔베니도 아꼬레아"(Bienvenido a Corea. 한국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라며 간단한 스페인어로 환영 인사를 전했다. 교황이 아르헨티나 사람이라는 점을 고려한 배려였다.

박 대통령은 "이번 방한을 계기로 우리 국민에게 따뜻한 위로가 전해지고 분단과 대립의 한반도에 평화와 화해의 새 시대가 열리기를 바라는 마음"이라고 말했고, 교황은 "마음속에 깊이 간직하고 왔습니다. 그동안 베풀어 주신 배려를 느끼고 있습니다"라고 화답했다. 박 대통령은 또 국산 소형차에 올라타는 교황을 향해 "노스베모스 루에고"(Nos vemos luego. 이따 뵙겠습니다)라며 다시 스페인어로 인사를 전했다.

이날 오후 청와대에서 열린 공식 환영식에서도 박 대통령의 깍듯한 예우는 이어졌다. 가랑비가 내리는 가운데 교황이 탄 소형차가 청와대 본관에 도착하자 박 대통령은 쓰고 있던 우산을 치우고 교황을 맞이했다. 박 대통령은 교황에게 "(공항 도착 이후) 좀 쉬셨습니까"라고 물었고, 교황은 "이곳에 오게 돼 기쁘게 생각하고 만족합니다"라며 스페인어로 화답했다.

20분간의 면담이 끝난 뒤에는 박 대통령은 화목문(花木紋: 꽃'나무 무늬) 자수 보자기 액자를 교황에게 선물했으며, 교황은 바티칸의 전경이 그려진 액자를 박 대통령에게 전달했다.

김병구 기자 kbg@msnet.co.kr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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