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란치스코 교황은 14일 오후 청와대 방문을 마친 뒤 서울 중곡동 한국천주교중앙협의회에서 한국 주교단과의 만남을 가졌다. 교황은 이 자리에서 먼저 "한국 교회의 활기찬 삶을 직접 보게 된 것은 저에게 커다란 복"이라며 한국 가톨릭교회를 향한 첫 인사를 했다. 교황은 또한 주교단에게 "윤지충 바오로와 그 동료들의 시복은 순교자들이 뿌린 씨앗으로 이 땅에서 은총의 풍성한 수확을 거두게 하신 주님께 감사를 드리는 기회"라며 "여러분은 평신도에서 시작돼 여러 세대에 걸친 그들의 충실성과 끊임없는 노고로 크게 자라난, 매우 비범한 전통의 상속자들"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이어 프란치스코 교황은 "한국 교회의 역사가 하느님의 말씀과 직접 만나 시작됐다는 것은 뜻이 깊다"며 "한국 교회는 그 순수함에 거울을 보듯이 자신을 비춰 자신의 진정한 모습을 추구해야 한다"는 당부의 말도 했다.
교황은 이 자리에서 주교단을 향해 주교직 임무의 두 가지 중심 측면으로 기억의 지킴이와 희망의 지킴이가 될 것을 강조했다. 교황은 또 "노인들의 기억과 지혜와 경험, 그리고 젊은이들의 열망을 외면한다면 우리가 어떻게 희망의 지킴이가 될 수 있겠느냐"며 젊은이의 교육에 대한 배려와 가난한 사람들에 대한 관심과 연대 등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교황은 이어 "예수 그리스도 안에서 드러난 하느님의 은총과 자비의 복음이 가져다주는 희망, 순교자들을 감격시킨 그 희망의 지킴이가 돼야 한다"며 "물질적인 번영 속에서도 어떤 다른 것, 어떤 더 큰 것, 어떤 진정하고 충만한 것을 찾고 있는 세상에 이 희망을 선포해야 한다"고 밝혔다.
교황의 낮은 데로 임하라는 메시지가 이어졌다. 교황은 "가난한 자를 위해 존재하는 교회가 가난한 자를 잊으면 안 된다"고 강조했다. 교황청 대변인 페데리코 롬바르디 신부는 이날 저녁 서울 롯데호텔 프레스센터에서 연 브리핑에서 "교황은 주교단과의 만남에서 교회가 경제적으로 풍요로워지면 가난한 자를 잊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며 이 같은 내용을 전했다.
롬바르디 대변인은 또 "교황이 오늘 청와대와 한국주교단 연설을 통해 강조한 주제는 평화와 화해였다"며 "남북 간에 긴장과 갈등이 이어지고 있는 한국은 평화 구축을 위해 많은 노력을 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교황의 오늘 연설은 한국사회뿐 아니라 아시아와 전 세계를 향한 것이었다"고 설명했다.
이에 앞서 한국 천주교 주교회의 의장 강우일 주교는 환영사를 통해 "귀한 발걸음을 해주신 교종(敎宗)께서 이 땅에 하느님의 복을 기원해 주시고, 평화를 향한 아시아 여러 민족들의 크나큰 소망이 현실로 이뤄지도록 풍성한 축복과 지혜를 나누어 주시기를 청원한다"고 말했다.
황희진 기자 hhj@msnet.co.kr
교황방한위원회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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