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 대구 수성구 사월동의 성림노인요양원 2층에서는 치매 노인과 중증 환자를 대상으로 한 오카리나 공연이 열렸다. 옷을 맞춰 입은 10명의 봉사단원들이 오카리나를 들고 30여 명의 노인들 앞에 서자 환자들의 표정은 밝아졌다. 본격적인 공연을 시작하기에 앞서 10분 정도 몸풀기 체조를 했다. 공연을 즐길 몸과 마음의 준비를 하는 것이다. 첫 곡은 '갑돌이와 갑순이'. 노래방 기계의 반주에 맞춰 오카리나 연주가 시작됐다. 노인들은 하나 둘 노래를 따라 부르고 연습한 대로 손뼉도 쳤다.
문화시설과 몸은 가까이 있어도 이동하기 어려운 사람들이 있다. 신체적, 정신적, 경제적인 이유로 문화에 소외된 사람들이다. 수성구 주민들이 모여 만든 '어울림 오카리나 앙상블'은 문화생활에 소외된 사람들을 대상으로 공연 봉사활동을 하고 있다. 매주 화요일을 '봉사를 위한 날'로 정하고 장애인 복지관과 요양원을 번갈아 가면서 방문한다. 3년 전 만든 취미생활 중심의 오카리나 모임이었지만 '나눠서 행복해지자'라는 마음으로 2년 전부터 일종의 '재능 기부'를 하고 있는 셈이다. 현재는 성림요양원과 청곡장애인복지관, 천주성삼요양원에서 오카리나가 전하는 행복을 전파하고 있다.
이들은 일주일에 한 번이지만 요양원에 있는 어르신이나 치매환자들에게 웃고 즐길 수 있는 시간을 주기 위해 공연을 연다. 이는 봉사단이 공연 프로그램을 다양하게 준비하고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공연 중간에는 마술 공연과 동화구연도 진행된다. 어울림 오카리나 앙상블 대표 성영주(46) 씨는 "오카리나 공연만 하면 어르신들이 지겨워하실 수 있어서 다른 공연도 섭외해 함께 선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노인들은 마술 공연을 보며 감탄사를 쏟아냈다. 봉사 단원 박명숙(59) 씨는 "감탄하며 즐거워할 일이 일상에는 많이 없을 텐데 공연을 보시면서 감탄사를 쏟아내는 어르신들을 보면 오히려 저희가 더 즐겁다"고 말했다.
30분이 지나자 오카리나 공연은 노래자랑 무대로 바뀌었다. 환자들이 직접 선곡해 노래자랑에 나선 것이다. 오카리나 공연은 노인들에게 즐거움 그 이상을 준다. 적극적으로 공연에 참가하면서 자존감을 높이는 기회로도 작용한다. 봉사 단원 김주미(56) 씨는 "노래를 같이 부르다 보면 어르신들의 자존감도 높아지고, 또 가사를 억지로 기억하게 하니까 정신 건강에도 도움이 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봉사 단원들이 "부르고 싶은 노래 없어요?"라고 묻자 여기저기서 신청곡들이 쏟아졌다. 마이크를 손에 쥔 어르신들은 반주에 맞춰 또박또박 가사를 기억해가며 불렀다. 한 시간의 공연이 끝나자 조용했던 요양원에는 활기가 넘쳤다. 여기저기에서는 아쉬워하는 목소리도 들렸다. 성영주 씨는 "비록 실력은 모자라지만 일주일을 기다려주시는 어르신들을 보면 덩달아 힘이 생긴다"고 말했다.
어울림 오카리나 앙상블은 지난해 1월부터 대구문화재단의 '해피핸즈' 프로그램의 지원을 받아 활동하고 있다. 대구문화재단의 '해피핸즈' 프로그램은 40개의 전문예술단체를 20인 이상의 사회복지시설과 기관에 1대1로 연결해주고 있다. 대구문화재단은 예술단체들을 대상으로 1년에 한 번 신청을 받아 선발해 지원금을 주고 사회복지관에서 재능 기부할 기회를 준다. 대구문화재단 윤유라 씨는 "매년 지원 단체 수가 늘고 있다"며 "대부분의 봉사단체들이 저희를 통해 복지관과 인연을 맺으면 그 후로 꾸준히 봉사를 나갈 정도로 만족도가 높다"고 말했다.
글 사진 김의정 기자 ejkim90@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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