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문학은 공부해도, 뉴스 읽기에 대해 배운 적 있는가?

뉴스의 시대/알랭 드 보통 지음/최민우 옮김/문학동네 펴냄

'오늘날 우리가 뉴스로부터 도망칠 수 있는 장소는 지구 상에 거의 존재하지 않는다. 뉴스는 대륙을 오가는 비행기를 타고 우리를 따라온다. 뉴스는 자녀가 잠자는 틈을 타 우리 주의를 낚아채려고 대기 중이다.'

뉴스에 넋을 읽고 사는 현대인들이 '어떻게 하면 뉴스와 일상적으로 만나면서도 일정한 거리를 두고 검토할 줄 아는 역량을 가질 수 있을까. 어떻게 하면 뉴스라는 거대한 소용돌이에서 빠져나와 단 하루라도 빗소리와 자기만의 상념에 귀 기울일 수 있을까. 그러기 위해서는 어떤 태도가 필요할까'를 주제로 쓴 책이다.

지은이는 '우리는 어린 시절부터 이미지와 언어의 힘을 높이 평가하도록 교육받았다. 박물관에서 죽은 예술가의 작품이 우리의 관점을 변화시킬 수 있음을 엄숙히 교육받았고, 시와 소설이 우리 삶을 바꿀 수 있음을 주입 받았다. 그럼에도 뉴스에 대해서는 아무런 교육도, 사용 설명서도 받아들지 못했다'고 말한다.

철학자 헤겔은 일찍이 '삶을 인도하는 원천이자 권위의 시금석으로서 뉴스가 종교를 대체할 때 사회는 근대화 된다'고 했다. 지은이는 '선진 경제에서 이제 뉴스는 최소한 예전에 신앙이 누리던 것과 동등한 권력의 지위를 차지하고 있다' 면서 '그럼에도 우리는 학교에서 문학작품을 분석하는 법은 배워도 뉴스를 읽는 법은 제대로 배우지 못했고, 예술작품을 보는 법은 배워도 매순간 홍수처럼 쏟아지는 뉴스 이미지를 읽어내는 법 또한 제대로 배우지 못했다'고 말한다.

지은이 알랭드 보통은 뉴스가 대중에게 끼치는 막대한 영향력을 강조하기 위해 이렇게 말한다.

'뉴스는 정치적이고 사회적인 현실을 만드는 으뜸가는 창조자다. 혁명가들이 그러하듯, 만약 당신이 한 나라의 정신을 변화시키고 싶다면 미술관, 교육부, 또는 유명 소설가들의 집으로 향하지 마라. 정치체의 신경중추인 뉴스 본부로 곧장 탱크를 몰고 가라.'

알랭드 보통의 지적과 달리 실상 뉴스는 대중의 관심을 먹고산다. 한때 언론이 뉴스와 기획을 통해 독자를 이끌기도 했지만 현대 언론은 오히려 독자의 호기심에 아첨한다는 편이 더 맞을 것이다. 게다가 '의심이 병이 된 현대 한국의 독자'는 '팩트'조차 믿지 않으려는 경향을 띤다.

이 책은 '살면서 마주하는 근심과 고통으로부터 도망치기 위해, 뉴스를 찾아보는 건 아닐까. 연쇄살인 사건이나 부패한 정치인, 별난 행동을 일삼는 연예인에 관한 뉴스를 보면서 내 삶이 그나마 정상적이라고 안도하기 위해 뉴스를 보는 것은 아닐까. (그래서) 끊임없이 쇄도하는 뉴스 기사와 이미지가 아무도 모르는 새 우리의 영혼을 갉아먹는 것은 아닐까. 뉴스를 통해 간접적으로 타인, 그리고 세상과 접촉하지만 그것은 진정하고도 구체적인 만남이라고는 할 수 없기에, 우리는 세계의 중요한 문제에 대해 오히려 무관심해지는 것은 아닐까'라고 묻는다. 글쎄, 그럴 듯한 말 같지만, 타인의 고통에서 위안을 얻기 위해 뉴스를 찾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전작들로 볼 때 알랭 드 보통은 흥미로운 작가다. 그러나 이 책에서 뉴스를 바라보는 그의 역량은 평범한 수준을 넘지 못한다. 302쪽, 1만5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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