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역사 지우기 행보가 갈수록 노골화하고 있다. 아베 정권 출범 후 침략의 역사를 부인하는 언행이 잇달았지만 최근 들어서는 가려 있던 역사 유적지에서조차 침략의 흔적을 지워나가고 있다. 어린 학생들이 침략의 역사를 배우지 못한 채 자라고 역사의 현장에서 침략의 흔적이 사라지면 한'일 관계의 미래는 더욱 암울해 질 수밖에 없다. 아베 정권이 겉으로 평화와 대화를 내세우면서 침략의 과거사를 먼저 반성하지 않는 것은 다분히 이중적이다.
일본 정부가 광복절을 앞두고 태평양 전쟁 당시 일본 야마토 해군항공대 기지 유적지에서 '조선인 여성이 강제 연행됐다'고 적힌 안내판을 철거한 사실이 드러났다. 아베 정권 출범 후 우익세력의 항의를 유발하고 이를 빌미로 덴리시 당국이 20년 가까이 세워져 있던 안내판을 직접 철거한 것이다. 시 측은 "안내판의 내용이 공식 견해로 받아들여지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했다. 그러나 최근 국제사회에서 비난을 사고 있는 극우세력의 발호를 내세워 역사 흔적 지우기에 나섰다는 의심을 사기에 충분하다.
어디 이뿐인가. 일본은 지난 8일 마쓰시로 대본영의 조잔 지하호 입구 간판에 쓰여 있던 안내문 중 "조선인들이 노동자로서 강제적으로 동원돼…"란 문구에서 강제적으로'라는 표현을 흰 테이프로 가렸다. 이곳은 조선인 7천여 명이 끌려와 삽과 쇠꼬챙이로 갱도를 파는 강제 노역을 했던 곳이다. 나가노 시는 일부 조선인은 자발적으로 공사에 참여했다는 견해도 있다는 궁색한 이유를 댔지만 수긍하기 어렵다. 앞서 일본 군마현은 현립 공원에 세워져 있던 조선인 강제 징용 희생자 추도비에 대한 설치 허가를 경신하지 않기로 한 바 있다.
이런 일련의 조치들은 다 아베 정권의 지시와 연관돼 있다. '위안부의 강제 연행을 입증할 문서나 증거는 발견되지 않았다'는 아베 정권의 주장에 힘을 실어주기 위한 것이다. '테이프' 하나로 침략의 역사를 가리고 지우려는 일본 정부의 처사는 심히 유감이다. 아베 총리는 이제라도 일본이 과거 주변국을 침략해 피해를 입힌 사실을 인정하고 사과해야 한다. 그 유적을 훼손하려 시도하기보다는 잘 보존해 후세의 귀감으로 삼아야 한다. 이런 아베 정권 때문에 광복 69주년을 맞았지만 침략의 상흔은 아물지 않고 여전히 곳곳에 남아 있다. 역사를 잊는 것도 두려워해야 할 일인데 하물며 지우려 드는 것은 더 부끄러운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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