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300명 영혼 깃든 십자가, 교황 "로마 가져가겠다"

세월호 유가족 도보 순례단 선물 전달

프란치스코 교황이 15일 세월호 참사 유가족에게 받은 십자가를 로마로 가져가겠다고 밝혔다. 교황방한위에 따르면 '세월호 십자가'로 알려진 도보 순례단의 십자가는 사전에 천주교 대전교구장 유흥식 주교에게 전달됐다. 유 주교는 십자가를 성모승천대축일 미사가 열리는 대전월드컵경기장 내 제의실(祭衣室)에 미리 가져다 놨다.

교황방한위 측은 "교황이 십자가를 가져가는 데 필요한 절차는 주한 교황대사관에서 담당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안산 단원고 학생인 고 이승현 군의 아버지 이호진 씨와 고 김웅기 군의 아버지 김학일 씨 등으로 구성된 도보 순례단은 지난달 8일 세월호 참사 진상 규명과 특별법 제정을 촉구하며 십자가를 멘 채 단원고를 출발했고 13일 대전에 도착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이날 성모승천대축일 미사를 집전하기에 앞서 제의실 앞에서 세월호 생존 학생 2명, 유가족 8명 등 10명과 만나 이들의 아픔을 어루만졌다. 교황은 말없이 고개를 끄덕이면서 이들이 차례로 하는 얘기에 귀를 기울였다.

김학일 씨가 "300명의 억울하게 죽은 영혼이 십자가와 함께 있다"며 "억울하게 죽은 영혼과 같이 미사를 집전해달라"고 말하자 교황은 "그렇게 하겠다"고 답했다. 이들은 교황에게 세월호 참사 희생자를 추모하는 뜻이 담긴 노란 리본과 팔찌를 건넸고, 교황은 노란 리본을 달고 미사를 집전했다.

이날 미사에는 모두 36명의 세월호 사고 생존 학생과 유가족이 참석했다.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