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심후섭의 "옛날 옛적에…"] 혀가 칼보다 더 무섭다

얘야, 어떻게 하면 서로 다투지 않고 참다운 친구가 될 수 있겠니?

옛날 어느 마을에 한 농부가 어쩌다가 그만 소를 잃고 말았어.

소는 깊은 산 속으로 들어갔는데 며칠째 돌아오지 않았어.

"아이고, 아까워라. 새끼까지 배었는데!"

농부는 소를 찾으려고 애썼지만 산이 너무 깊어 허탕을 치곤 했어.

그런데 주인을 잃고 숲을 헤매던 소는 큰 나무 밑에서 암사자 한 마리를 만났어.

'눈매가 무섭기는 하지만 저놈도 나처럼 새끼를 가진 것 같은데…….'

사자도 암소를 보고는 조심스레 생각했어.

'무서운 뿔을 가지기는 했지만 저놈도 나처럼 몸이 무거워 보이는군.'

서로 경계의 눈초리로 바라보던 소와 사자는 어찌 된 셈인지 서로에게 끌려 그만 친구가 되었어. 낮에는 함께 풀밭을 찾았고, 밤에는 바위틈에서 등을 기댄 채 같이 잠들곤 하였어.

그러던 중 소와 사자는 각각 새끼를 한 마리씩 낳았어.

그러자 소와 사자는 더욱 가까이 지냈어. 젖도 나누어 먹이곤 하였어.

마침 숲 속을 지나가던 한 사냥꾼이 이 광경을 우연하게 목격하게 되었어.

'거참, 이상한 일도 다 있군. 송아지가 사자의 젖을 빨고 사자새끼가 소의 젖을 빨기도 하다니!'

사냥꾼은 나라에서 가장 현명하다는 노인을 찾아가 자기가 본 이상한 모습을 말했어.

"두 짐승은 서로 새끼를 가지고 있기에 지금은 서로 도울 것이네. 그러나 두 짐승 사이에 또 다른 짐승이 한 마리 끼어들면 반드시 일이 벌어질 것이야."

그러던 중 다시 소와 사자를 살펴보니 두 짐승 사이에 놀랍게도 승냥이가 나타났어.

"그런데 이상합니다. 승냥이도 소와 사자 사이에서 고분고분합니다."

"잠시뿐일세. 소와 사자가 죽을 날이 멀지 않았네. 어서 가서 승냥이를 몰아내어야 하네."

사냥꾼이 얼른 숲으로 달려갔어.

그런데 그 사이 승냥이는 벌써 암소와 암사자 고기를 번갈아 뜯어 먹고 있었어.

"아니, 어찌 된 거야. 그렇게 고분고분하던 승냥이가!"

"놀랄 것 없네. 소와 사자는 승냥이의 이간질에 당한 것일세. 승냥이는 처음에는 양쪽을 오가며 좋은 말만 했을 거야. 그러다가 틈을 보아 먼저 암소에게 가서 '요즘 사자가 자꾸만 당신을 흉봅니다'하고는, 다시 사자한테 가서는 '이상합니다. 요즘 소가 사자님의 흉을 자꾸만 봅니다'라고 했을 거야. 그리하여 처음에는 믿지 않았지만 결국 소와 사자는 싸움을 하게 된 것이고…. 힘이 약한 승냥이는 이렇게 싸움을 붙여 둘 다 자기 먹이로 한 것일세."

"네에, 참으로 이간질은 무서운 것이로군요."

"그렇지. 어찌하여 '혀가 칼보다 더 무섭다'라는 말이 생겨났겠는가?"

심후섭 아동문학가'교육학박사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