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일자리 뺏는 포스코ICT 일감 몰아주기

포스코와 각 계열사의 일감몰아주기가 지역 중소기업들의 목줄을 옥죄고 있다는 비판이 일고 있는 가운데 포스코ICT가 이달부터 전기제어 정비 업무를 자회사인 포뉴텍(옛 삼창기업)에 넘기기로 해 지역 업체들의 원성을 사고 있다.

포스코ICT에서 퇴직한 이후 지역에서 작은 중소기업을 꾸린 A씨는 직원 7명과 함께 포스코ICT에서 발주하는 포항제철소 내 전기제어 정비 작업을 하며 10년 넘게 회사를 키워갔다. 하지만 올해 7월 포스코ICT 측이 울산에서 인수한 포뉴텍의 경영을 돕는다며 일감을 모두 빼앗아갔다.

A씨는 "전기제어 분야 기술노하우를 밑천 삼아 지역을 떠나지 않고 기업을 운영해 왔다. 하지만 포스코ICT가 자회사를 살려야겠다며 하루아침에 일감을 가져가 버리니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할지 막막하다"고 말했다. A씨처럼 포스코ICT에서 정비업을 하도급받아 일하는 업체 가운데 올 들어서만 벌써 4~5개 업체가 일을 잃었다. 결국 포스코ICT가 자회사 일감몰아주기를 위해 40~50명의 지역 근로자들을 거리로 내몬 셈이다.

이처럼 포스코 관계사끼리 일감몰아주기가 근절되지 않는 것은 계열사들이 각자 생존방안을 모색하기보다는 모회사(포스코)에 의존하는 경향이 높기 때문이다. 한 계열사 관계자는 "가만히 앉아 있어도 포스코가 일을 주는데 굳이 노력할 필요가 있느냐. 실제 포스코가 일을 얼마나 주느냐에 따라 각 계열사의 경영성패가 갈린다"고 말했다.

포스코ICT 역시 앞서 허남석 사장(2010~2013년) 시절 수주한 물량으로 지난해 영업이익이 109% 증가한 636억원을 기록하며 고공성장을 이어갔다. 하지만 지난해와 올해 수주가 거의 없다보니 내년 실적에 비상이 걸렸고, 이를 해결할 방안으로 또다시 포스코 물량을 기대하고 있는 상황이다. 포스코ICT가 포뉴텍으로 일감을 몰아줬듯, 포스코로부터의 일감몰아주기를 기대하고 있는 것이다.

대기업의 일감몰아주기는 엄연한 편법이다. 특히 포스코의 지난해 수의계약의 비중이 74.3%에서 92.3%로 18%포인트나 크게 오르는 등 일감몰아주기 관행이 숙지지 않고 있어 공정거래위원회의 관리강화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많다.

포항공단 한 업체 대표는 "일감몰아주기는 포스코가 생존을 위해 지역기업들을 재물삼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지역 산업활동의 위축을 부르는 일감몰아주기는 반드시 근절돼야 한다"고 말했다. 포스코ICT는 "일거리 부족으로 포스코ICT와 포뉴텍에 유휴인력이 많다. 이들을 효율적으로 활용하기 위해 하도급이 맡았던 일을 하고 있을 뿐, 일감몰아주기와는 거리가 있다"며 "특히 전기제어 분야를 포뉴텍이 맡은 것은 기술역량을 쌓아 해외제철소에서 시장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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