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독도 지키려 자위대 창설? 日 보수 정치권 파렴치한 주장

김문길 한일문화연구소장 "남조선 군대 상륙할지도…" 1950년대 아사히신문

개진당(현 자민당 계열) 총재 시게미츠 마모루(重光葵)의 기자회견 내용이 담긴 1953년 9월 11일 자 아사히신문. 김문길 한일문화연구소 소장이 최근 오사카 시립중앙도서관 신문보관실에서 이 기사를 발견했다.
개진당(현 자민당 계열) 총재 시게미츠 마모루(重光葵)의 기자회견 내용이 담긴 1953년 9월 11일 자 아사히신문. 김문길 한일문화연구소 소장이 최근 오사카 시립중앙도서관 신문보관실에서 이 기사를 발견했다.

자위대 창설 논의가 진행되던 1950년대 일본 보수 정치권에서 독도를 마치 자국의 영토처럼 여기고, 독도를 지키기 위해 자위대가 필요하다는 터무니없는 주장이 나왔던 것으로 확인됐다.

김문길 한일문화연구소 소장(부산외대 명예교수'사진)은 1953년 9월 11일 자 일본 아사히신문에 게재된 당시 개진당(현 자민당 계열) 총재 시게미츠 마모루(重光葵)의 기자회견 내용을 들어 "기사에 따르면 일본이 독도와 쓰시마섬(대마도)을 지키기 위해 자위대를 창설했다는 점을 짐작할 수 있다"고 했다. 김 소장은 최근 오사카 시립중앙도서관 신문보관실에서 이 기사를 발견했다.

이 신문에는 시게미츠가 '한국이 일본 어선을 포획하고 문제를 일으키는 것은 일본에 자위군이 없기 때문이다. (중략) 한국이 일본 영토인 독도에 손을 대고 더 나아가 오키섬이나 쓰시마섬까지 넘볼 수 있다. 이런 상태에서 오키나 쓰시마에 남조선 군대가 상륙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일본에 자위군이 없다 보니 손을 쓸 수 없다'고 말한 기사가 실려 있다. 이 기사는 일본 자위대가 창설(1954년 7월)되기 10개월 전에 나온 것이다.

김 소장은 "일본 자위대는 6'25전쟁 후 자국의 방위를 위해 창설됐다는 것이 일반적인 견해였지만, 당시 보도 내용을 보면 자위대 창설에는 일본이 당시 자국 영토라고 생각하는 독도를 지켜야 하고, 대마도가 위험하다는 판단도 작용했다"며 "자위대 창설 목적에 대한 새로운 연구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시게미츠는 2차 세계대전 당시 일본 외무상으로 활동하고 일왕의 이름으로 폐전선언서에 날인한 인물이다. 또 일본 자위대 창설에 주도적 역할을 한 것으로 기록돼 있다.

김 소장의 주장에 대해 다른 전문가들은 당시 일본이 자위대 창설의 구실을 찾는 과정에서 한국(독도)을 끌어들인 것으로 보이며, 독도와 쓰시마를 지키기 위해 자위대를 창설했다는 것은 확대 해석이란 의견을 내놓았다.

계명대 일본학과 이성환 교수는 "당시 일본은 수상이 자국의 재무장을 반대했지만 보수단체들은 정식 군대를 원하고 있었다. 뭔가 재무장의 구실을 찾고 정부를 압박하는 과정에서 한국을 이용한 것으로 보인다. 기자회견 내용은 다소 지엽적인 이야기라고 볼 수 있다"고 했다. 또 "만약 자위대 창설이 독도와 쓰시마 때문이라면 이후에 관련 문서가 나와야 하는데 나오지 않고 있다"며 "일본 자위대는 아시아의 공산화를 우려해 아시아에서의 방위력을 일본에 어느 정도 분담하려는 미국의 압력으로 만들어졌고 그런 차원에서 성장해왔다"고 설명했다.

선문대 언론광고학부 이연 교수도 "당시 한국은 6'25전쟁 복구에 바빠 독도나 쓰시마 등에 신경 쓸 겨를이 없었다. 기자회견 내용은 다시 군대를 보유하고자 하는 일본의 보수세력이 자위대 창설 명분을 만들고 여론을 조성하기 위한 것으로 해석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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