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부가 운영했던 조그마한 회사가 30년도 지나지 않아 종업원 100여 명, 매출 수백억원의 튼실한 기업으로 성장하기까지는 수많은 노력 없이는 불가능하다. 대구 달서구 성서산업단지에 자리한 ㈜신도하이텍은 대표의 '부지런함'과 '정직함'을 무기로 지금까지의 성장을 일궈냈다. 이 회사는 해외 바이어와의 대규모 계약을 체결하는 등 국내를 넘어 해외로 손을 뻗어나가고 있다.
◆직원에서 사장으로
신도하이텍은 1985년 대구시 달서구 성당동 주택가에서 165㎡(50평) 규모의 작은 가게에서 시작했다. 서호권 대표는 긁어모은 5천만원으로 이곳에 '신도산업'이라는 회사를 차렸다. 금속 소재를 냉간단조 과정을 거쳐 자동차부품으로 만드는 제조업체였다. 규모는 작았지만 서 대표는 기계를 사는데 큰돈을 투자했다. 그는 "당시 자동화기계는 비싸서 구입하기도 쉽지 않았다"며 "하지만 기술에 자신이 있었기 때문에 남들이 가지 않은 길을 가겠다고 마음먹었다"고 말했다.
사실 서 대표는 냉간단조에 있어서만큼은 누구보다 뛰어나다고 자신한다. 냉간단조는 금속 소재에 열을 가하지 않고 기계로 두드려 일정한 모양의 부품을 만드는 작업이다. 가공 공정을 줄여 효율성은 높지만 그만큼 작업과정에서의 정밀성이 요구된다.
공고를 졸업한 뒤 곧바로 자동차부품회사에 취업한 서 대표는 줄곧 정밀부품 쪽에서 일했기 때문에 자신의 기술을 믿었다.
"전문성을 키우기 위해 남들보다 열심히 일했습니다. 일찍 출근하고 더 늦게 퇴근했습니다."
직원 신분이었던 서 대표는 젊은 나이임에도 일을 대하는 자세가 남달랐다. '머슴이 되지 말고 주인이 되라'는 좌우명을 가지고 회사일에 임했다. 일도 일이지만 그날 배운 기술을 한 번 더 따져보고 응용하며 스스로 기술을 익혀 나갔다.
서 대표의 부지런함은 회사에 소문이 자자했다. 이를 본 사장은 서 대표를 20대임에도 공장장에 앉혔다. 취업한 지 8년 만이었다. 심지어 동종업계에 입소문이 나면서 스카우트 제의가 들어왔다. 서 대표는 "다른 곳에 옮겨서도 공장장을 맡아 주인의식을 가지고 기술을 배우는 데 노력했다"고 말했다.
마침내 1985년 서 대표는 직장생활 13년 만에 자신의 회사를 차렸다. 직장인에서 경영인으로 바뀌었지만 그는 여전히 현장을 중시했다.
서 대표는 스스로를 '제조업에만 매달린 사람'이라고 칭한다. 젊을 때부터 꾸준히 현장을 다닌 경험이 몸에 그대로 배어서다. 대표가 되고 나서도 휴일에 공장으로 나와 정리를 하는 부지런함은 모든 이의 모범이 되고 있다.
◆남다른 안목
막상 회사를 차렸지만 우여곡절이 많았다. 그는 "아내와 단둘이 회사를 운영했다"며 "아내가 공장을 지키며 제품을 생산하면 내가 밖으로 나가 영업과 납품을 했다"고 말했다.
서 대표는 직장생활을 하면서 보여준 성실함으로 거래처를 확보했다. 1년 만에 기반을 다지면서 직원도 고용하는 등 성장을 이어갔다. 그러나 창업 이듬해 거래업체인 부산의 한 기업이 부도나면서 위기가 닥쳤다. 서 대표는 "납품대금 1억5천만원을 못 받을 수 있다는 생각에 잠을 못 이뤘다"며 "자금 회수를 위해 단독으로 압류를 걸고 모험을 했다"고 당시를 떠올렸다.
다른 납품업체들이 채권단을 꾸렸지만 서 대표는 독자의 길을 가며 납품대금 전액을 인수업체로부터 받아냈다.
부도의 위기에서 벗어난 신도산업은 성장세를 줄곧 이어갔다. 1993년 공장을 확장했고 직원도 30여 명으로 불어났다. 2005년 법인으로 전환하면서 명칭도 현재의 신도하이텍으로 바꿨다. 법인 전환 첫해 60억원의 매출을 기록한 데 이어 2008년 160억원, 2010년 270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지난해에는 매출 360억원을 돌파하는 등 가파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신도하이텍의 주요 생산 제품은 자동차부품으로,섀시와 동력축을 연결하는 부품을 주로 만들어내고 있다. 이너튜브를 비롯해 인너 슬리브, 도어 래치 스핀들, 샤프트'기어 등 자동차에 들어가는 고정밀 냉간단조부품 400~500여 가지를 생산하고 있다.
제품의 크기도 1.5㎝에서부터 30㎝에 이르기까지 다양하다.
2000년 선진국에서나 가능했던 소성가공을 통한 크로스멤버 부싱파이프(자동차 주행 중에 흔들림, 쏠림 등 안전에 영향을 주는 부품) 개발은 현재도 우수한 내구성을 평가받고 있다. 또 자동차 냉간단조부품전문업체로서 28년 이상의 정밀 냉간단조품 제조에 대한 경험을 바탕으로 신공법 기술 개발, 신제품 제작기술력을 바탕으로 단조부품 산업을 선도하고 있다.
이를 인정 받아 2010년 중소기업인대회에서 국무총리상을 받은 것을 시작으로 2011년 대구시 스타기업에 선정됐으며 201년 대구산업기술대상을, 지난해 대구시로부터 중소기업대상 최우수상을 수상했다. 2012년에는 매출 370억원을 기록했고, 지난해에는 수출 500만달러 탑을 쌓았다. 특히 지난달 '2014 대한민국 중소기업인대회'에서 지역에서 유일하게 동탑산업훈장을 받았다.
이 같은 신도하이텍의 업적을 서 대표는 '직원과 가족'의 덕분으로 돌렸다. 그는 "지금까지 회사와 일에 매달려 살았다. 그동안 직원들과 아내가 참 고생이 많았다. 늦었지만 고맙다는 말이 꼭 하고 싶더라"고 조심스레 말을 꺼냈다. 현재 병상에 있는 부인을 위하는 마음이 고스란히 느껴졌다.
서 대표는 계속해서 회사의 성장을 이끌어내겠다고 다짐했다. 그는 "해외 바이어와 80억원어치 계약을 체결했다"며 "적극적인 투자로 회사의 규모를 키우는 것은 물론 직원 고용 등 지역을 위한 기업으로 만들어낼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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