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가톨릭대병원이 20일 '권역 류마티스 및 퇴행성 관절염 전문질환센터'를 개원한 데 이어 경북대병원 제3병원이 건립되고 계명대 동산병원이 이전하는 오는 2017년에는 지역 대학병원의 지도가 확 달라질 전망이다. 지역별로 거점이 될 대형 병원이 자리 잡으면서 환자 유치를 위한 경쟁이 가속화될 전망이기 때문이다.
◆덩치 키우기 경쟁 점화
수년간 답보상태에 머물렀던 대구 북구 학정동 경북대병원 제3병원(임상실습동)은 올가을 착공할 예정이다. 경북대병원은 제3병원 건립을 위해 내년도에 투입할 사업비 248억원 중 국비 87억원을 반영한 내년도 예산안이 교육부 승인을 거쳐 기획재정부에 제출됐다고 최근 밝혔다.
예산안이 확정되면 오는 10월 터파기 공사에 들어가 2017년 6월쯤 완공할 예정이다. 총사업비 2천490억원이 투입되는 제3병원은 경상북도 농업기술원 터(2만5천700㎡) 위에 700병상 규모의 종합병원으로 건립될 예정이다. 제3병원이 완공되면 500병상 규모의 칠곡경북대병원 암센터, 100병상 규모의 어린이병원과 함께 지역 최대 규모인 1천300병상을 갖추게 된다. 경북대병원은 올 상반기 기본설계와 실시설계에 따른 평가 등을 거쳤다.
계명대 동산병원은 오는 2016년 12월을 목표로 계명대 성서캠퍼스 내로 이전을 추진 중이다. 지난달 말 현재 공정률은 8%. 현재 터파기 작업을 끝내고 지하 5층 공사가 진행 중이다.
총사업비 3천억원이 투입되는 동산의료원 새병원은 4만228㎡ 부지에 연면적 17만8천460㎡ 규모로 지어진다. 지하 5층, 지상 20층 높이에 1천33병상 규모로 건물 최고 높이는 104m에 이른다. 현재 동산병원 부지 5만9천83㎡보다는 좁지만 건물 연면적은 기존의 6만1천828㎡에 비해 3배 가까이 커진다.
◆특화 경쟁 시작
각 대학병원들은 생존 전략을 찾기 위해 부심하고 있다.
대구가톨릭대병원은 20일 '권역 류마티스 및 퇴행성 관절염 전문질환센터' 개소식을 성대하게 열었다. 이른바 노령화 시대를 맞아 관절 질환에 대한 치료 수요가 폭증함에 따라 관련 환자를 이곳으로 유치하겠다는 것이다.
이 센터는 류마티스내과와 정형외과, 재활의학과 등 3개 과의 통합진료부와 예방관리부, 연구부로 이뤄져 있다. 150병상 규모로 질환의 조기 발견과 치료를 위한 원스톱 진료시스템을 구축해 국내 최고 수준의 의료서비스 제공이 가능해졌다는 것이 병원 측의 설명이다.
대구가톨릭대병원은 남구'달서구권 환자들이 주를 이루던 환자 지형도도 바꿀 계획을 세웠다. 달서구 환자들의 유출을 막고 동산병원 이전으로 생겨날 신규 환자를 유치하겠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진료 체계를 질환센터 중심으로 바꾸고 시설 개선에 대한 투자를 확대할 방침이다.
대구가톨릭대병원은 또 간호 인력을 대폭 보강한다. 환자들의 편의성을 획기적으로 높이겠다는 전략도 세웠다. 서비스에 강한 병원이라는 인식을 심는다는 것이 병원의 목표다. 특히 올 하반기 지하 4층, 지상 4층의 규모의 외래진료센터를 열어 공격적으로 환자 유치에 나설 계획이다.
대구가톨릭대병원 신승헌 기획실장은 "외형을 키우기보다는 환자들의 편의성을 높이는 방식으로 대응할 것"이라며 "달서구 지역 환자들을 위한 서비스 강화 방안도 조만간 내놓을 것"이라고 말했다.
경북대병원은 제3병원과 본원의 진료과목 배치 조정을 검토 중이다. 도심인 본원에는 권역중증외상센터'권역응급센터'권역심뇌혈관질환센터 등 '골든타임'이 중요한 진료센터 중심으로 배치하겠다는 것.
조병채 병원장은 "연간 40만 명의 환자들이 역외로 빠져나가고 있는 만큼 이들을 유인할 대책을 마련하고 경영 혁신을 통해 지출을 줄일 것"이라며 "중국인 의료관광을 활성화해 돌파구를 마련할 계획"이라고 했다.
계명대 동산의료원은 진료 특성화로 환자 유치에 나설 계획이다. 내과, 외과, 신경외과 등 기존 진료 과목 위주에서 질환 중심 병원으로 변신해 환자들이 더욱 편리하게 이용하도록 만들겠다는 것. 심혈관'뇌혈관센터와 신장센터, 로봇수술센터 등 강점을 지닌 센터를 더욱 차별화하겠다는 것이 동산의료원의 계획이다.
영남대의료원도 비슷한 대응 방안을 세우고 있다. 지난 4월 621억원을 투입한 권역 호흡기전문질환센터를 개원한 데 이어 3년에 걸쳐 오래된 본관 건물에 대한 리모델링에도 들어갈 계획이다.
최병연 영남대의료원장은 "환자 중심의 병원으로 체질을 바꿔 대응할 것"이라고 말했다.
◆시련 겪는 병원도 나올 듯
경북대병원 제3병원 건립과 관련, 무분별한 '덩치 키우기'이며 향후 부작용에 대한 우려도 크다. 전체 사업비 2천490억원 가운데 국비로 지원되는 870억원을 제외한 1천620억원을 차입금으로 충당해야 하기 때문이다. 경북대병원의 부채 규모는 900억원 수준으로 이 중 810억원이 칠곡경북대병원 건립 비용이었다. 현재 연간 30억원가량인 이자 부담은 제3병원이 완공되는 2017년 이후에는 80억원이 넘을 것으로 예상된다.
흑자를 내야 막대한 차입금을 갚을 수 있지만 적자를 벗어나긴 어려운 상황이다. 경북대병원은 2012년 127억원, 지난해 120억원가량의 의료수익 손실을 기록했다. 올해도 비슷한 규모의 적자가 예상된다. 게다가 권역중증외상센터 건립을 위해 36억원을 마련해야 하는 등 대규모 사업이 산적해 있는 반면, 외래 환자 수는 연간 91만 명 수준에 머물고 있는 형편이다.
계명대 동산병원도 이전 사업에 따른 수천억원의 부채와 기존 병원 활용 방안을 고심 중이다. 동산병원은 전체 사업비 가운데 2천400억원을 교육부 보증을 받아 빚으로 충당할 계획이다. 이 경우 연간 부담해야 하는 이자 비용만 70억원 이상이 될 것으로 추산된다.
부채 해결 여부는 대구 도심에 있는 기존 병원을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따라 달려 있다. 이곳은 수년 전 매각이 검토됐지만 6만㎡ 부지라는 거대 규모에다 가격만 3천억원대에 이르고 부동산 경기 침체까지 닥쳐 살 대상을 찾지 못했다.
동산병원은 기존 병원 건물의 활용 방안에 대해 고심하고 있다. 이를 위해 지난 6월 서울에 있는 의료기관 전문컨설팅업체인 삼정KPMG에 컨설팅을 맡긴 상태다. 삼정KPMG는 동산동 부지 운영 전략과 새병원 특성화 전략, 진료시스템 정비 방안 등에 대해 연구 중이다.
권태찬 새병원 건립추진본부장은 "현 부지 활용 문제를 어떻게 해결하느냐가 재정 부담을 줄일 수 있는 해결 방안의 핵심"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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