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고 싶구나
김사이(1971~ )
늦은 밤 불쑥 울린 짧은 문자
보고 싶구나
오십 줄로 들어선 오래된 친구
가슴이 철렁 한참을 들여다본다
가만가만 글자들을 따라 읽는다
글자마다 지독한 그리움이 묻어난다
한 시절 뜨거웠던 시간이 깨어났을까
생기에 찬 내가 아른거렸을까
빈 여백에 고단함이 배어 있다
너무 외로워서 119에 수백 번 허위 신고를 했다던
칠순 노인의 뉴스가 스쳐 가며
나도 벽을 빽빽한 책들을 어루만지거나 마른 장미꽃에게
술 한 잔 건네며 중얼거리는 날이 늘어가니
사지육신 멀쩡해도 더는 아무도 존중하지 않는
늙었다는 것 늙었다는 것
밥만 축내는 잉여인간으로 냉대하는데
몸도 마음도 다 내어주고 아무것도 없는
삼류들에게
추억은 왕년의 젊음은 쓸쓸함을 더하는 독주
그저 독주를 들이키며 생매장당해야 라는 현실은
도대체 예의가 없다
나는 오랫동안 끝내 답장을 하지 못한다
- 2014. 8월호.
화자는 늦은 밤 나이 든 지인이 보낸 '보고 싶구나'라는 문자를 읽고 늙는다는 것에 대해 성찰한다. 흔히 우리는 젊은 미인은 향기로운 음식만 먹고 화장실도 가지 않으리라는 오해를 하는 것처럼 늙은이는 생의 모든 것을 내려놓은 채 돌아갈 날만 기다리는 존재라는 오해를 한다.
오해하지 말자. 늙은이는 왕년의 추억을 반추하며 밥만 축내는 존재가 아니라 젊은이가 가지지 못한 지혜를 가진 자다. 누구를 그리워할 줄도 아는 존재다. 늙는다는 것은 태어나면 누구나 겪어야 하는 일이며 늙은이도 젊은이와 함께 세상을 걸어가는 동반자다. 서울을 다녀가신 교황님도 늙은이다. 석양을 향해 걸어가는 나그네에게도 지켜야 할 예의가 있다.
권서각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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