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상담학박사 김미애 교수의 부부'가족 상담이야기] 부모 뜻대로 커 주지 않는 자녀

◇고민=우리 집 아이들은 개성이 강해 키우기가 너무 힘듭니다. 한 아이는 공부를 꽤 잘하는데도 불구하고 가수라는 꿈을 위해 교육기간이 긴 학교를 중퇴하고 검정고시를 준비하겠다고 속을 썩입니다. 또 한 아이는 돈이나 실컷 벌겠다며 공부는 아예 접고 틈만 있으면 식당을 운영하는 친척집에서 일을 배우며 푼돈 버는 일에 몰두해 속을 썩이고 있습니다. 저희는 아이들이 착실히 공부하여 안정적인 직업을 선택해 살기를 바라는데 공부는커녕 허황한 꿈만 좇고 있어 실망이 큽니다. 게다가 자유분방한 옷차림과 머리 모양새를 하고 다녀 남 보기 부끄럽다며 아이에게 면박을 주기도 합니다. 그러다 보니 차츰 우리와 사이가 멀어지고 등마저 돌리는 아이들을 어떻게 해야 할까요.

◇솔루션=

귀여운 자녀들이 제각각 꿈이 다르고 생각이 달라 부모의 상상을 초월해 자유로운 학창시절을 보내고 있군요. 한 아이는 가수가 꿈이니 활동 시기를 놓칠세라 검정고시를 선택하는 과감성을 보였고, 또 한 아이는 거부의 꿈으로 일과 돈 버는 기술에 몰두하고 있네요. 이를 보면, 아이들은 목표에 맞게 잘 살고 있는데 도리어 부모가 불안해하는 것 같습니다. 그 결과, 아이들을 믿고 돕기보다는 부끄럽게 여기고 비난하여 반감만 커져 돌아서게 되고 결국 관계에 장벽만 생기게 되었군요.

여기서 부모가 신중해야 할 것은, 과연 지금 아이들의 행동이 그들의 꿈과 얼마나 어울리는 것인가를 평가해 보는 일입니다. 아이들의 꿈이 비록 부모 바람과 다를지라도 목표에 맞는 행동을 한다면 그것은 아주 건강하고 진취적인 생각을 가진 아이들로 새롭게 평가되어야 할 것입니다. 부모가 진정으로 걱정하고 속을 썩여야 마땅한 아이들은 바로 꿈이 없는 아이들이지요. 사춘기 나이에 들어서까지도 자기가 무엇을 하고 싶은지를 모르는 아이들, 또 그 꿈을 이루기 위해 지금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지를 모르는 아이들, 자기 꿈이 부모와 다르다 해서 자신 있게 내어놓지 못하고 뒤로 빙빙 돌면서 이것도 저것도 흥미를 못 느끼고 삶의 에너지를 뿜어내지 못하는 아이들, 그들이 진정 부모가 걱정해 주고 때로는 따끔하게 채근해야 할 대상일 것입니다.

지금 귀하의 자녀들은 나이에 비해 '자기에 대한 연구'가 잘 된 청소년인 것 같습니다. 부모 눈치 보지 않고 가야 할 길을 일찍부터 과감하게 시도해 보는 융통성 있는 면모가 보이기까지 합니다. 왜냐하면 이 아이들은 하고 싶은 일을 선택할 수 있는 용기가 있고 그것을 가지기 위한 과정에서 발생하는 넘기 힘든 장애물을 과감하게 뛰어넘는 시도의 능력까지 있기 때문입니다. 부모는 자기의 잣대로 자식의 선택을 평가하기보다는 자식 그릇의 크기와 유능성을 알아보는 안목을 키워야 할 때입니다. 유태인은 자식에게 한 마리 물고기를 주는 것보다 물고기를 잡는 방법을 물려준다고 했습니다. 그런데 귀하의 자녀는 이미 살아가는 방법을 스스로 터득하고 시도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으니 칭찬할 일 아니겠습니까. 관점을 바꾸어 보면 지금 부모가 할 일은 아이들의 선택을 믿고 적극 돕는 것입니다. 그리고 혹여 아이들이 가다가 돌아와야 할 일이 생긴다면 언제든 회귀할 수 있는 따뜻한 '베이스 캠프'(base camp)를 만들어 주는 것이 현명하리라 봅니다.

대구과학대 교수 대구복지상담교육원 원장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