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행복을 여는 효제상담뜨락]'그냥 두라'는 친정어머니의 양육 고백

필자의 친정어머니는 친구분들에게 필자를 소개할 때 '우리 봉(鳳)'이라 부른다. 당신이 보시기에 막내딸인 필자가 그만큼 귀하고 반갑기 그지없는 존재라 여겨 붙여주신 이름이라 생각된다. 그러나 그 속에는 평소 바쁘다는 이유로 어머니를 자주 찾아뵙지 못해 봉황새(鳳)만큼이나 보기가 쉽지 않다는 것을 슬쩍 비껴 표현한 어머니의 재치 담긴 유머인 것도 필자는 안다.

얼마 전, 그런 의미를 담은 '봉'답게 필자는 아주 오랜만에 어머니 집을 찾았다. 여느 때와 같이 어머니는 거실을 시원히 해주는 뜨락에서, 초록빛 윤기 가득 흐르는 화초들을 가꾸고 계셨다. 도심 속 바쁜 일상을 내려놓고 어머니 앞에 설 때 필자는 언제나 어린아이처럼 되어 있을 때였다. 어머니는 거실에 누워 뜨락을 바라보며 휴식을 취하던 딸의 머리를 유년기 때처럼 쓰다듬으며 이야기를 풀어내셨다.

"이웃에 갔더니 화초 키우는 손길이 다 다르더구나. 어떤 집은 화초를 그냥 내버려 두듯이 키우는 집이 있는가 하면, 어떤 집은 화초가 보기 좋게 자라지 않거나 옆으로 뻗어 감당이 안 된다 싶으니 고정핀이나 철사를 사용해 화초 가지를 한데 모아 묶어 버리는 집도 있더구나. 그 집의 화초는 가지들이 꼼짝없이 묶여 불편한 모습으로 자라기도 하고 옆으로 뻗지 못하게 철사로 감겨 더욱 안쓰럽게 보이더구나. 화초도 꿈이 있을진대, 하고 싶은 대로 두고 뻗고 싶은 대로 마음껏 두어야 할 것을 말이지. 그리고 주인이 할 일은 그저 때에 맞추어 물주고 가꾸어만 주면 될 것을. 그러고 나면 한참 지나 때가 되면 그 무질서해 보이던 화초에서도 얼마나 크고 멋진 꽃을 피우게 되는지 알게 될 것을 말이야. 아이들도 그렇게 키워야 되는 거야."

화초 기르기의 비유를 통해 '자녀양육 어떻게 해야 하는가'에 대한 맑은 지혜를 물 흐르듯 전해주시는 어머니의 교훈에 필자는 몸을 일으켜 앉았다. 순간, 필자의 눈에는 어머니의 흰머리가 면류관처럼 빛나 보였다. 그렇다. 부모는 자식을 내 뜻대로 키우려고 아이의 선택과 자유를 이리저리 묶어 버리거나 한데 모아 고정해 버리며 키우는 것이 아닌 게다. 그 식물이 얼마나 불편하고 고통스러울 것인가를 생각해 보라. 부모는 다만 오늘처럼 촉촉하게 비 내리는 뜨락처럼, 그 화초의 꿈대로 가지를 뻗고 피우고 싶은 꽃을 피우도록 허용하고 돕는 감동을 주면 그만인 것을 말이다.

김미애 대구과학대 교수 대구복지상담교육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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