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독자 참여마당] 편지-매일신문 주간매일 편집국장님 前書

※이 글은 주간매일 독자이신 이정수(경남 창녕군 부곡면) 님께서 저희 신문사로 보내주신 편지입니다. 이정수 독자님의 따뜻한 마음씨가 담긴 글이라 독자 여러분에게 소개합니다. 글쓰기에 익숙한 분이 아니라 문맥이 잘 맞지 않는 부분이 있으나, 꼭 필요한 구두점 맞춤법 외에는 수정을 가하지 않았습니다. -편집자

안녕하십니까 주간매일 편집국장님,

이 늙은이 금년 나이가 칠십구세 된 사람입니다. 수십 번 망설이다가 주간매일 편집국장님께 부족한 글월을 올리게 됨을 충분히 이해하시고 꼭 읽어보시길 바랍니다. 저도 매일신문을 대구 비산동에서 살면서부터 매일신문을 구독해서 보게 되었으니 세월이 벌써 35, 6년이 다 된 것 같습니다.

이 늙은이 어려서부터 국민학교 문턱도 넘어보지 못했기에 글자 한 자 한 자를 쓰기보다는 만들고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참 누구나 학교 교육을 받지 못한 사람은 누구나 답답한 마음이기도 하답니다. 배우지 못한 저로서는 글자 한 자 한 자를 만들어서 편집국장님께 드리는 저의 거짓없는 마음을 전하게 된답니다.

제가 살고 있는 곳은 이곳 경남 창녕군 부곡면 거문리 386번지, 즉 부곡온천에 살고 있지마는 저의 삶의 현장은 대구입니다. 저의 직업은 신발 깔창을 행상 판매합니다. 아직도 나이가 몇 달만 지나면 80살이 된답니다. 하지만 저로선 이틀이 멀다 하고 부곡온천에 서는 버스 편으로 대구 서부정류장에 내리면 성당못 지하철 역에서 지하열차로 항상 노인 무임승차하기에 대구 시내 전역에 재래시장만 찾아다니면서 행상 판매를 하고서 오후 5시~6시 30분 차편으로 집으로 온답니다.

주간 매일 편집국장님, 꼭 말씀드리고저 하는 마음에서 부족한 사연을 말씀드리겠습니다. 다름 아니오라 즉 지난 2014년 8월 1일 금요일날 지하철 열차 안에서 있었던 순간을 조금도 거짓없는 사실로 말씀드리겠습니다.

1일 오전 10시 40분 경 저의 등 뒤에는 항상 신발 깔창을 등산용 큰 가방에 한 배낭씩 짊어지고 지하철을 탑니다. 열차 내에는 노약자 경로석이 자리잡고 앉게 됩니다. 그런데 때로는 나이가 젊은 사람도 간간이 비어 있는 경로석에 앉아 가는 모습도 가끔은 눈에 띄게 됩니다.

하온데 8월 1일 오전 시간 외국인 할머님 한 분이 안지랑 역에서 승차하더군요. 그런데 할머님 차림은 차림새가 깔끔한 멋쟁이 차림이더군요. 긴 머리 노랑 머리 퍼머형, 옷은 하의는 여름 검정색 정장바지, 상의는 하늘색 긴소매 티셔츠를 입으시고 여행용 바퀴 달린 여행가방, 또 가방 한 개는 목에 걸고 앞가슴으로 드리운 상태.

왠지 이 늙은이가 한 눈에 보아도 무거운 짐이었고 차에 오르자마자 연신 이마에 구슬같은 땀방울 절은 손수건으로 훔치면서 열차와 열차 객차 연결된 가까운 곳에 서 있는 모습이 깔끔한 의상이나 긴머리 퍼머형으로 깔끔히 단정된 머리, 그러나 허리는 약간 등이 굽은 체형이었습니다. 아마도 이 멋쟁이 할머니도 이 늙은이처럼 인생 긴 삶의 길인 긴 세월의 터널을 지나왔기에 등이 굽어보이더군요.

하온데 이 늙은이가 보아도 나이가 칠십은 넘어보이더군요. 그러나 아무도 그 할머님 모습을 쳐다보는 사람은 많은데 어느 누구 한 사람이 자리를 양보하면서 그 외국인 멋쟁이 할머님한테 한국 사람의 친절한 배려하는 사람은 없더군요.

늙은이는 경로석에 앉아 있기가 왠지 그 외국인 할머니를 보는 순간 미안한 생각에서 할머님더러 좌석에 앉아 가라고 손짓으로 권유하였더니 할머님은 두 손으로 합장하면서 연신 감사하다면서 자리에 앉기를 사양하더군요. 하면서 계속 서서 가면서 양 볼에 흐르는 땀을 손수건으로 닦으면서 자기 손바닥으로 부채질하는 시늉하더군요.

이 늙은이는 마침 저의 상의 잠바 안주머니에서 한번도 쓰지 않은 접는 신사용 부채가 한 개 있기에 꺼내어서 외국인 할머님한테 권하였더니 그제서야 얼굴에 만면의 웃음을 지으시면서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하면서 계속 부채를 부치다가 대구역에 내릴 채비를 하면서 부채를 접어서 나에게 주시길래 가져도 좋다고 인사를 했더니 할머님은 웃음 띤 얼굴로 손을 내밀면서 악수를 청하더군요.

그 할머님 이 늙은이 더러 몇 번이나 고개 숙이면서 인사를 하시고 대구역에 하차하였답니다.

아무리 보아도 할머님은 영국 할머님이었습니다. 이 늙은이도 매일같이 시장을 수십 년 누비고 다니면서 중국계 일본계 미국계 인도나 러시아 쪽 외국인을 만났습니다. 이 늙은이도 비록 신발 깔창을 행상 판매하지만 항상 깨끗한 작업복에 넥타이를 매고서 신발은 언제나 검정 구두를 매일 깨끗이 내 손으로 닦아서 신고 다니기 때문에 어느 시장엘 가도 넥타이 맨 멋쟁이 할아버지로 이름을 불러주는 것이 어느 시장이든 시장 골목사람이 이름 붙여준답니다.

편집국장님, 이 늙은이는 한 평생을 시장을 누비고 다니기에 얼굴에 웃음 띰으로써 친절이란 말은 장사꾼들은 밑천 안 들이고 돈 버는 것이 바로 친절이랍니다.

누구나 장사하는 사람은 친절은 내 물건을 팔아주는 손님, 즉 고객을 딴 곳으로 못 가게 묶어 놓는 최고의 상술의 방패이기도 하답니다. 왜 우리는 친절과 인사에는 그렇게도 인색한지 이 늙은이는 배우지도 못하고 이제 한 세상 다 살아온 것 같습니다.

하지만 요즘 젊은 사람들은 많이 배운 사람들이 그날 지하철 열차에서 외국인 할머님에게 아무도 친절하게 자리 양보하는 젊은이는 없었답니다. 그날 만난 그 외국인 할머님은 비록 부족했지만 이 늙은이가 베풀어준 양보하는 마음을 충분히 만족하시고 영국으로 돌아가시면 한국에도 젊고 친절한 한국 젊은이가 많다고 칭찬해 주셨으면 고맙고 감사하겠습니다.

대구 매일신문 주간매일 편집국장님, 의미없는 부족한 글을 올리게 됨을 부끄럽게 생각하는 이 늙은이 마음이랍니다. 편집국장님께서 십분 이해하시고 어느 신문 독자 한 사람이 보낸 사연인가 보다 생각하시고 꼭 한번 읽어보아주셔요.

저는 저의 삶을 다 살고서 무겁고 가볍고 즐거웠고 슬퍼했던 인생살이 희비 쌍곡의 날개를 다 접고 영원히 먼길 떠날 때까지 삶의 현장을 누비다가 세상을 떠나고 싶어서 이 골목 저 골목 시장을 누비며 열심히 살다가 떠나고 싶은 늙은이랍니다.

두서없는 글을 올리게 되어 죄송한 마음 금할 길 없습니다. 부디 대구 매일신문 주간매일이 방방곡곡에 밝고 투명한 독자들의 눈과 귀가 되는 지면 언론 뉴스가 되어주시며 더욱 더 전도 주간매일의 발전을 진심으로 바랍니다. 안녕히 계십시오.

이정수(경남 창녕군 부곡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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