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경주 방폐장 '빛 좋은 개살구'가 되어서야

한국원자력환경공단이 경주 방폐장과 주변 관광지를 연계한 관광명소화 계획을 밝혔다. 동경주에 들어서는 국내 유일의 중저준위 방폐물 처분장을 부근의 다양한 관광지와 패키지로 묶어 볼거리와 즐길거리가 있는 관광상품으로 개발한다는 것이다, 그렇게 되면 인근 동해안 횟집과 숙박업소에 관광객의 발길이 잦아질 것이고, 일자리 창출 효과도 뒤따라 지역 경제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한국원자력환경공단은 방폐장 내에 조성한 내방객 전용 공간인 청정누리공원부터 활용할 계획이라고 한다. 이곳에 홍보관인 코라디움과 전망대 그리고 각종 테마동산과 체육시설, 관람시설 등을 갖추고, 해맞이 행사와 코라드 페스티벌 등 다양한 볼거리, 즐길거리와 연계한다는 것이다. 주변에는 문무대왕릉, 감은사탑, 이견대, 기림사, 주상절리, 감포항, 왕의 길 등 관광명소가 많아서 얼마든지 가능한 일이다.

게다가 경주 방폐장은 세계에서 유일한 동굴, 천층을 모두 갖춘 복합처분장이어서 이 분야의 전문가들과 벤치마킹을 위한 원전관련 단체들의 방문도 이어질 전망이어서 이 계획은 더 현실성이 엿보인다. 잘하는 일이다. 그러나 이런 지엽적인 선심 정책으로 경주 사람들의 방폐장사업에 대한 불신과 불만을 해소할 수는 없다.

오랜 세월 방폐장을 껴안고 살아야 하는 경주시민들은 방폐장 유치 이후 정부가 약속했던 8조 원대 지원약속이 절반 이하로 깎이고, 후속 사업도 부진하기 짝이 없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약한 지반과 지하수 유입 때문에 설계 변경과 공기 연장이 거듭되면서 안전성 문제가 제기됐고, 공사 과정에서 뇌물수수 비리까지 터져 불안감은 높아졌다.

공사비도 애초보다 2배 이상 늘어났다. 게다가 방폐장사업 유치 대가로 받은 특별지원금을 국책사업에 되레 투입해야 하는 일이 반복되고 있다. 한국수력원자력 본사 직원의 경주 조기 이주는 사실상 백지화되었고, 사택부지 조성마저 하세월이다. 자사고 설립 역시 무산될 위기에 놓여 있다. 그러니 경주 방폐장 지원사업이 결국은 '빛 좋은 개살구'가 되는 게 아닌가 하고 의구심을 가지는 것이다. 이런 식이라면 어느 지자체 어떤 주민들이 정부를 믿고 기피시설을 유치하며 어려운 결단을 내리려 하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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