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지역법관제 폐지가 법원 개혁의 시작이 돼야

대법원이 내년부터 향판(鄕判)이라 부르는 지역법관 제도를 폐지할 방침이다. 대법원의 결정에 따르면 모든 법관은 전보 인사를 원칙으로 하고, 특정 지역 근무를 원하면 인력 사정 등을 고려해 최대 7년 동안만 허용하기로 했다. 이 7년 동안에는 같은 권역 내 본원과 지원을 번갈아 근무해야 한다. 특히 한 지역에 오래 근무한 법관이 승진해 지법'고법 부장판사나 법원장이 되면 반드시 일정 기간 다른 지역에서 근무해야 한다.

이와 함께 대법원 공직자 윤리위원회는 법관이 품위 손상이나 공정성, 청렴성을 의심받을 수 있는 경우에는 외부 인사와의 접촉이나 교류를 피하도록 하는 권고 의견을 의결했다. 대법원의 이번 결정은 노역장 유치 일당 5억 원이라는 이른바 '황제노역'이 불거지면서 지역법관에 대한 비판이 높아진 데 따른 것이다.

지역법관 제도는 잦은 법관 인사로 일어날 수 있는 재판의 불연속성을 막고, 법관의 수도권 쏠림 현상을 줄일 수 있는 장점 등을 이유로 2004년부터 도입됐다. 그러나 명문화하지 않았을 뿐 그 이전부터도 지역법관 제도는 있었다. 중간에 1, 2년씩 전보됐다가 다시 돌아오는 방식으로 한 지역에서 수십 년 동안 평판사에서 부장판사, 법원장까지 지낸 사례가 많다. 이들은 퇴직 뒤 대부분 그 지역에서 변호사로 개업하기 때문에 전관예우 등의 문제가 늘 끊이지 않았다. 또한, 지역 실정을 잘 안다는 장점이 오히려 혈연, 지연, 학연에 매여 오히려 법의 엄정함이나 공정성을 해치는 등 단점이 많았다. 지역법관 제도 자체가 늘 부조리나 비리와 연관할 개연성이 있었던 셈이다.

대법원이 지역법관 제도를 개선한 것은 바람직하다. 그러나 일부 부패한 법관의 문제이지만, 아직 비리가 일어날 수 있는 소지는 있다. 한 곳에서 7년 근무는 재판 업무의 특성상 어쩔 수 없다 하더라도 다른 지역에서 짧게 머물렀다가 다시 돌아올 수 있게 한 것은 뼈를 깎는 개혁과는 거리가 있다. 5년이나 10년으로 기한을 정해 같은 지역에서 근무하지 못하도록 강화해야 한다. 언제든 다시 돌아온다면 지역 토호와의 연결고리를 끊기 어렵기 때문이다.

요즘 법원은 일부 비리 판사 문제로 신뢰도가 바닥이다. 또한, 개혁은 기회가 왔을 때 과감하게 해야 국민으로부터 믿음을 받고 조직도 지킬 수 있다. 이런 뜻에서 이번 지역법관제 폐지는 개혁의 마무리가 아니라 법원이 국민과 국가를 위해 새롭게 태어나는 개혁의 시작이 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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