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전통시장 현대화 사업, 방향 전환 급하다

지난 10여 년간 막대한 예산이 투입된 전통시장 현대화 사업의 성과가 투자에 비해 크게 미흡하다는 지적이다. 시설물 개선에 치중하면서 정작 시장 활성화에 필요한 정체성 확립이나 시장 특유의 개성을 살리는데 실패하면서 소비자의 기대에 크게 미치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된 것이다.

상경계열 학자와 영남지역 상공인들의 산학연 협력 학술단체인 영상아카데미가 22일 마련한 학술대회에서 경북대 장흥섭'장희영 교수는 '우리나라 전통시장 활성화를 위한 아프리카'남미 전통시장 조사' 보고서를 통해 우리의 전통시장 현대화 사업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외국 사례를 통해 본 개선안을 제시했다.

2002년 전통시장 현대화 사업에 착수하면서 들어간 예산은 무려 2조 원에 가깝다. 전통시장 및 상점가 육성을 위한 특별법 시행령에 따라 전통시장 및 시장활성화 구역, 상점가 시설현대화사업 등에 국가가 최대 60%의 보조금을 보탰다. 그 결과 아케이드가 설치되고 시설물 개보수, 주차공간 확충 등 성과도 있었다. 하지만 이런 노력에도 여전히 전통시장 수가 줄어들고 매출액'이용객이 감소하는 등 허점은 여전하다는 평가다. 낙후된 시설 개선에만 치중하다 보니 소비자 중심의 시장 정체성 찾기에 실패했고, 경영 합리화와 상인의식 개선 등을 통한 시장 활성화 노력에 소홀히 하면서 부작용이 불거지고 있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천편일률적인 건축물과 시장 특성을 살리지 못하는 사업 환경 등 전통시장에 대한 이해 부족이 현대화 사업의 부작용을 키운 꼴이라고 했다. 전통시장에 대한 소비자의 신뢰가 크게 향상되지 않은 것은 잘못된 사업 방향에서 찾아야 한다는 말이다. 정부와 지자체의 리더십과 세심한 배려가 부족하고 시장 발전에 대한 상인 간 이견도 실패의 원인으로 지목됐다.

겉모습이 번듯하다고 해서 소비자의 발길을 돌려세우기에는 역부족이다. 대형마트 쏠림현상도 문제이지만 시장도 편의성이나 서비스의 질적 수준, 가격에 대한 신용 등 고쳐야 할 부분이 많다. 외국의 사례처럼 우리 전통시장이 지역민의 사랑을 받는 곳으로 거듭나려면 현대화의 기본 방향에 대해 더욱 고민할 필요가 있다. 시장의 고유한 기능과 친밀도 등을 면밀히 따져보고 전통시장에 대한 인식 제고 등 혁신안을 새로 마련해야 한다. 이런 로드맵 없이는 아무리 예산을 쏟아붓더라도 시장을 되살리는 데는 힘이 부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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