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고 용도의 건물인데 업무공간으로 리노베이션하고자 합니다. 직원들이 창조적인 역량을 발휘할 수 있는 유니크한 카페와 같은 공간이었으면 합니다. 중소기업이지만 해외 바이어들이나 관련 대기업과의 관계에서도 당당하게 비즈니스를 할 수 있는 공간이길 원합니다."
리노베이션이라는 단어 자체는 두 개의 의미를 내포한다. '다시 할 것'과 '새롭게 만들 것'. 다시 한다는 것은 이미 있는 것을 창작한다는 뜻이다. 새롭게 만든다는 것은 기존의 것을 창의력과 참신함을 통해 지금의 상황에 맞는 것으로 변화시키는 것을 의미한다. 그 과정에서는 필연적으로 기존의 건축물에서 '그대로 보존할 부분'과 '새로이 만들거나 고칠 부분'을 결정해야 하며, 이 점에서 가장 먼저 따져보아야 할 점은 기존 것이 지닌 가치인데 때로는 역사적이거나 구조적인 면, 때로는 단지 기능적인 가치일 수도 있다.
리노베이션 프로젝트는 또 다른 의미에서의 창의성을 발휘할 독특한 기회이다.
이전의 조건들을 이해하고 개조하며 새로운 것을 넣으면서 확장하는 방법을 찾아가는 과정은 그 건물의 진화 과정에 대한 참여이다. 또한 기존 공간이 지닌 논리, 또는 이것과 건축 재료와의 관계를 규명하면서 한층 더 복잡한 양상으로 전개되기도 한다. 이러한 작업에서 중요한 것은 어떤 특정 관점에 국한된 공간논리를 추구하기보다 이전의 것과 새로운 것들 사이에서 자연스럽게 발생하는 대류와도 같은 숨겨진 잠재적 논리를 찾아내어 이를 극대화함으로써 건축물에 또 하나의 켜를 쌓아야 한다는 것이다.
창고는 보관, 쌓아두는 것이 목적인 공간이다. 그러나 적재, 보관은 과정일 뿐이며, 그 최종 목표는 적절한 시점에 필요한 곳으로의 반출이다. 기존 건축물의 용도인 창고는 리노베이션의 결과물인 창조적 업무공간 개념과 이러한 의미에서 동일하다. 창조적 업무공간에서 생산된 창조적 아이디어는 서류로, 텍스트로 계속 저장되어 있는 것이 아니라 생산 과정과 입출고 과정에, 기타 업무 과정에 반영되고 적용되어 순환된다.
▷평면 계획
13×34m(남북 방향) 장방형 평면에서 장변 방향 동편 솔리드(solid)한 벽을 설치하여 프라이빗한 공간을 배치하고 장변 방향 서편으로는 오픈 레이아웃(open layout)의 업무공간을 배치하였으며, 그 사이를 중간적 성격의 투명한 유리벽+시스루 패브릭(seethrough fabric)의 유연한 재료로 조합된 방을 배치하여 분리와 통합이 자유롭게 계획하였다. 또한 세미나실의 벽체는 전체가 9개의 회전하는 벽으로 이루어져 개폐가 자유롭다.
▷단면 계획
리노베이션에서는 필연적으로 외피의 외과적 수술이 필요하다. 여러 가지 조건과 상황으로 수평적 절개는 불가능하였으므로 수직 부분(지붕)의 절개작업으로 외부데크, 공중정원(hanging garden)을 만들어 박공지붕의 단순한 단면에 변화를 주어 햇빛과 바람과 비의 통로를 만들었다.
▷조명 계획
일반적 사무공간에서 보이는 어느 지점에서나 균일한 조도를 유지하는 방법이 아니라 공간의 성격에 따른 조명 계획으로서 크게 3개의 영역으로 구분하였다. 복도와 같은 이동공간에는 바닥에 매입한 선형의 조명으로 속도와 이동이 생기게 하였고, 업무공간에서는 기본조명 위에 개인업무 데스크에 별도의 국부조명을 설치하여 적절한 조도를 확보하였으며 휴식공간에는 캘빈도(색온도) 2천700K로 조절하여 자연스러운 대화와 휴식이 가능토록 계획하였다.
▷구조 계획
기존 창고가 가지는 구조는 그대로 노출하면서 적재의 DNA를 보여주는 랙(rack)의 구조미를 적용하였다. 현장 중심으로. 기본적으로 디자인한다는 것은 예측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완전히 새롭게 시작하는 신축과 달리 리노베이션은 예측과는 다른 상황이 발생하기 마련이다. 사무실에서 도면으로 그리는 추상적 작업보다 현장에서 건축자재 자체로 공간을 스케치하였다. 이런 식의 현장 중심의 실용적 즉각성과 사고와 행동의 동시성은 리노베이션의 또 다른 즐거움이다.
창고가 적재물과 환경의 기계적 물리적 관계의 공간이라면 리노베이션의 결과물은 물질과 비물질을 통합한 자연과 공간과 인간과의 관계 중심의 계획이다. 이러한 의미에서 기존의 창고 공간을 레치타티브(Recitative)라 한다면 리노베이션의 공간은 아리아(Aria)로 비유할 수 있겠다. 합창, 앙상블, 레치타티브, 아리아가 공존하며, 한편의 오페라와도 같이 기업의 다양한 활동들이 창조적으로 진행되는 생산적 공간이 되길 바란다.
*레치타티브: 서창, 오페라에서 선율이 배제된 일종의 읊조림
*아리아: 영창, 오페라에서 주인공이 부르는 화려한 주 멜로디
글'사진=건축사무소 him 대표. 건축사 백성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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