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몽에게 보내는 편지·도덕에 관한 편지·프랑키에르에게 보내는 편지/ 장 자크 루소 지음/ 책세상 펴냄
루소는 편지를 참 많이 썼다. 누군가에게 정말로 발송한 편지도 있고, 단지 편지 형식을 빌려 쓴 글도 있다. 그가 쓴 편지와 받은 편지 및 관련 글들을 모은 '서한 전집'은 52권의 방대한 분량을 자랑한다. 루소에게 편지는 책으로는 다룰 수 없는 표현이자 기록을 담는 매체였다. 루소가 쓴 '사회계약론' '에밀' '신엘로이즈' 등을 이해하려면 루소가 책의 집필 동기와 경위 등은 물론 책을 펴낸 전후 겪은 일과 그 영향 및 심리 상태 등을 적은 편지를 반드시 참고해야 한다. 루소의 편지는 그의 삶과 사상을 들여다볼 수 있는 또 다른 창이다.
이 책에서는 루소가 쓴 편지 3편을 다룬다. 이 중 '보몽에게 보내는 편지'가 가장 무게감이 나간다. 루소는 1762년 자신의 교육론을 담은 '에밀'을 펴낸다. 에밀이라는 고아가 태어나서 결혼할 때까지 아주 이상적인 가정교사가 주도면밀하게 계획한 교육을 받으며 성장하는 과정을 담고 있다.
그런데 에밀의 글 속의 종교관이 신성모독적이라며 프랑스 파리의 보몽 대주교가 루소를 공개적으로 비난한다. 앞서 루소는 같은 이유로 유신론자들과 경찰로부터 쫓기고 있었고, 에밀은 판매금지를 당하고 파리에서 불태워지기까지 했다. 보몽 대주교의 비난에 대한 반박과 해명을 루소는 편지 형식으로 적는다. 바로 보몽에게 보내는 편지다. 이 편지는 궁지에 몰린 루소가 촘촘한 논리 및 당당한 어조로 고위급 성직자와 맞선 점에서 당대 사람들로부터 열광적인 반응을 이끌어냈다.
'도덕에 관한 편지'는 루소가 사랑하는 여인 두드토 백작부인을 행복의 길로 이끌 목적으로 쓴 것이다. 스스로 '미덕과 행복에 대한 선생'임을 강조하며, 심혈을 기울여 편지를 써 몇 번이나 고치기를 반복했다. 하지만 끝내 두드토 부인에게 부치지는 못했다. 사랑하는 여인에게 세레나데가 아닌 행복지침서를 전해주려 했던 루소. 그는 진정 낭만을 알았던 것일까, 아니면 글밖에 모르는 범생이였던 것일까. '프랑키에르에게 보내는 편지'는 실제로 프랑키에르라는 사람의 편지에 대해 쓴 답장으로 추정된다. 말년을 지나고 있던 루소는 신, 예수, 신앙, 기적, 미덕, 철학 등 여러 저서에서 자신이 내놨던 주장들을 재검하고, 자신만의 통찰을 드러낸다.
장 자크 루소(1712~1778)는 18세기 프랑스의 정치사상가'철학자'소설가'교육이론가'음악가'극작가다. '레오나르도 다 빈치'스러운 느낌이 드는 다재다능한 인물이었다. 당시 루소는 이성과 진보의 논리에 반기를 들며 문명 비판자로 나섰다. 또 19세기의 새로운 감수성을 제시하며 낭만주의의 선구자로 현재 여겨진다. 268쪽, 2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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