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안전한 도로 행복한 교통문화] 시끄러운 도로

멈출줄 모르는 '부릉부릉' '끼∼익'…으악, 돌아버릴것 같아

대구 도심은 급가속과 급출발, 무절제한 경적 사용 등 잘못된 운전습관으로 발생하는 소음에 시달리고 있다. 우태욱 기자 woo@msnet.co.kr
대구 도심은 급가속과 급출발, 무절제한 경적 사용 등 잘못된 운전습관으로 발생하는 소음에 시달리고 있다. 우태욱 기자 woo@msnet.co.kr

A(29) 씨는 지난해 9월 21일 0시 45분쯤 대구 수성구 두산동의 한 식당 앞을 지나가다 오토바이를 타고 가던 B(27) 씨의 얼굴을 주먹으로 몇 차례 때렸다. 지난해 10월 2일 오후 11시 15분쯤에는 골목길을 걸어가던 C(56) 씨가 자동차에 타고 있던 D(54) 씨에게 다가가 욕설을 하며 얼굴을 폭행해 상처를 입혔다.

상황은 다르지만, A씨와 C씨의 폭행 이유에는 공통점이 있다. 바로 경적 소음이다. 오토바이를 타고 가던 B씨와 자동차를 몰던 D씨가 경적을 심하게 울리자, A씨와 C씨는 화가 나서 주목을 휘둘렀다는 것이다.

생활에서 접하는 도로 소음의 스트레스는 폭력으로 이어질 만큼 심리적 고통을 준다. 대구시민들은 굉음 수준인 자동차 엔진과 경적 소리 같은 도로 소음에 밤낮으로 시달리고 있다. 급가속과 급출발, 무절제한 경적 사용 등 잘못된 운전 습관이 소음 피해를 늘리고 있다. 기자가 소음측정기를 들고 직접 대구 도심 도로로 나가 소음실태를 살폈다.

◆도심 도로는 '소음 지옥'

대구 중구 사일동 중앙네거리. 국채보상로와 중앙대로가 교차하는 이곳은 교통량이 많은 네거리 중 하나다. 11일 오후 3시 10분부터 5분씩 2차례에 걸쳐 중앙네거리의 평균 소음도를 쟀다. 그 결과, 평균 소음도가 각각 73.7㏈(A)과 74.1㏈(A)로 나타났고, 최고 소음도는 85.3㏈(A)과 90.9㏈(A)에 이르렀다. 환경정책기본법이 정한 상업지역의 주간(오전 6시~오후 10시) 소음 기준(70㏈)을 훨씬 넘어섰다.

다음으로 찾은 곳은 환경부 자동소음측정망이 있는 '계명약국 앞'(남구 대명동)과 '새동산약국 앞'(중구 동산동)이다. 측정 위치는 계명네거리에서 내당네거리 방향으로 80여m 떨어진 계명약국 앞으로 잡았다. 11일 오후 4시 25분부터 5분씩 2회 측정한 평균 소음도는 70.7㏈과 72.9㏈이었고, 최고치는 83.9㏈과 95.6㏈까지 나왔다. 새동산약국 앞에서 같은 날 오후 5시 10분부터 측정한 평균 소음도는 72.7㏈과 76.3㏈, 최고치는 84.4㏈과 96.5㏈에 이르렀다. 특히 연속시간 1초의 단발소음은 101㏈이나 됐다. 학교와 종합병원 지역인 이들 지점 역시 주간 소음 기준(65㏈)보다 5~11㏈ 높은 소음이 발생했다.

이날 도로에서 확인한 다양한 소음 발생 요인 중 가장 크게 영향을 미친 건 차량의 엔진 소리였다. 특히 차량이 속도를 높일 때 엔진 소리가 도드라졌다. 교차로에서 멈췄던 차량이 출발해 가속할 때나 주행 신호 내에 교차로를 빠져나가려고 급하게 속도를 높일 때 소음은 더욱 커졌다. 교차로에서 신호가 바뀌면 오토바이 3~5대가 일제히 경주를 하듯 급가속하면서 굉음을 냈다. 오토바이의 엔진 소리는 음량이 크지는 않았지만, 고음이라 날카로웠다.

엔진 소리는 차체가 크거나 경유 차량일수록 더욱 요란했다. 이런 이유로 도로 중 시내버스 노선이 많은 곳의 소음이 더 크게 나타나는 경향을 보였다. 버스가 지날 땐 소음측정기 수치가 80~90㏈까지 올라갔다. 이 밖에 자동차들의 잦은 경적과 타이어 마찰 소리, 차량 실내 스피커의 음악 등도 도로 소음에 한몫을 차지했다.

◆대구 도로 소음, 전국 상위권

대구의 도로 소음은 전국 특별'광역시 중 상당히 높은 수준이다. 환경부의 국가소음정보시스템에 따르면 대구의 자동소음측정망 5곳의 지난해 평균 소음도는 71.07㏈로 특별'광역시 7곳 중 서울(71.49㏈) 다음으로 높다. 부산을 제외한 나머지 광주와 대전, 울산, 인천 등은 모두 60㏈대에 그치고 있다. 대구는 2011년 71.06㏈에 이어 2012년 71.41㏈을 기록하는 등 최근 3년 동안 평균 소음도가 제자리걸음이다.

지난해 대구의 자동소음측정망 중 가장 시끄러웠던 곳은 평균 소음도 73.38㏈를 기록한 새동산약국 앞이다. 이곳은 해마다 대구에서 소음도가 가장 높게 나오고 있다. 다음으로 계명약국 앞, 축협월성지점 앞(달서구 본동), 국립대구박물관 정문(수성구 황금동), 원음피아노(수성구 상동) 앞 등의 순이다. 지난해 12월을 기준으로 이들 5곳은 31일 동안 모두 주'야간 평균 소음이 기준을 넘었다. 5곳의 주간 평균 소음도는 69.87~73.76㏈, 야간 평균 소음도는 65.13~71.37㏈로 각각의 기준인 65㏈과 55㏈을 훨씬 웃돌았다.

과도한 도로 소음은 건강에 악영향을 미친다. 높은 소음에 장기간 노출되면 일차적으로 청력 손실과 이명, 고막의 함몰 등이 나타날 수 있다. 또 혈관이 수축해 맥박과 혈압이 상승하고 위액 분비 불량으로 소화불량을 유발한다. 이런 생리적 영향이 장기간 지속되면 심장병과 위궤양 등의 발병 우려가 있다. 심리적으로 초조와 불면증, 불쾌감 등이 생겨나 생활에 불편을 준다.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병원 실내에서 30㏈ 이상이면 수면방해 ▷학교 실내에서 35㏈ 이상이면 의사소통 방해 ▷학교 실외에서 55㏈ 이상이면 불쾌감 ▷주거환경 실외에서 55㏈ 이상이면 심한 불쾌감 ▷교통지역에서 70㏈ 이상이면 청력장애 ▷공공장소 실내'외 85㏈ 이상이면 청력장애 등의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대구시는 2015년까지 10억원을 들여 소음지도를 작성할 예정이다. 소음지도가 완성되면 대구지도에 지역별로 여러 가지 색깔로 소음 등고선을 표시하게 된다. 또 소음측정망도 8곳 추가할 방침이다. 대구시 김병곤 환경정책과장은 "소음지도를 바탕으로 대구 어디가 소음이 심하고 어떤 발생원이 있는지 파악해 소음 관리 계획을 세우겠다"고 했다.

※㏈(A)=소음도를 나타내는 음압 측정 단위에는 ㏈(A), ㏈(B), ㏈(C)가 있다. ㏈을 A, B, C로 나누는 이유는 사람의 귀가 주파수에 따라 소리의 크기를 인지하는 감도가 다르기 때문이다. 이 점을 고려해 주파수 대역별로 가중치를 주는 방법으로 3가지로 나눈 것. 제일 많이 쓰는 A가중치는 사람의 귀가 민감하게 반응하는 4㎑ 대역에 가중치를 많이 주고 둔하게 반응하는 저음이나 고음 쪽에는 B, C 등 가중치를 적게 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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