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민송기의 우리말 이야기] 진짜 아버지의 마음

지난주에 경기도지사의 아들이 군 폭행 사건의 가해자라는 뉴스가 있었다. 공교롭게도 도지사는 사건이 보도되기 바로 전날 한 일간지에 '나를 흔든 시 한 줄'이라는 제목의 칼럼을 냈었다. 김현승 시인의 '아버지의 마음'을 이야기하며 군에 간 아들이 맞지나 않는지, 혹은 가해자가 되는 것은 아닌지를 걱정하는 내용이었다. 일 때문에 아들과 함께하는 시간이 적다 보니 아들에게 미안한 한편으로 늘 걱정스러운 마음이 있는 것은 도지사나 보통 아버지들이나 다를 바가 없다는 점에서 안쓰럽기도 했다.

그런데 도지사가 칼럼에서 인용한 시가 정확한 시는 아니다. 인터넷에는 대부분 '세상이 시끄러우면/ 줄에 앉은 참새의 마음으로/ 아버지는 어린 것들의 앞날을 생각한다./ 어린 것들은 아버지의 나라다.-아버지의 동포다.// 아버지의 눈에는 눈물이 보이지 않으나/ 아버지가 마시는 술에는 항상/ 보이지 않는 눈물이 절반이다./ 아버지는 가장 외로운 사람이다. 아버지는 비록 영웅이 될 수도 있지만……'이라는 구절이 나오는 시가 김현승 시인의 '아버지의 마음'이라고 나온다.

여기서 보면 아버지에게 자식은 삶의 목표이고, 삶의 위안이다. 이 시에 등장하는 아버지의 고독은 자식을 위해 모든 것을 포기한 데서 오는 것이다. 그래서 '폭탄을 만들거나 감옥을 지키거나 술집 문을 닫는' 사람들이 집에 오면 자기 자식만을 위해서는 자상한 아버지로 돌변하는 것이 전혀 이상하지 않다.

예전에 시험 출제에서 이 시를 가지고 문제를 내려고 하는데, 교과서들마다 시가 달라서 긴급히 1970년에 나온 김현승 시인의 시집 '절대고독'을 공수해 왔었다. 그런데 시집에 있는 시는 첫 3연은 같고 4연부터는 다음과 같이 되어 있었다.

바깥은 요란해도

아버지는 어린것들에게는 울타리가 된다.

良心을 지키라고 낮은 음성으로 가르친다.

 

아버지의 눈에는 눈물이 보이지 않으나

아버지가 마시는 술에는 눈물이 절반이다.

 

아버지는 가장 외로운 사람들이다.

가장 화려한 사람들은

그 화려함으로 외로움을 배우게 된다.

 

원래의 시를 보면 아버지의 모습은 자식들을 지켜주는 정신적 울타리이다. 아버지가 가진 외로움은 양심을 지키며 살기 힘든 세상에서 타협하지 않고 살고자 하는 데서 오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이것은 김현승 시인이 내내 추구했던 '절대고독'이라는 주제와 연결되어 있다. 자식들이 화려한 성취를 할 수 있는 것은 자기 자식만을 생각하지 않고 양심과 정의를 잊지 않는 아버지의 울타리가 있었기 때문이라는 것을 이 시는 보여준다.

능인고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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