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승소 후 소송비용 회수엔 뒷짐진 지자체

재산 추적 압류땐 주민 반대 여론 의식 회수 하지 않아…안행부 "철저 이행"

전국 시'군 지방자치단체들이 주민들과 벌인 각종 소송에서 이기고도 소송 비용을 제대로 회수하지 않는 것으로 밝혀졌다. 민선 단체장들이 다수 주민들에게 소송 비용까지 부담시킬 경우 자칫 반대 여론이 들끓을 수도 있다고 판단, '선심성 대응'으로 일관했기 때문이다.

안전행정부가 올 상반기 각 지자체를 대상으로 실시한 시스템 감찰에서 대구 기초단체들은 승소한 소송 14건의 소송비용 3천980만원을 회수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전국적으로는 97개 시'군이 797건의 소송비용 회수를 누락했으며 금액만 26억4천만원에 이른다.

이에 따라 안행부는 최근 각 지자체에 "소송 비용 회수를 위한 재산 추적, 압류 등의 소송비용청구절차를 철저히 이행하라"고 지시했다.

대구 달성군의 경우 대구테크노폴리스 조성 과정에서 유가면사무소 이전 부지를 두고 주민 13명이 제기한 소송에서 이기고도 소송 비용을 물리지 않았다. 당시 주민들은 유가면사무소 부지선정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냈지만 대구고법에서 기각됐고, 소송비용 600만원을 내야 할 처지였다.

소송 비용을 물게 된 주민들은 유가면 노인회와 번영회, 이장협의회 등 9개 주민단체 대표와 소송 당사자인 신청사부지선정반대 대책위원장이 작성한 '소송비용을 주민들에게 청구하지 말아달라'는 내용의 건의서를 달성군에 제출했다.

달성군은 '군수가 필요하다고 인정될 때는 소송비용 확정결정 신청을 아니 할 수 있다'는 자체 소송사무처리규칙과 주민들과의 갈등 해소 등을 이유로 주민들에게 소송 비용을 청구하지 않기로 했다. 법적 규정보다 자체 사무처리 규칙을 앞세운 셈이다.

지난 2010년 달성군 옥포면 본리리 토지구획정리지구 내 삼환나우빌 아파트 주민들이 제기한 소송에서도 소송 비용 처리가 문제로 지적됐다. 이 아파트 주민 88명은 달성군과 한국도로공사 등을 상대로 '고속도로 확장 등 소음피해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다. 그러나 대구지법은 이를 기각하고 소송 비용 2천600만원을 원고인 주민들이 부담토록 했다.

그러나 달성군은 법원의 판결이 난 지 4년이 지나도록 소송 비용을 회수하지 않고 있다가 안행부 감찰에 걸리자 부랴부랴 소송 비용 청구절차 이행에 나섰다.

주민 박모(54'달성군 화원읍) 씨는 "민사소송법에는 소송 비용은 패소한 당사자가 부담토록 명시돼 있는데도 지자체의 선심성 대응이 공공연하게 이뤄지고 있다"며 "이런 지자체의 행태는 '아니면 말고 식'의 소송을 부추길 뿐 아니라 지방재정과 행정력 낭비를 불러온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달성군 관계자는 "앞으로 각종 소송관련 직원들에 대해 업무 연찬 및 교육실시 등 지도감독을 철저히 하고, 특히 승소사건에 따른 소송 비용 회수 업무를 태만히 하는 부서와 직원들에게 징계 등 책임을 묻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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