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진현철의 '별의 별이야기'] 영화 '내 연애의 기억' 배우 송새벽

배우 송새벽(35)은 이달 20일 개봉한 영화 '내 연애의 기억'에서 새로운 모습을 보여줬다. 그동안 웃기는 배우로 소비된 것이 억울했던 듯, 깜짝 놀랄 이미지 변신을 했다. 전작 '도희야'에서도 주정뱅이 아빠로 등장, 깜짝 놀랄 만한 악한의 모습을 선보였다. '도희야'가 먼저 개봉하긴 했지만, 사실은 '내 연애의 기억' 촬영이 먼저였다. 이 영화에서 그는 반전 있는 캐릭터를 맡아 관객을 놀라게 한다.

2009년 영화 '마더'에서 세팍타크로 형사 역으로 스크린에 데뷔하긴 했지만 이듬해 영화 '방자전'을 통해 더 주목받은 송새벽. 어눌하고 독특한 말투와 행동으로 존재감을 선보였던 그는 관객을 웃겼다. 이후 '시라노: 연애조작단' '위험한 상견례' '아부의 왕' 등에서도 코믹한 연기를 펼쳤다. '부당거래'나 '7광구' 등에서 다른 모습을 선보이는 듯했지만 코믹 연기만큼 주목받지 못했다. 내면에 다른 모습이 많았을 텐데 자연스럽게 이미지가 한쪽으로 쏠렸다. 하지만 최근 들어 그는 웃음기를 거둬들이는 것 같다. 전략적이라고 해야 할까?

이미지 변신에 고민을 많이 한 것 같다고 하니, 송새벽은 고개를 가로저었다. "행복한 고민"이라고 너털웃음을 지으면서다. "코미디 배우로 소비되는 걸 어떻게 생각하느냐고요? 그런 인식에 대해 고민은 했지만, '시간이 지나면 나아지겠지?'라고 생각했던 것 같아요. 작품을 꾸준히 한다는 것은 그저 감사한 일이잖아요. 전 코미디 영화를 꺼리지 않아요. 코미디는 분명한 매력이 존재하는 장르입니다. 재미있으면 참여하는 거예요. 어떤 영화든 이야기를 어떻게, 재미있게 푸느냐가 관건인 것 같아요."

그는 "지금 이 시점에 '뭔가를 선택해야지!'라는 생각은 없다"며 "과거 영화 '방자전' 이후 들어온 시나리오는 비슷한 이미지가 많았긴 했다. 그때 나는 시나리오를 선택하는 위치가 아니었다. '시켜주시면 감사합니다'였다"고 회상했다.

'도희야'와 더불어 '내 연애의 기억'에서 보여준 반전 매력이 송새벽의 다른 이미지를 제대로 각인하게 할 것 같다. 번번이 연애에 실패하던 여자가 운명적으로 만난 남자와 인생 최고의 연애를 이어가던 중 그에게 숨겨진 믿을 수 없는 비밀들을 알게 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 '내 연애의 기억'에서 송새벽은 완벽한 듯 보이지만, 수상한 남자 현석으로 나온다. 여자친구 은진(강예원)을 배려하는 듯하지만 알고 보면 반전이 가득하다. 송새벽이 전하는 반전은 이 영화의 보는 맛을 더한다. 이 때문에 그가 이 작품에 출연한 것 같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사실 송새벽의 음산함(?)을 알아본 건 강예원이다. 제작이 안 될 수도 있던 이 영화의 시나리오를 강예원이 보고 출연을 결정했고, 남자주인공에 송새벽을 추천했다. 두 사람은 앞서 영화 '조선미녀삼총사'에서 호흡을 맞췄다. "사실 '조선미녀삼총사'에서는 서로 거의 보지 못했어요. 그보다 더 전에 예원 씨와 술자리를 오가며 만나 알게 됐죠. '언제 한번 같이 연기하자'였는데 이번에 시나리오를 읽어보라고 주더라고요. 밤늦게 읽었는데 잠이 안 왔죠. 출연한 이유는 일단 재미있었던 게 커요. 이런 사랑 이야기도 있구나 했죠. 하하."

극 중 송새벽이 반전을 담당한다면 강예원은 웃음을 주는 역할이다. 송새벽은 "강예원이 연기를 정말 잘했다"고 좋아했다. "망가진 모습은 그 모습 그대로의 강예원"이라고 진담인 듯 농담을 건넸다. "같은 나이라 친구긴 하지만, 연기 호흡을 제대로 맞춘 건 처음이에요. 그런데 깜짝 놀랐어요. 원래 유쾌하고 솔직하며 재미있는 친구긴 한데, 제가 생각한 것 몇 곱절의 에너지를 뿜어대며 연기하더라고요. 많은 도움이 됐죠."

'내 연애의 기억'은 앞서 올해 열렸던 제18회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폐막작으로 선정, 마니아들로부터 호평을 받았다. 배우들의 연기력은 이권 감독의 연출력에 녹아들었다. 은진의 실패한 여섯 번의 연애를 떠올리는 장면은 재치 넘치는 전개로 웃음과 공감을 전했다. 후반부 현석의 과거가 밝혀지는 애니메이션도 감각적으로 표현됐다. 이권 감독의 만화와 연극 무대를 연상시킨 연출법은 눈길을 사로잡을 만하다.

꽤 괜찮은 반전 로맨틱 코미디 작품이지만 여름 블록버스터와 경쟁하고 있어 상영관을 많이 확보하지 못했다. 송새벽은 아쉬움을 토로했다. "상영관이 적어서 아쉽긴 하죠. 더 많은 분들이 보면 좋은데…"라며 "동네 형 같은 이권 감독님과 즐겁게 촬영했다"는 송새벽은 "다음에도 좋은 기회가 있으면 다시 또 호흡을 맞추고 싶다"고 했다. 상영관이 별로 없는 것과 관련한 아쉬움은 계속 전해졌다.

반전 로맨틱 코미디이니 그의 로맨스(송새벽은 지난해 11월 연극배우 하지혜와 오랜 연애 끝에 결혼했다)에 대해서도 묻지 않을 수 없다. 송새벽은 거짓말을 잘하던 사람일까.

"전 거짓말 하면 얼굴에 티가 난다고 하더라고요. 맞으면 맞는 것이고, 아니면 아닌 거죠. 아내가 이 영화에 대해 무슨 이야기를 해줬느냐고요? 시나리오를 봤는데 공감한다고는 하더라고요. 물론 제 아내 성격은 은진과는 많이 달라요. 하하하. 그래도 아내가 연극배우를 해서 그런지 작품을 객관적으로 볼 수 있게 해주는 데 도움이 되는 것 같아 좋답니다."

송새벽은 최근 '도희야'를 통해 칸국제영화제에도 참석하고, 소속사도 씨제스엔터테인먼트로 바뀌는 등 크고 작은 변화들이 있었다. 이전보다 다양한 역할 제의도 많이 들어오는 등 즐겁게 연기 활동을 하고 있다. "살다 보니깐 칸을 다 가봤네요. 정말 생각도 못했는데….(웃음) 연기하면서 해외 영화제 가게 될 줄은 꿈도 못 꿔봤죠. 즐겼느냐고요? 그러진 못했어요. 며칠 안 있었는데 계속 인터뷰하고 행사 일정이 있어서 뭘 할 수가 없었죠. 다음에 좋은 작품으로 정말 꼭 한 번 다시 가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는 영화 '도리화가'로 또 다른 변신을 한다. 판소리 학당의 소리 선생이자 북 고수 김세종 역을 맡아 한창 연습 중이다. 그룹 미쓰에이의 수지가 출연하는 영화다. 그는 사람들에게 사랑받는 아이돌 수지와 연기 호흡을 맞추는 것과 관련해 "즐겁다"고만 했다. '삼촌팬'이 됐을 법도 한데, 적당한 선에서만 좋아하는 투였다. 유부남이라서 그럴까? 아이돌에 별로 관심이 없어서일 수도 있겠다. 점점 연기 폭이 넓어지고 있는 송새벽. '도리화가'에 앞서 촬영을 끝낸 영화 '덕수리 오형제'로 하반기 관객을 먼저 찾을 예정이다.

매일경제 스타투데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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