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이 분명 본사다. 회사 업무 특성상 서울 활동이 필요하지만 포항시와 시민들에게 기여할 수 있는 방안을 적극 모색하고 실천해 지역 소외가 없도록 최선을 다하겠다."
포스코ICT 박한용 전 사장(포스코교육재단 이사장)은 지난 2010년 포스콘(포항)과 포스데이타(경기도 판교)를 합병하면서 포항(본사)이 아닌 판교(사무소)로 업무가 재편되는 데 따른 지역의 불편한 시선을 의식한 듯 '포항 본사 기능'을 강조했다.
포항경제계는 박 전 사장의 본사 기능 유지 약속을 철석같이 믿고, 별다른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다. 그러나 약속한 지 4년이 흐른 올해 8월 현재 포스코ICT는 포항 본사에 마지막으로 남은 구매 인력 6명을 '업무 효율화'를 이유로, 판교사무소로 보내는 작업을 진행 중이다.
결국 제철소에서 일하는 엔지니어들만 포항에 남기고, 구매'계약'인사'총무 등 '기업 심장'은 판교로 모두 옮겨가는 작업을 마무리하고 있는 셈이다.
포스코ICT는 합병 이후 핵심부서인 재무'혁신'감사'품질 분야 전원과 구매'총무'노무 등 일부 직원을 판교 사무소로 옮겼다. 재무 분야가 판교 사무소에 둥지를 틀면서 그간 포항에서 거래하던 금융사들이 자금 이탈로 인한 직격탄을 맞았고, 구매'총무'노무 분야의 이동은 경북공동모금회'자매결연마을'사회복지법인 지원 등 사회공헌활동의 무게중심을 판교로 바꿔놨다.
포항 북구 장량동사무소 관계자는 "최근 포스코ICT와 자매결연을 맺은 마을에 대한 지원이 대폭 줄어들었다. 단순히 '회사 사정이 어렵구나'라고만 생각했다. 포항에 본사를 두고 있다면 그에 걸맞은 사회공헌활동을 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했다.
포스코ICT가 이번에 구매 분야를 판교사무소로 옮기면, 포항의 본사 기능은 사옥 관리 및 인허가 관련 업무 외에는 거의 남지 않게 된다. 특히 포스코ICT와 거래하는 지역의 상당수 하도급 업체들은 구매팀 이전에 따른 시간적'경제적 불편과 물량 감소가 있을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하도급 업체들은 포스코ICT가 겉으로는 업무 효율화를 내세우지만 실제로는 경영진 편의 때문에 이전하는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실제로 매번 대표이사들은 포항 본사를 등한시한 채 대부분 일정을 판교에서 보냈고, 주요 의사결정을 하는 임원(상무 이상) 역시 14명 중 12명이 판교에서 일하고 있다. 지난달 취임한 최두환 사장은 외부인사(KT 사장 출신)로 포항지역 사정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함에도 불구, 본사를 거의 찾지 않으며, 취임식도 판교 사무소에서 가졌다.
포항지역 경제계 관계자는 "포스코ICT는 말만 포항 본사일 뿐 주요 기능은 이미 수도권으로 옮겨간 지 오래다. 임원들도 포항 본사에 관심이 없다"고 했다.
포스코ICT 관계자는 "구매팀의 판교 이동 계획은 업무 효율화를 위해 추진하는 것이다. 구매팀이 가더라도 포항의 본사 기능은 그대로 유지된다"고 말했다.
포스코ICT는 포항 500명, 광양 400명, 수도권 1천500명 등 모두 2천400명이 근무하는 포스코 계열사이며, 인력 규모 면에서 포스코건설 다음으로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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