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서트 전용홀로 지난해 11월 새 단장을 하고 다시 문을 연 시민회관의 등장이 2014년 상반기 대구 지역 공연장들의 판도 변화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공연 시장의 재편이 빠르게 이뤄지며 일부 극장들은 부진을 거듭하고 있다는 지적도 받고 있다. 특히 재단법인으로 탈바꿈한 대구오페라하우스와, 시민회관 재개관으로 대구시립교향악단과 합창단 등 두 대형 예술단이 빠져나간 문화예술회관 등은 극장의 정체성을 확립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클래식 비중을 줄이고 무용과 재즈, 연극 등 다양한 장르의 개척에 나섰던 수성아트피아 역시 주춤한 상태다.
◆기획 공연 부족한 오페라하우스와 문예회관
올 1월부터 7월까지 대구지역 5개 대형 공연장(대구시민회관, 대구오페라하우스, 수성아트피아, 대구문화예술회관)의 기획공연과 대관 실적, 객석 점유율 등을 분석한 결과 오페라하우스와 문화예술회관의 기획 공연이 부진했던 것으로 분석됐다.
오페라하우스의 경우 발레 '백조의 호수'와, 오페라 산책 '마술피리', 오페라 '세빌리아의 이발사' 등 5개 작품 9회 공연이 고작이었다. 오페라 제작에는 많은 시간과 비용이 소요된다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허술하다는 지적을 피하기 어렵다. 특히 오페라축제 비용을 제외하고도 기획 공연 예산이 10억원에 육박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더욱 초라한 성적표다. 대신 오페라하우스는 뮤지컬 디셈버와 맘마미아 등 장기 대관을 통해 공연장 가동률을 높인데다, 공연장 무대점검과 공사 일수가 48일을 차지하면서 공연장 가동률에서는 61%의 높은 수치를 보였다.
문화예술회관은 교향악단과 합창단 등 가장 규모가 큰 시립예술단 2개 단체가 빠져나가면서 정체성 확립에 고전하고 있다. 특색있는 기획공연도 찾아볼 수 없었다. 1~7월 동안 문예회관의 기획 공연은 모두 7개로 소극장 연극시리즈 '명불허전'과 MBC 교향악단 초청연주회, 청소년 연극제, 대구심포닉밴드 상주단체 선정기념 연주회 등에 그쳤다. 문예회관(2억7천만원)보다 사업비 예산 규모가 더 적은 아양아트센터(2억3천만원)가 바로크 고음악 '비온디&에우로파 갈란테' 초청연주를 비롯해, '더 하우스 콘서트', 블랙박스 속의 창작오페라 '선덕여왕' 등 모두 14건의 기획 공연을 선보인 것을 감안하면 더욱 비교가 된다.
대신 문예회관은 상주하고 있는 시립국악단과 무용단, 극단, 소년소녀합창단 공연은 물론 다양한 대관공연으로 빈자리를 채웠다. 문예회관 박재환 관장은 "세월호 사고 이후 약 2개월 동안 각종 프로그램의 취소와 연기가 잇따르면서 공연장 가동률이 저하된 측면이 있다"며 "앞으로 문예회관은 다른 극장들과 대형 공연 유치에 경쟁적으로 매달리기보다는 국악과 무용, 연극 장르를 중심으로 지역 예술인들을 육성하는 프로그램에 초점을 맞출 계획이며, 시민들을 위한 찾아가는 공연을 통해 문화예술 저변 확대에 힘쓰겠다"고 설명했다.
◆풍부한 예산으로 많은 기획공연 선보인 시민회관과 아트피아
시민회관은 1월부터 7월까지 모두 40건의 기획 공연을 선보이며 올 상반기 대구지역 극장 중 가장 활발한 활동을 보였다. 재개관 기념공연이었던 '아시아오케스트라페스티벌'을 시작으로, 더 그랑 피아노, 대구국제현대음악제, 조수미 콘서트, 정경화 리사이틀, 광장콘서트 '놀자데이' 등 다양한 프로그램이 포진했다.
수성아트피아 역시 기획력에서는 돋보였다는 평가다. 필립 드쿠플레의 파노라마, 칙코리아&게리버튼 재즈콘서트 등 명품기획을 비롯해, 튜즈데이모닝콘서트, 아티스트 인 대구, 명인명무전, 악극 비 내리는 고모령 등 수성아트피아만의 콘셉트로 모두 27회의 다양한 기획을 선보였다. 특히 대부분의 지역 공연장들이 기획사가 제공한 프로그램을 소화하는데 경우가 많은 것과 달리 수성아트피아는 직접 제작하는 사례가 많은 점이 돋보였다. 하지만 좌석 점유율 면에서는 평균 67%에 그쳤다. 대구시민회관 개관으로 지금까지 상당한 비중을 차지했던 클래식 공연 비중이 줄어든 데 따른 충격을 다 흡수하지는 못한 모습이다.
특히 이들 두 공연장이 나름의 색깔을 가진 다양한 기획프로그램을 내놓을 수 있었던 데는 대구시민회관 6억원, 수성아트피아 6억3천만원 등 다른 극장에 비해 풍족한 기획 예산이 큰 몫을 했다.
최현묵 극작연출가(전 수성아트피아 관장)는 "이제는 지역 극장들도 여러 가지 공연장르를 나열하는 데서 벗어나 성격을 특화해 고유한 영역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며 "오페라하우스는 단순히 오페라 작품을 만드는 기능뿐 아니라 아카데미와 각종 세미나 등을 통해 저변 확대에 힘써야 하며, 대구문예회관은 과거 서울예술의 전당이 생겨나면서 '문예회관'에서 '아르코 극장'으로 무용과 연극 장르에 특화한 사례를 참고삼아 국악과 무용, 연극 장르를 집중적으로 육성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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