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유네스코 유산 추진 '상주동학교' 정통성 논란

학계 일각 "1,400여 점 유물 가치 없다" 이의 제기

상주시 은척면 동학교당 냉방시설에 보관 중인 동학 관련 유물들. 고도현 기자
상주시 은척면 동학교당 냉방시설에 보관 중인 동학 관련 유물들. 고도현 기자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 등재를 추진 중인 상주시 은척면 상주동학교당의 유물을 두고 논란이 일고 있다. 학계 일각에서 상주동학교의 뿌리와 정통성에 이의를 제기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일부 학자들은 상주동학교는 동학의 적자인 천도교가 인정하지 않는 허구의 종단이며 왜곡된 역사의 유물이라 가치가 없다고 주장한다. 상주동학교당에는 동학대와 경전 발간물, 목판 등 289종 1천425점의 유물이 보관돼 있으며 지난해 국가지정 기록물 제9호에 지정됐다.

1860년 수운 최제우가 창시한 동학은 봉건주의 타파와 새로운 체제를 갈망하며 민중들을 중심으로 크게 확산됐고, 1894년 동학농민혁명의 주체가 됐다. 상주 동학교당은 현존하는 국내 유일의 동학본부 건물이다. 남접주(南接主) 김주희(1860∼1944) 선생이 1915년 건립해 이념 위주로 교세를 확장했다.

◆허구의 종단 VS 국내 유일 동학유물 보고

윤석산 한양대 명예교수는 "상주동학교는 동학의 창시자인 최제우 선생으로부터 청림 선생인 김시종이 남접의 도통을 받고, 이어 김주희 선생이 도통을 물려받았다고 기록하고 있다"며 "하지만 청림 선생 김시종이 허구 인물이고 김주희가 창시자인 최제우 선생과 지금의 천도교와는 아무 관련 없다"고 주장했다.

윤 교수는 "이처럼 계통이 불분명한 종단의 기록물을 경북도와 상주시가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 등재를 추진하고 있다는 것은 난센스"라며 "세계기록유산 등재 기준인 유산의 진정성, 역사성 등의 관점에서도 타당하지 않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경북대 김문기 교수는 "전봉준의 동학이 '혁명적 투쟁'이었다면 김주희 주도의 상주 동학은 경서 발간 등 교리 정립을 통한 내면화에 앞장섰다"고 반박했다.

김 교수는 "당시 세상을 구하는 인물로 청림 선생이 회자하는 때여서 허구 인물인 김시종 등을 청림 선생으로 내세우기도 했으나 이는 어디까지나 포교를 위한 방편이었다"고 주장했다.

또 "상주동학교는 방대하고 치밀한 경전과 엄정한 의례를 갖추고 있을 뿐 아니라 경상도, 충청도는 물론 전라도, 강원도에 이르기까지 교세의 범위가 광대했다"며 "실제로 수천 명의 교인이 신앙생활을 했던 점, 교단 운영 과정에 비리가 없었던 점과 1천400여 점의 동학유물이 유일하게 몰려 있는 것 등으로 볼 때 동학 역사상 그 어느 교파보다도 우월한 실체"라고 지적했다. 또 그는 "종교의 정통성은 내부에서 논의할 일"이라며 "세계기록유산은 기록물 자체의 진위 여부나 그 가치, 영향력 등을 의미하는 것이지 종단의 계통문제와는 전혀 관계가 없다"고 덧붙였다.

◆동학의 중심지는 경주? 상주?

이 같은 논란의 이면에는 교주 최제우 선생의 생가가 있는 경주와 국내 동학기록물이 몰려 있는 상주 간의 국립동학박물관 유치 경쟁도 숨어 있다.

경북도는 2016년까지 100억원을 들여 경주에 최제우 선생의 생가를 복원하고 기념관과 수련관을 건립할 예정이다. 하지만 450억원이 투입되는 국립동학박물관은 상주에 건립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상주가 동학의 시발점인 경주를 제치고 동학의 중심지로 더욱 부각될 수 있는 셈이다.

윤석산 교수는 "경북도가 동학발상지로서의 경북 위상을 높이려 한다면 창시자의 생가가 있는 경주에 국립동학박물관을 건립해야 한다"며 "상주 동학교당의 세계기록유산 추진은 정통성 없는 상주에 박물관을 건립하기 위한 명분일 뿐"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경북도와 상주시는 "상주 동학이 최제우로부터 정통성을 이었느냐는 건 애매하지만 동학의 적자로 평가받는 천도교나 다른 종파에서는 이런 유물들을 남기지 않았다"며 "세계기록유산 등재 작업은 크게 문제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경북도 관계자는 "상주동학기록물을 세계기록유산에 등재시키려는 것은 상주동학교의 위상을 높이려는 것이 아니라 동학의 진면목과 가치를 세계에 알리려는 것"이라며 "상주의 동학기록물이 세계기록유산에 등재된다면 현재 동학의 정통으로 자부하는 천도교의 위상도 한층 높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