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주 화요일 오후 6시만 되면 대구도시철도 대구역 3번 출구 앞 공터엔 노숙인들을 위한 커다란 식당이 하나 생긴다.
서재호(63) 씨는 비록 한 끼지만 이들이 배불리 먹을 수 있도록 밥과 음식을 무료로 나눠준다. 지난해 11월 개업(?)한 이 식당은 주인장의 마음 씀씀이가 알려지면서 대구지역 노숙인들에겐 최고의 식당으로 꼽히고 있다.
무료 급식이 있던 날 대구역 3번 출구 앞. 12인승 승합차에 음식을 가득 싣고 온 서 씨가 자원봉사자 4명과 함께 분주하게 배식 준비를 하는 사이, 그 옆으로 생긴 줄은 한참이나 길게 이어졌다.
이날 메뉴는 주먹밥과 컵라면, 요구르트, 바나나, 삶은 계란. 짧은 기도와 함께 배식이 시작되자 노숙인들의 얼굴엔 웃음꽃이 폈다.
김모(50) 씨는 "매주 이곳을 찾는데, 올 때마다 감사한 마음뿐이다"며 "선행하는 것을 자랑삼지 않고 진심 어린 마음으로 우리를 대해줘 그의 따뜻한 마음을 간직하게 된다"고 했다.
서 씨의 이동 밥차는 지난해 11월 문을 연 이후 한 주도 빠지지 않고 계속됐다. 그는 이들에게 나눠줄 음식을 사비로 준비한다. 이곳에 와서는 혹여 아픈 이가 있으면 직접 병원에도 데려다 주고, 옷이 해진 사람을 보면 옷과 양말 등도 구해준다.
노숙인들에게 '아버지' '천사'로 불리는 서 씨. 그는 30여 년 전부터 크고 작은 선행을 이어오고 있다. 교복을 구해주고, 학비를 지원해주는 등 어려운 이웃을 보면 그냥 넘어가는 법이 없었다.
그런 그에게 2006년 큰 시련이 닥쳤다. 하지만 그의 나눔 정신을 빼앗아 가진 못했다. 2006년 서 씨는 중앙선을 침범한 차로 인해 큰 사고를 당했다. 6개월 동안 병원에 누워 있어야 하는 사고에 그는 하던 일도 그만둬야 했다. 2년을 집과 병원, 교회만 오갔다.
"나름 착하게 살았다고 생각했는데 왜 이런 일이 벌어졌을까. 한참을 원망했어요. 나중엔 우울증에 공황장애까지 겪어야 했지요."
그를 다시 일어서게 한 건 가족의 묵묵한 기다림과 교회에서의 자원봉사 활동 힘이 컸다. 그는 교도소 봉사활동에 소매를 걷어붙였다. 하지만 자신이 돌본 재소자들이 출소 뒤 길거리를 전전하는 모습을 보고는 그들을 위해 작은 도움을 줘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러던 중 지난해 대구역 인근의 무료급식소가 일'월'화'수요일 저녁엔 운영되지 않아 굶는 노숙인이 많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그래서 화요일 하루만이라도 밥 한 끼 대접하자고 결심했다.
처음 무료급식을 나섰을 때 노숙인들은 "뭘 챙기려냐"며 경계심을 드러냈으나, 한 번도 어기지 않고, 자신의 주머니를 털어 음식을 준비한다는 것을 알게 되자 마음을 열었다. 이젠 조직폭력배나 전과 10범 출신도 서 씨 앞에서는 온순한 양이 된다. 노숙 생활을 하다가 서 씨의 보살핌으로 자립해 매주 배식을 돕는 사람도 2명이나 생겼다. 음식재료비며 병원비 등을 합치면 한 달에 400만원은 든다. 두 아들과 친척들이 거들어 주는 덕분에 지원을 이어가고 있다.
서 씨는 "사고 이후는 덤으로 얻은 삶이라고 생각한다. 일주일에 한 끼뿐이지만 이 밥을 먹은 노숙인들이 힘을 내 희망의 미래를 엮어갔으면 좋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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