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매일춘추] 여름남자,가을맞이

2014년 여름이 서운하다. 여름님, 그리도 화끈하지 않은 더위로 우리에게 도전하였나요? 우리는 이번 여름, 화끈한 여름을 기대하며 한몫하려고 하였거든요. 시원한 아이스크림을 팔든지, 얼음 음료수를 팔든지, 뭐라도 하여 한 몫하고 싶은 것이 많았거든요. 2014년 여름이 너무 서운하다. 어머님 파마하러 가시라고 용돈도 드리려 했고, 아내더러 옷 사 입으라고 어깨에 힘 좀 주며 조금 챙겨주고 싶었어요. 내 주변의 사랑하는 여자들을 챙기며 이번 여름, 나 존재감 갖고 싶었는데…. 2014년 여름, 너무너무 서운하군요.

좋다. 가을 만나 보자. 가을아, 너는 내 마음을 굳이 말하지 않아도 알지? 모른다고 말하지 마라, 남아있는 나의 희망을 꺾으면 가을 너 정말 보고 싶지 않을 거다. 나 가을 너에게 사실 기대고 싶다. 아내에게 자식에게 어른들에게는 비밀로 하고 싶은 2014년 나의 희망을 들어줄 수 있을 거라 가을 너만은 내가 믿는다. 난 사실 이 여름 조그만 종잣돈을 마련해 사랑하는 나의 여자들에게 베풀고 싶었다. 나의 여자들이 미용실을 갈 때도 되었고 옷도 살 때가 되었거든. 가을아, 우리 말이야, 여름에 못다 한 서로의 소원을 잊지 말자. 내가 노력하는 만큼 주변도 나를 도와야 소원을 성취할 수 있을 거야. 가을이 돕고, 나라가 돕고, 사람이 돕고, 그리고 나는 실천하고. 그래, 그렇게 주변의 열렬한 협동 속에 못다 한 여름의 소원은 가을에게 넘어가고 있구나. 가을아, 2014년의 반을 아프지 않게 해다오. 2014년 가을, 너를 절대적으로 믿는다.

그대들이여, 잊을 뻔한 기억을 더듬으시라. 가을에는 운동회도 있고, 예술제도 있고, 입시준비도 있고, 그리고 사랑도 있다. 사랑을 은은하게 해보면 어떨까. 은은한 사랑을 하시라. 아내의 눈에 키스하고, 자녀의 손등에 입을 맞추고, 내 옆 책상에 앉은 동료 어깨에 어색한 손을 얹으시라. 사과나무를 심은 것만큼 은은한 사랑을 심는 것도 꽤 빛나는 수확물로 보인다. 여름을 보내고 가을을 맞이하는 자의 매너로서 우리, 서로 사랑을 잊지 말자.

사나이 울리는 라면이 있다던데, 사나이 울리는 여름에게 서운하다. 다행히도 아름다운 우리나라는 사계절을 갖고 있으시어 가을이 온다 하니 이리도 반갑고 좋을 수가 없다. 아쉽다고 신세 한탄, 한숨만 쉬지 말고 가을에게 대시하련다. 가을, 가을, 가을. 그리고 가을. 기분이 좋다. 나에게 이루고 싶은 소원이 있다는 것도 기분 좋고, 여름에게 서운해 화가 난 것도 사실 기분이 그리 나쁘지는 않다. 곧 도착한다는 가을이 있어서 기분이 참 좋다.

가을아, 도착하는 대로 연락해라. 한잔 하자.

연세심리상담클리닉 대표원장 조옥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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