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직접 만든 액세서리·안 쓰는 중고품 "다 있답니다"

대구 도심에서 만나는 장터

1. 매주 토요일 오후 2~7시, 국채보상운동기념공원에서
1. 매주 토요일 오후 2~7시, 국채보상운동기념공원에서 '프리마켓'(Free market)이 열린다.
독특한 수제품에 젊은 사람들이 발걸음을 멈춘다. 단 하나뿐인 물건에 지갑도 쉽게 열린다.
독특한 수제품에 젊은 사람들이 발걸음을 멈춘다. 단 하나뿐인 물건에 지갑도 쉽게 열린다.

'플리마켓'(Flea market)은 젊은 상인, 젊은 손님들이 만나는 곳이다. 플리마켓이라 해서 어렵게 느껴질 수도 있지만 우리말로 번역하면 '벼룩시장'이다. 하지만 중고품을 사고파는 기존의 벼룩시장과는 다른 점이 있다. 중고품뿐만 아니라 직접 만든 물건을 팔기도 하고, 물건을 사는 일 외에도 즐길 거리가 많다는 점이다.

대구 시내 곳곳에는 일주일에 한 번, 혹은 한 달에 한 번꼴로 열리는 플리마켓이 있다. 플리마켓만이 가진 독특한 매력에 젊은 사람들은 발길을 멈췄다. 그곳에는 소소한 즐거움과 독특한 매력이 숨어 있다. SNS를 통해 시장이 알려지면서 날마다 인기를 더하고 있는 플리마켓에 다녀왔다.

◆재주꾼들 모여라

매주 토요일 오후 2~7시 사이, 국채보상운동기념공원에는 손재주꾼들이 모인다. 대구예술창작센터에서 주최하는 '프리마켓'(Free market)과 플리마켓에 참가하는 상인들이다. 대구예술창작센터는 직접 만든 물건을 파는 프리마켓과 중고품을 파는 플리마켓을 구분해 참가자를 모집하고 있다.

프리마켓에서는 자신이 직접 만든 물건만 팔 수 있다. 창작품이라고 해서 거창한 작품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취미로 만든 퀼트 제품부터 목공예품, 귀걸이, 목걸이 등 작은 액세서리까지 자신의 손에서 탄생한 물건이라면 무엇이든 전시하고 판매할 수 있다.

23일 오후 1시 30분 국채보상운동기념공원에는 짐을 잔뜩 실은 가방과 탁자를 준비한 사람들이 모이기 시작했다. 프리마켓에 참가하는 사람들이다. 오후 1시 45분부터는 프리마켓 스태프가 좌판을 깔 자리를 추첨했다. 이날 프리마켓에 참가한 팀은 모두 14팀. 자리를 배정받은 사람들은 종각네거리부터 공평네거리 방향으로 줄을 지어 자리를 잡는다. 참가자들은 각자 준비해 온 탁자와 돗자리를 펴고 그 위를 꾸미기 시작한다. 이날만큼은 탁자와 돗자리가 놓인 자리가 자신들만의 상점이 된다.

수제품이 풍기는 독특한 분위기는 사람들의 호기심을 자극한다. 프리마켓에는 사람들의 발걸음을 멈추게 하는 힘이 있었다. 참가자들이 자리를 잡기도 전에 프리마켓은 지나가는 사람들의 발걸음을 잡았다. 어디론가 바삐 움직이던 사람들도 발걸음을 멈추고 구경한다.

◆'시장'도 되고 '전시장'도 되고

프리마켓에 참가하는 사람들은 자신을 '상인'이 아닌 '작가'라 부른다. 자신이 직접 만든 물건을 팔기는 하지만 이들의 참가 목적이 장사보다는 사람들과의 소통에 중점을 두기 때문이다. 즉, 프리마켓은 혼자서만 감상하던 작품에 대해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눠볼 수 있는 소통의 장이 되는 것이다. 프리마켓 참가자 한귀분(38) 씨는 한 달째 프리마켓에 참가하고 있다. 그는 취미 생활을 공유하고자 프리마켓에 참가하게 됐다. 한 씨는 "천으로 물건을 만들다 보니 나만 가지고 있기에는 아깝다는 생각이 들었다. 주위에 선물도 하면서 나눠 갖는 즐거움을 느꼈고 이제는 더 많은 사람에게 내가 만든 작품을 선보이고 싶었다"고 말했다.

공장에서 찍어내는 물건이 아니기에 주변에서는 흔히 볼 수 없는 물건들도 눈에 띄었다. 독특한 인테리어 소품과 이국적인 물건들도 발견할 수 있었다. 임정자(38) 씨는 직접 만든 '드림캐처'를 전시, 판매하고 있었다. 깃털과 구슬 등이 달린 작은 고리는 이국적인 분위기를 풍기고 있었다. 임 씨는 "아메리카 원주민들이 '좋은 꿈을 꾸게 해 준다'고 믿어 집안에 장식하던 물건"이라며 작품을 설명했다. 일반 마트나 가게에서는 찾아볼 수 없었던 신기한 장식품에 사람들은 발길을 멈추고 구경했다. 임 씨는 "구경하는 사람에 비해 사는 사람은 얼마 없어도 충분히 만족하고 있다"며 "장사보다는 내가 만든 물건을 자랑할 수 있는 자리가 있어서 기쁘다"고 말했다.

◆젊은 손님과 젊은 상인들

프리마켓은 평균 20, 30대의 비교적 젊은 상인들과 손님들이 만들어 간다. 그 덕분에 젊은 감각을 살린 물건을 접할 수 있다. 신혜경(25) 씨는 톡톡 튀는 아이디어를 반영한 물건을 만들어 판매하고 있다. 두꺼운 종이를 이용해 만든 카드 지갑은 사용하는 사람이 직접 지갑 표면을 꾸밀 수 있도록 해 젊은 사람들에게 인기다. 주변 친구들의 생활에서 영감을 얻어 만든 작품이다. 신 씨는 "프리마켓을 통해 주위의 피드백을 받아 앞으로는 더 발전된 물건을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젊은 손님들의 만족도도 높다. 접근성이 편리한 곳에서 저렴한 물건, 자신만의 개성을 살릴 물건을 살 수 있기 때문이다. 프리마켓으로 주말 데이트를 나온 이나랑(27), 황보광호(31) 씨는 프리마켓에서 서로 선물 하나씩을 샀다. 이나랑 씨는 "저는 브로치를 받고 손수건을 선물했는데 두 개를 합해도 1만원을 넘지 않았다"며 "이런 시장이 가까이에서 열리고 있어 앞으로도 자주 오게 될 것 같다"며 즐거워했다.

프리마켓에 참가를 신청하는 방법은 간단하다. 대구예술창작센터 홈페이지에서 참가 희망일 기준으로 전 주 월요일 오전 12시부터 일요일 오후 11시 59분 사이에 신청하면 된다. 프리마켓과 플리마켓을 구분해 신청할 수 있다. 자신이 직접 만든 물건을 팔려면 프리마켓, 개인 소장품이나 구제 등 중고품을 팔려면 플리마켓 참가자로 신청하면 된다.

◆곳곳에서 열리는 벼룩시장

국채보상공원 이외에도 대구시 곳곳에는 다양한 벼룩시장이 열리고 있다. 북성로에는 '글로벌 플리마켓'이라는 이름으로 매월 둘째 주 일요일에 벼룩시장이 열리고 있다. 이름에 걸맞게 외국인들이 참가하기도 한다. 50명이 넘는 판매자들이 중고품뿐만 아니라 창작품과 캐리커처, 유기농으로 만든 음식 등을 판매하고 있다. 글로벌 플리마켓을 주최하는 문화마을 협동조합 이성빈 이사는 "9월부터는 한 달에 2번 시장을 열 계획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중고장터도 가까운 곳에 있다. 수성벼룩시장은 8월을 제외한 매월 둘째 주 토요일은 화랑공원에서, 매월 넷째 주 토요일은 수성못 상단공원에서 열리고 있다. 이곳에서는 벼룩시장 외에도 물품 기증 장터, 의류수선코너, 자전거 무상수리코너 등 생활에 필요한 서비스를 제공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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